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인턴(The Inter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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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진 CEO와 은퇴해서 지루한 나날을 보내던 일흔살 노년의 이야기.
영화가 시작할 때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드니로라는 이름만으로 뭔가가 나오겠지 하며 바라보게 되는 영화.
CEO 줄스(앤 해서웨이)는 남편의 헌신을 바탕으로 5년 계획을 9개월만에 해치워 버리지만, VC(Venture Capital; 벤쳐 투자사)들의 압박에 못이겨,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려 한다. 아니, 남편에게 돌아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리고, 행복이라는 명제 아래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
ATF(AboutTheFit.com)의 사회 공헌 사업으로 시니어 인턴(노년 인턴)에 참여하게된 벤(로버트 드니로).
그는 40여년간 덱스-원이라는 전화번호부 제작사에서 일하다 은퇴했고, 아주 우연히도 ATF가 있는 건물이 그가 근무하던 공간이다. 물론, 그는 .mov , .avi(벤은 '닷 아비'라고 읽어주는 센스~를 발휘) , .mpg 가 무엇을 뜻하는 지도 모르는데다, USB를 쓰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9살짜리 손자 녀석에게 물어야 했던 그. 그가 인터넷 기업에서 CEO를 직접 좌지우지하는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다.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남녀는 점차 물들어 간다. 물론, 성적인 케미컬이 아니라, 비지니스 케미컬로.
CEO의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CEO가 찾지 않자, 벤은 그간의 연륜으로 주변 직원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돕고, 일할 수 있도록 해나간다. 냉랭한 여자 친구와 다시 이어주기도 하고, 해법이 없는 숙제들을 해결해 주기도 하고, 하루 14시간을 일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던 비서의 존재감을 살려 주기도 한다.
1. 성공한 수퍼우먼의 상실감은 누가 채워주는가?
줄스가 해낼 수 있는 일보다 해야할 일은 자꾸만 쌓여간다. 매번 회의 시간을 늦춰야 하며, 직원들의 이름 따위는 기억도 할 수 없고, 몇 주전에 했던 회의의 내용은 기억 속에서 깔끔하게 지워져 버린다. 하지만, 줄스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
영화는 성공한 수퍼우먼 하나가 맞이 하게 되는 두 가지 문제를 이야기 한다.
첫 번째로 인간적인 능력의 한계.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줄스. 하지만, 일은 제대로 되지 않고, 투자사들은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서, 회사가 더 빠르게 성장하기를 원한다.
두 번째로 성공한 CEO의 여성적 한계를 이야기 한다.
한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녀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남편의 생각이라고는 하지만, 전업 주부 역할을 수행하는 남편은 점점 멀어져만 가고, 결국 바람을 피우고 만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혼해야 할까?
성공한 남자 CEO를 바라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성공한 수퍼우먼"을 바라보는 야릇한 눈길이 드러난다.
2. 물론, 해법은 다분히 헐리우드 방식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녀 곁에 아주 극적으로 일흔살의 경험 많은 벤을 자리 시킨다. 물론, 우연이라는 허울을 반복하지만, 그는 신뢰를 얻고, 줄스의 비어 있는 틈을 채워주고, 챙겨준다.
문제를 가진 주인공을 돕는 절대선과도 같은 벤은 그녀가 해결할 수 없는-아니 사실은 해결하고 싶지 않은-일 마저도 조언하고, 이야기해주고, 풀어가게 해준다.
결국 문제를 가진 수퍼우먼이 완벽체로 가는 길에는 경험 많고 충실한 남근이 하나쯤은 있어야 함을 말하려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대충 정리하면 이정도쯤...
(1) 성공한 CEO가 있고,
(2)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산적한 수퍼우먼
(3) 문제 해결만 하다 정작 가족의 평화는 위태롭다. 그녀가 완벽한 수퍼우먼이려 노력하기 때문에.
(4) 가족의 평화를 위해 바깥에서 문제를 해결할 뻔 하지만,
(5) 경험 많고, 똘똘하기까지한 일흔살 노인이(심지어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풀어주며, 해결해 준다.
(6) 결국은 해피엔딩.
3. 결론은?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 재미 있는 플롯과 안정감을 주는 연기만큼은 영화가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는 점을.
하지만, 지나치게 너그럽고, 슬기롭기까지한 벤과 성공했지만 부족한 줄스.
둘의 모습을 억지스러운 방법으로 풀어가는 영화는, 재미를 위해서 현실을 너무 많이 포기했다.
고작 18개월 밖에 되지 않은 회사에서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거나(물론,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작(?) 216명의 직원을 가진 회사가 18개월만에 흔히 시작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은 아니다), 일흔살 노인이 20대 직원들 사이에 순식간에 섞여서, 그만의 방법으로(손수건 건네기) 모두가 좋아하게 만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물론, 벤처럼 한 회사의 부사장으로 은퇴 하진 못했지만, 나름 당신의 세대에서는 인텔리의 길을 걸어왔던 내 부친의 고희때 모습을 떠올리면... 아니올시다.
불가.
안됨.
그럴 수 없음.
땅땅땅!
하게 된다.
과연 헐리우드 영화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재미로만 보아야 하는 영화들인 것일까?
하긴, 억지 감동을 사골 우려내듯 팔팔 끓여 내놓는 일본 영화들 보다야 낫다만, 현실에서 일어나기 정말 힘든 일만을 모아서 헐리우드 시스템 속의 거짓 재미로 포장된 영화, 심지어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국애들은 다 저렇구나, 멋있네, 혹은 훌륭하네 라는 문화 사대주의에 빠질 모습들을 생각해보면...
그냥 많이 아쉽다.
아 물론, 감독이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Somethng's gotta give; 2003년)이나, 사랑은 너무 복잡해(It's complicated; 2009년)를 만들었던 낸시 마이어스여서 이러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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