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 우울한 글. 읽지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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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는 아이땜에 이혼 못하고 산지 수 년째.
섹스는 당연히 없고, 아이 육아나 집안일 관련된 것 말고는 일체의 개인적인 대화가 없다. 눈맞춤한지도 몇년 된 것 같고, 얼굴 쳐다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집에 들어가면 아이 얼굴만 쳐다보다보니, 내 시선은 항상 아래로만 향해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이에게는 너무 자상하고 다정한 아빠이자 최고의 친구이고, 친정 시댁과도 잘 지내는 좋은 가족이라, 같이 살아진다. 하지만 여전히 그와 나는 서로 쟂빛 세상에 사는 기분일꺼다. 언제가 언뜻 보니 그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아 보였다. 내 얼굴도 다를 바 없을것 같다. 아이 앞에서는 최대한 웃고, 친절하게 대하려고 서로 노력하고, 싸우는 모습도 보이지 않지만, 아이라고 왜 모를까. 엄마아빠가 그리 좋은 사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하고도 남겠지. 늘 일말의 불안감을 아이 가슴에 심어주는 부모인 것 같아 아이를 볼 때마다 죄스럽다. 아이에게 더 다복한 가정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죄책감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서로 사생활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합의하에 살아가는 전형적인 쇼윈도 부부. 그 관계에서 오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채우고 싶어 남자친구도 사귀어보고, 파트너도 만들어 보았지만, 그들과 있던 시간이 좋으면 좋을수록, 쾌락이 크면 클수론 뒤돌아 서서 느껴지는 현실과의 간극이 더 크게 느껴진다. 아무리 그들에게 위로를 받은들, 나는 결국 실패한 인생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쓰나미같이 몰려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잠식된다. 허탈함, 공허함, 우울함, 무기력.... 텅 빈 것 같은 내 속에 그 어떤걸 채워넣어도 채워지지가 않는다. 그냥 차라리 이 세상에서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증발해버리고 싶은 요즘이다. 밖에 나가 아무일 없는 듯이 밝게 웃고 다니는 내 자신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다가, 어느새 또 슬퍼져버린다. 왜 사는건지, 뭘 위해 사는건지, 꼭 살아야되는거긴 한건지 모르겠다. 아마 부모형제, 자식들이 없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안녕하고 떠났겠지. 얼마전 어떤 님이 여친의 손에 이끌려 정신과에 가서 약의 도움을 받았다고 쓴 글을 읽었다. 약을 먹고 나아졌다는 그 내용보다, 힘들어하고 있는 그런 님을 알아봐주고 손잡고 이끌어준 여친이 곁에 있다는 그 사실이 사무치게 부러웠다. 결국 나도 그런 사람 하나 곁에 두고 싶은거 같은데, 인생 참 그게 어렵다. 가끔 레홀에 글 올릴 때, 이 커뮤니티에 어울리지않는 글은 아닌지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자지, 보지, 섹스를 외치는 즐거운 공간에 내 신세한탄이나 하게되는게 미안하기도 하다. 근데 가끔이라도 이렇게 토해내지 못하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때가 있다. 그럴땐 나도 모르게 레홀을 찾아오게 된다. 마치 불법 쓰레기 무단 투척하고 도망가는 사람처럼, 행여 누가 볼까 내 마음의 쓰레기른 집어던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쳐버리는 내가 비겁해 보이는거 안다. 근데 이런 글에도 따스한 댓 달아주는 몇몇 천사같은 분들 덕분에 많은 위로를 받기도 하더라. 그 분들 탓에 근절되지 않을것 같은 신세한탄이다. 언젠가는 나도 참 행복하다는 글을 올리고 싶다. 내가 어떻게 무엇으로 인해 행복하다 느끼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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