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칵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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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보다 ' 가정의 달.' '5월'이 눈에 들어왔다.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 나는 효도를 했던가.' ' 나는 부모님께 뭘 해드렸던가.' 얼마전 사촌 형의 결혼식.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는 신랑, 사촌형. 울산의 대기업에 다니는 서울대학교 출신의 또 다른 사촌 형. 서울대학교를 나와 증권사에 다니고 있는 사촌 동생. 엘리트들과 나란히 앉아 부조금을 받는데 나는 왜 그렇게 기가 죽고 작아졌는지 모르겠다. 이모님들과 나의 어머니께서 나를 향해 걸어오실 때 괜히 어머니께 죽을 죄를 지은 것 처럼 미안하고 부끄럽고 나 스스로가 불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이 끝나갈 무렵 로비 소파에 앉아 계신 이모님들과 어머니. 이모님들은 비싼 옷을 걸치고 계셨고 나의 어머니는 평범한 복장으로 앉아 계셨다. ' 혹시 어머니께서도... 아까의 나와 같은 기분이 드시는 것은 아닐까...' 못난 아들인 내가 너무 부끄러워 화장실로 기어들어갔다. 세수를 하며 엉엉 울었다. 얼굴에 물을 끼얹으며 눈을 감고 있어도 못난 아들이 호강 시켜드리지 못해 그저 그런 옷을 입으신 나의 어머니가 계속 떠올랐다. 한참을 그렇게 울며 세수를 하다 로비로 나와 어머니 옆에 앉았다. " 아들 뭐하고 왔어?" " 세수하고 왔어요." " 눈 왜 그래?" " 피곤해서 그런가봐요. 야근 많이 해서." " 힘들어서 어떻게 하니..." 어머니의 거친 손을 잡고 주물렀다.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언제 이렇게 늙으셨지. 머리 숱은 언제 이렇게 줄었지. 언제 목의 살이 이렇게 늘어졌지. 내 머릿속에 어머니는 젊은데 왜 내 옆에 계신 어머니는 늙으신거지.... 나에게 시간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어머니를 로비 구석으로 모시고 갔다. 지갑을 열어 30만원을 꺼내 드렸다. 부유하게 하시는 이모님들 앞에서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드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나의 어머니에게 30만원은 큰 돈이지만 이모님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게 쯧쯧... 지 엄마 생활비를 30만원 밖에 안줘?' 라는 식으로 말이다. " 얘, 이게 왠 돈이니." " 그냥 받으세요. 어머니 쓰세요." " 어디서 났어? 너 써야 하는거 아니니?" " 보너스 받은거에요. 어머니 쓰세요." 그리고 10만원을 더 꺼내어 손에 쥐어 드렸다. " 이건 아버지 술. 담배값에 보태세요." " 얘.... 이게 네 색시 줘야하는거 아니야?" 나는 말씀을 하시는 어머니의 팔을 붙잡고 소파 쪽으로 걸었다. " 잘쓸게 아들아." 어머니는 조그맣게 말씀하셨다. " 거기서 뭐했어?" 큰 이모께서 물으셨따. " 응, 우리 아들이 나 용돈 줬어." 하고 어머니께서 대답하셨다. 창피했다. " 얼마?" 이모가 어머니께 더 물었다. " 응~ 삼십만원~" 숨고 싶었다. " 어머~ 어머~ 얘~ 너는 아무튼 자식복은 있다니까~ 아들 잘 뒀어 정말." 나는 부끄러웠지만 어머니는 기분이 좋으셨는지 웃고 계셨다. 그냥 그렇게 사는 자식이 무슨 복인지... 비아냥으로 들렸다. " 어머니,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 아냐 필요한 것 없어." " 그럼 나중에라도 말씀하세요. 돈이든 옷이든 이불이든 뭐든." 어머니는 내 얼굴을 두손으로 붙잡으셨다. " 그냥 너랑 네 색시랑 재밌게 사는데 써. 나나 아빠는 신경쓰지 말고." " 나는 잘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되니까 말씀하세요." " 그래 잘 살고 있으면 됐어. 엄마는 그거 하나면 좋아." 어머니는 나를 껴안으시며 등을 쓰다듬어주셨다. 바라는 것이라고는 자식이 잘 사는 것 뿐이라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아직 하고 싶으신 것도 많으실테고 갖고 싶으신 것도 분명 그러할텐데... 미안한 마음에 마음이 아팠다. 무엇으로도 갚지 못한다는게 더 슬프고 마음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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