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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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다 부자가 되고 싶은 것 같다.

- 부자가 되고 싶은걸까? 생존하고 싶은걸까?

- 다들 할법한 말이지만 주식을 한다면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삼프로가 유명해지면서 이런 양상도 크게 일었다. 회계는 경영의 언어라고 하는데, 단지 자본소득자만이 아닌 노동소득자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자본소득자는 주식 사고파는 투자자고 노동소득자는 그 기업에 종사하여 월급받는 근로자다.

- 기업의 이익이란 것을 어떻게 계산할까? 전통적인 제조업과 유통업을 생각해보자. 대개 뭘 만들건 물건 떼와서 팔건 하니까. 물건을 판 돈이 매출이 된다. 물건을 팔았으니 물건을 마련할 돈을 썼을 것이다. 그게 매출원가다. 여기에 판관비가 지출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수식을 얻는다.

이익=매출-매출원가-판관비

그럼 이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빚냈으면 이자 줘야하고 기업의 밑천인 자본을 대준 주주 즉 주식보유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익=이자+배당=매출-매출원가-판관비

이 수식을 배당을 기준으로 바꿔놓으면 다음과 같다.

배당=매출-매출원가-판관비-이자

구체적으로 가면 좀 더 복잡해지겠지만 큰 틀은 같다. 이 수식을 잘 생각해보면 배당은 나머지를 가져간다는거다. 매출원가는 떼온 혹은 만든 물건값과 인건비가 들어간다. 판관비에도 관리직, 영업직의 인건비가 들어간다. 이 인건비를 노동소득자가 가져간다. 월급에 어느 정도 성과급이야 있을텐데 뭐가 어쨌든 인건비는 묶인다. 노동자가 가져갈 수 있는 인건비는 어느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기본급이 있고 거기에 성과급이 있다고 해도 기본급의 배율로 정해지기 때문에 인건비는 상한이 있단거다. 이자도 마찬가지다. 이자는 원금의 일정 배율이니까. 그래서 배당이 나머지를 가져간다는 의미는 바로 승자독식이다. Winner takes it all! 불공평할까? 여기에는 트레이드 오프가 숨어있다. 인건비는 상한이 있는 대신 무조건 주어야 한다. 매출이 나건 말건 주어야 한다. 이자도 마찬가지다. 채무자가 돈을 못벌어서 이자를 못낸다고 하면 채권자는 아 네 하면서 탕감해줄리가? 그럼 배당은 경우에 따라 못가져갈 수도 있고 자기 돈 헐어서 물건값, 인건비, 이자를 대주어야 한다. 패자는 굶거나 패가망신한다는 이야기. 리스크 테이킹을 했기 때문에 잔여이익이란 올리턴을 얻을 자격이 있는거다. 대신 불안해야하고 확정소득자인 노동소득자는 안정적 생활을 할 수 있다.

- 교과서적 이야기지만 대체로 큰 틀에서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이게 원리다. 이걸 다시 잘 뜯어보면 투자자는 부자가 될 '기회'가 있는 것이고(기회다, 절대 확정적이지 않다.) 노동소득자는 그냥 안정적으로 사는거다. 투자에서 성공하면 부자가 되는 것이고 노동소득자는 그냥 저냥 먹고 사는 정도 하는거다. 노동소득분배율과 경제규모 등에 따라 중산층이 영위하는 삶의 질과 두께가 결정될 뿐이다.

- 다시 말하면, 부자가 되려면 월급쟁이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자를 어느 정도의 축적으로 평가해야 할지는 분분하겠으나 고액 연봉자라 할지라도 그냥 억대 연봉일 뿐이고 그 억대 연봉이 월에 1~2천 수준의 세전소득이 된다한들 제세공과를 빼면 실제로 가져가는건 반이 좀 넘는 수준일거다.(누진소득세제의 최고 세율이 45퍼이고 구간에 따라 40퍼 안팎일텐데 4대보험 생각해보면 얼추 그렇다.) 그래도 나름 큰 돈 같긴 한데? 즉시 은퇴하고 지금과 같은 소비수준을 유지하며 기대여명을 보낼 수 있는가를 따진다면 별로 쉽진 않을 것 같다.(소비수준 모르고 기대여명 모르고 연금소득이 얼마가 될지 저축이 얼마나 있을지 이런거 모르니까,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받아도 한 20년은 가야지 않을까?)

