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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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산다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종이 한 장에도 깊고 예리하게 베이는 것처럼 산다는 것이 그렇다. 살금살금 조심한다고 다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별 볼 일 없는 존재라 하여 상처 주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모든 것처럼 가장 처음의 것들, 가장 순전한 것들, 가장 여린 것들로 세상살이를 시작하지만 그곳에 굳은살이 박이고, 흉터가 남고, 주름이 잡혀가는 것. 삶의 모든 시작과 소멸은 필연적으로 그러하다. 중요한 것은 그런 굴곡이 있어야 자연스럽다는 것 아닐까. 지긋한 나이에 주름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이 영 어색한 것처럼, 어엿한 어른이 철없는 얼굴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영 부담스러운 것처럼. 인생은 오목하기도 했다가 볼록하기도 하고, 메워지기고 했다가 파이기도 하고, 어지럽혀졌다가 반듯하게 정리되기도 하면서 천천히 빚어가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이런저런 일들에 한번 크게 데어 상처 하나 크게 자리잡고 나면 번복하는 것이 다짐이다. 다시는 어리석게 상처받지 않으리라. 어쩔 수 없이 다시 겪는다 해도 다음엔 보다 의연해지리라. 내 마음 하나는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지고 단단해지리라고.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때에, 예상치 못한 곳을 파고들어와 흔적을 남기는 것이 상처의 속성이며 본질이다. 준비한들 소용없고, 굳게 마음 다진들 별 수 없다. 그저 상처의 순간을 지혜롭게, 담대하게 독대하는 수밖에.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어떤 일로, 무엇으로부터,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상처의 순간을 눈 질끈 감고 견디는 법, 깊은 상처를 싸매는 법, 흉하다며 덮어버리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법, 그래서 상처가 꽃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온몸으로 겪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언젠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든, 모르고 지나치든 상관없이 산다는 것은 상처가 나는 것임을. 오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생채기가 날 수 있음을. 그것은 진심을 보이지 않은 상대의 잘못도 아니고, 진심을 기대한 나의 잘못도 아님을.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머리로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이 담기지 않은 가벼운 관계들 속에서 마음은 지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예의 바른 거짓보다, 예의 없는 진심이 더 끌린다. 누군가에게 진심이란 꾸미지 않은 마음을 의미하고, 누군가에게 진심이란 순간의 열정에 솔직한 것을 의미하며, 누군가에게 진심이란 다가올 시간에 대한 의지와 헌신을 의미한다. 그 차이가 세상살이에 오해를 만들고, 간혹 커다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진심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를지언정 진심은 결국 맨마음이라 참 많은 용기와 신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모습이든 진심은 어떤 순간에도 가치를 지닌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으로 인해 진심은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그렇게 용기를 내어 보여준 진심인데, 그것을 휴지조각처럼 초라하게 만들어버린 사람으로 인해 후회하고 있다면, 그 마음은 놓아버려도 그만이다. 진심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에게 전해줄 수 있는 진심이란 없는 것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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