-복수불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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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야하다면 야할 수도 있겠다. - 난 유흥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매춘이란 내겐 매체를 통해 접하는 것들이었다. 현실감이 없는 저 먼 이야기였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택하지 않았다보니 뭐랄까 난 그런 문화와 멀고 접점도 없었다. 그러다 어쩌다 알게 된 사람이 날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에 갔다. 뭔가 엄한(?) 분위기의 입장 절차를 거치니 고급져보이는 느낌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그냥 신기했다. 영화에서나 보는건데 진짜 보네? 제법 넓은 방에 들어갔고, 노래방 시설과 술상이 있었다. 먹는게 소주, 맥주, 막걸리던 시절인데 양주가 그득했다. 그리고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 참 예쁘긴 했다. 옷차림도 그렇고. 다들 남자 옆에 붙어 앉아 술시중을 들었다. 이런게 술시중인가 싶었던건, 부지런히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을 붙이고 술 따르려는 대기, 안주를 정돈해 입에 넣어주려는 대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데 왜? 불쾌하기에는 솔직히 미인들이긴 했는데, 불편했다. 내가 알아서 먹겠다고 하려 했는데, 그냥 일단은 이 흐름대로 하지 않으면 불화가 일어날 것 같기도 해서 마음 속으로 한 숨을 한 번 쉬고는 그냥 주는대로 먹었다. - 불편하니 술을 참 많이 먹었다. 그 시절이면 소주 5병은 까던 시절이었는데, 그냥 묵묵히 들이부었다. 술을 빨리 다 마셔야 이 자리가 끝날 것 같아서. 그러나 술 앞에 장사 있을 리가. 만취의 느낌이 왔고 정신 놓으면 안되겠다 싶어 페이스를 조절하긴 했다. 마셨으니 화장실을 가야지. 방 안에 따로 화장실이 있더라. 그것도 신기했다. -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그 때 정말 충격적이었다. 내 술시중을 들던 아가씨가 화장실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 위로 물수건을 받쳐들고 있었다. 시중이 시종이 된 느낌이었다. 놀랐지만 또 숨을 삼키고 물수건을 받아들어야 이 아가씨가 일어날테니, 그래서 집어 들었다. 물수건은 따듯했다. 따로 준비를 해두는 모양이었다. 정신을 잡아두기가 힘들었다. 나는 애써 정신을 붙들었다. - 어쨌든 술자리가 끝은 났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려는데 날 데려온 그는 나를 살짝 밀었고, 내 시중을 들던 아가씨는 내 팔을 끌어안아 내리는 타이밍을 놓쳤다. 그는 좋은 시간 보내라며 씩 웃었고, 엘리베이터는 닫혔고, 더 올라갔다. 아가씨는 나를 침실로 데려갔다. 오빠 나 먼저 씻을게. 훌렁 훌렁 벗었다. - 난 숫총각이 아니었다. 나도 성욕이 있지만 이건 아니라 생각했다. 담배를 피워물며 물을 마시고 심호흡을 했다. 아가씨는 내게 씻고 오라 했는데, 뭐가 어쨌든 씻기라도 해야 정신을 차리지 싶어 씻고 나왔다. 아가씨는 내게 말그대로 육탄돌격을 해왔는데, 솔직히 힘들었다. 나는 아가씨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내가 지금 영 상태가 아니라고 둘러대고는 누워서 좀 쉬자 말했다. 다행히도 아가씨도 그냥 누웠다.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시간을 보내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 섹스 싫어하는 남자가 있을까? 그냥 할걸, 이런 생각이 안든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돈을 주고 몸을 사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 갈급한 성욕을 채워줄 수야 있겠지만-건강한 남자의 성욕은 항상 갈급하다-, 그저 그 뿐이다. 성적 흥분은 있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어떤 밀어라든가 하는 것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밀어는 육성일 수도 있고 눈길일 수도 있고 제스처, 스킨십, 애무 그 모든 방식의 신호 전달을 포함할테지만 돈으로 사서 한다는 밑바탕의 생각은 그런 모든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섹스도 대화라고 생각해서, 대화할 수 없는 섹스를 수행하기가 불가능했다. - 너를 원한다는 마음을 눈길에 담아 상대에게 눈맞추고 그에 화답하는 그녀의 눈길을 교환하는 것. 손길이 살결을, 살결이 살결을, 사타구니가 사타구니를. 여러 번 해왔었다고 해도 항상 처음 삽입될 때마다 귀두만 살짝 들어가도 숨을 삼키는 신음. 깊이가 더해가면서, 매만짐이 중첩되면서, 너를 탐하기도 하고 사랑스러워 예뻐하기도 하는, 이것이 욕정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그러다가 이제 그게 뭐든 상관없어지는 고조. 