- 그래서 사람들은 투자를 한다. 전에 한 번 썼는데, 사람들이 가진 너무나도 낭만적인 생각은 투자해서 부자다 된다는 말이다. 내가 보아온 바로는 투자해서 부자가 되는게 아니라 부자가 투자하는 것이다. 위에서도 쓴 바와 같이 승자독식이지만 패가망신이기도 하다. 치열한 경쟁의 상황에서 승자독식이 되려면 일단 승리가 필요한데 주식투자는 일종의 경마와도 같아서, 저 말이 1등할거야, 이런 구조와 비슷하다. 그러나 그럴리가. 누가 승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망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예컨대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라 해보자. 무수한 실패를 쌓아야 약효가 있는 물질을 겨우 찾고, 지난한 안정성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유통 단계에 이르러 충분한 수요가 있어야 앞에 때려박은 실패비용을 벌충한 다음에야 이익이란게 나와서 배당이 된다.

- 물론 어떤 이들은 매매차익을 노린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게 도박이란걸 알아야 한다. 나는 빨리 치고 빠졌어. 언제나 승리할까? 언제나 승리할 수도 있다. 운은 이길 수는 없으니까. 단순히 승패만으로 두자면 계속 이길 확률은 시행차수가 늘수록 제로에 수렴한다. 물론 그 승패의 크기에 따라 순이익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무수한 패자를 보아왔다. 큰 수의 법칙, 이 확률의 공정함을 빗겨갈 축복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 결론적으로 내가 보기에 부자가 되길 원한다면, 아마 부자가 아니니 부자가 되길 원하는거라 집안이 부자는 아닐테고, 직접 사업을 하는게 그나마 답이다. 그러나 사업을 한다고 그게 잘 될까? 상장사 이야기를 했는데, 그 상장사가 된다는 수준이란 것은 그 사업의 수익창출구조가 향후 장기간 안정적인 일정 수준 이상의 부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인정받아야 가능한 것이다. 그게 쉬울까?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상장사가 되어도 상폐되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하고.

- 그런데 정말 부자가 되고 싶긴 한걸까? 원하는 바가 있다면 그 달성을 위해 대안을 모색하고 가능하며 유력한 선택을 하여 효율적으로 진행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너무나 겸허히도 진인사 대천명이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에야 운을 기대할 자격이 있다는 식으로 나는 이해한다. 그리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행운의 여신은 자기 일을 다 한 자 앞에만 희끄무레 현현한다. 나를 취업시켜달라, 나를 고액연봉자를 만들어달라, 내 집이 있는 동네를 개발해달라. 취업은 그냥 절박해서 하는 이야기라 여기 낄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고액연봉자가 되려면 능력이 있어야겠지. 그리고 그 두 방법은 아마 부자가 아니라 최대한이 중산층이다. 그래서 부자 못된다. 내 집 있는 동네를 개발해달라, 왜? 네가 부자가 되고 싶다면 네 힘으로 개발을 하지? 이 지점은 너무 염치가 없는 것 같은데, 그런 자들은 자기가 부자라나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개발 호재라던가 실현된 개발로써 자기를 부자 만들어달라고 구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자가 되고픈 구걸쟁이.

- 하여튼 부자가 되길 원한다면 창업을 하시라. 정글로 들어가는 것이니 주도면밀히 준비하고 텐션 놓치지 말길 바라고. 아이템도 잘 선정하여야 할 것이고 서브플랜도 있어야겠다. 당신이 직장인이 되겠다면 부자의 꿈을 버려라. 괜히 투자한답시고 당신 피 땀 시간을 내어준 대가로 얻은 작고 소중한 근로소득을 날리지 말고. 원하는 바가 분명한지, 그것에 이르기 위해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감당 가능하고 동원 가능한지, 그리고 그것을 부를 얻을 때까지 굴려나갈 정력이 있는지, 그 기간 동안 호시우보할 텐션이나 멘탈을 유지할 수 있는지. 끝으로, 실패해도 받아들일 수 있고 감당할 수 있으며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경제활동의 전쟁터에 임한 당신에게 승패는 일상적인 일이니까.

- 부자는 되고 싶다는데 부자될 일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골이 나서 써봤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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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5-04-07 20:04:19
글 좋아요, 상식적이고. 자주 써주세요.
익명 2025-04-07 13:39:13
글 재밌어요
익명 / 재미지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익명 2025-04-07 12:36:17
현실적인 조언이군요.
익명 / 기본 전제이자 한계죠. 뭘 하려 할 때, 아 위에 안썼는데, 전제와 한계를 먼저 확실히 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상이 현실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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