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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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만남이 있었다. 가볍지도 않았고, 또 무겁지도 않았다. 그날, 사무실 공간은 거의 비어 있었다. 일과는 끝났고, 사람들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불 꺼진 복도와 어둡게 가라앉은 실내. 문이 열렸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천천히 다가와 무릎 앞에 멈췄다. 입술이 닿았다. 입술만으로 시작된 움직임은 일정했고, 그 안엔 어떤 조급함도 없었다. 몸이 반응했다. 숨소리는 조금씩 가빠졌고, 손끝은 서서히 떨리기 시작했다.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아무런 말 없이 감각을 받아내는 입, 작은 움직임, 그리고 조용한 리듬. 입 안에 들어간 걸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몸보다 먼저 감정을 무너뜨렸다. 무언가가 안에서 터져나오고 있었고,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 더 깊은 흥분으로 바뀌고 있었다. 사정은 조용했다. 소리도, 힘도, 저항도 없이 흘러나왔다. 끝이 났을 때, 그녀는 천천히 입을 떼고, 말없이 셔츠 단추 하나를 닫아주었다. 공간은 다시 조용해졌고, 누군가 나갔고, 문은 닫혔다. 사건은... 사정은 끝났지만, 장면은 머물러 있었다. 그 이후로, 그 자리를 지나칠 때마다 감각보다 먼저 떠오른 건 위에서 바라보았던 그 장면의 각도였다. 그 시선 아래, 입술과 리듬과 정적이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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