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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조절 장애자의 슬픈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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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조용한 친구였다.
모난 데 없고, 공부 열심히 하고, 남 욕도 잘 안 하는, 그런 사람.
그와 나는 학문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꽤 가까운 편이었다.
그가 교수로 임용되었을 땐 진심으로 축하해줬고,
결혼했을 때는 “행복하게 살아라”는 말도 전했다.

하지만 그 후, 뭔가 달라졌다.
그는 주말부부가 되었고, 월급은 전부 아내에게 보내고 있다고 했다.
장인장모와 같은 아파트, 같은 교회에서 지내는 게 불편하다며 푸념을 하기도 했다.
처음엔 그냥 피곤하겠거니 했는데, 그 피로가 분노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운전할 땐 누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악에 받친 듯 경적을 울렸고,
상대가 항의라도 하면 창문도 안 내린 채 버티다가,
결국 어느 날엔 상대 운전자에게 실제로 맞고 병원에 실려갔다.

나는 놀라기도 했고, 솔직히 실망도 했다.
그런 식의 분노 표출이 결국 몸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즘 세상 미쳐 돌아간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그가 그렇게 말할 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왜냐하면… 그건 그의 첫 번째 충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인터넷에서도 늘 시비를 걸고 있었다.
익명 댓글로 타인을 비난하고, 조롱하고, 고의적으로 분란을 일으키고,
누군가 반응하면 더 자극적으로 몰아붙였다.

"그런 거 그냥 장난이잖아. 누가 진심으로 받아들이냐?"

그가 웃으며 말했을 때, 나는 그게 장난이 아니라
그의 유일한 감정 해소 방식이란 걸 느꼈다.
익명 뒤에 숨은 용기, 타인의 분노를 유도하며 느끼는 일시적 위안.
그게 그의 감정 통제 방식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걸 놔두지 않았다.
그가 달았던 악성 댓글이 문제가 되었고,
그는 결국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다.
입원 중에도 그는 변하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 너무 예민해. 진짜 문제는 걔들이지, 내가 아니야.”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폰으로 또 댓글을 달았다.
마치 맞았던 건, 고소당한 건, 모두 세상의 문제라고 믿고 싶은 듯했다.

그때 나는 알았다.
그는 더 이상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는 타인을 미워한 게 아니었다.
스스로를 참을 수 없었고,
그 감정을 어디든 뿌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제, 그를 이해하지 않는다.
단지, 그의 파괴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는 사실만 기억한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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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5-05-21 13:44:47
혹시 친구 얘기를 가장한 본인 얘기세요…?
익명 / 제 얘기는 아니고 지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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