그런게 다 섹스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래야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안그래야 되기도 한다. - 호기심에 채팅앱을 깔아봤다.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했는데 대부분이 영업 제안이었다. 위치가 어디고 얼마에 어떻게 한다. 역시 못한다. 그냥 잡담이나 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고 알아야 할 이유도 물어볼 입장도 못된다. 그러다 스스로 이야기를 풀길래 들어보니, 대체로 이러 저러한 곡절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러려니 했다. 굳이 그 진위를 캘 이유는 없다. - 어느 팟캐스트에서 일본 av의 성장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생산량과 신인 배우가 늘었단다. 그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해 이야길 했는데, 내가 일본인이 아니니 일본 사회를 잘 모르지만 십분 이해가는 내용이었다. 간단하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 선택을 한다. - 다 마찬가지겠지. 매매춘이 가장 오랜 산업이라잖은가. 경제적 유인이 있다면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다만 그것은 단지 개인의 선택이라 하기에는 팍팍해진 경제 여건의 문제가 있었다. 우리도 먹고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 좀 웃기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나는 걸그룹을 잘 모르고 사실 얼굴 보고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으며 그들의 노래 가사도 잘 귀에 안들어온다. 그래서 별 관심이 없다가 뉴진스를 봤다. 뉴진스에게 충격적 인상을 받았는데, 이 지점이 웃길 수 있는 부분인데, 난 그 친구들을 보고 우리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친구들이 어떤 시대를 지배하는 대표 여배우 수준의 미모를 가진 것은 아니다. 뭐 심은하니 손예진이니 김태희니, 그 다음 누구 있나? 어쨌든 그런 여배우급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 친구들에게서 발견한 것은 자기 유전자의 최대치를 발현한, 지금껏 성장해오며 결핍없음이 느껴지는 외모였다. 그래서 감탄했다.(근데 지금은 또 관심이 없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안난다, 인상의 느낌만 남았을 뿐) - 그냥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서로가 각자 나름대로 다 잘 살아야, 최소한 평화롭게 살아야, 절박한 벼랑 끝에 몰리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복수불반분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장량인가? 누군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데, 하여튼 중국 고사에 출세하지 못하고 천덕꾸러기 노릇을 해온 한 선비가 출세해 재상이 되었는데, 그 전에 그와 헤어진 아내는-물론 이 아내의 탓만 할게 아니다, 그녀는 분명 헤어지기 전까지 그 선비를 책임졌을테니- 재결합을 원하였는데, 그 앞에서 접시의 물을 땅에 부으며 이 스며든 물을 다시 접시로 돌릴 수 있다면 되돌아갈 수 있으리라 말했다. 난 그게 난제를 냈거나 골탕먹이는 짓으로 보이진 않았고, 단지 되돌릴 수 없는 일은 되돌릴 수 없음을 말했을 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애초 하지 말아야 할 일, 책임질 수 없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 많은 일들이 대개 되돌릴 수가 없는 것들이다. 되돌림이란 esc 키가 절대 아니니까. - 그러나 세상이 팍팍해져감에 따라,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진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애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나도 왕왕 저질러버리곤 한다-변명하자면,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애초 그 때 가지 말았어야 했을까? 사람들이 벼랑 끝에 몰리는 일 자체가 없었어야 했지 싶은데. 미래는 항상 알 수 없고, 신중을 기하다 실기할 수도 있고, 신중해도 피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어떤 중요할 수 있는 때에, 중요함을 빠르게 느낄 수는 있는 그런 감각이라도 일단 가져보고, 잃지 않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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