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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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생을 선택하고, 고르도록 강요 되어지고, 한 편으로는 누군가나 시스템에 의해서 선별되고, 골라내어 진다. 밥을 먹을 때도, 밥을 먼저 먹을지, 국을 먹을지, 반찬을 먹을지, 수저를 들지, 젓가락을 들지 선택하게 된다. 무의식에 가까운 선택지를 항상 부여받고, 답안을 골라낸다. 학교에 가도, 모임에 가도, 직장에서도 능력과 자질이라는 기준 아래 구분 되며, 심지어 구획 되어 이리 저리 나뉘어진다. 밥 한끼의 소중함보다도 삶의 의욕이나 욕구를, 더 길고 다양한 고민을 통해서 선택해야만 한다. 하지만, 난 정작 내게 솔직하지 못했고, 선택 받는 것에 더 익숙했다. 글에 대한 욕구와 꿈 역시도 부친과 누님의 강요로 접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잠시나마 도망에 성공했다 착각한 적도 있었다. 공학도, 공돌이로서가 아닌 순수 미술의 영역에 가까운 외부 작품전을 준비할 때. 남들은 시도 하지 않았던 시 한 편. 그리고, 그 시 한 편으로 작품 개요를 발표 하던 내 모습을 이상하고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교수의 눈을 통해서 내가' 잠시'라도, '글'이라는 영역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는 심각한 착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 그 뿐이었고, 이내 로트링펜으로 도면을 그리고, 우드락 접착제를 손과 코끝에 묻혀 가며 모형을 만들어야 했으며, 잊혀져야만 했다. 순종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지워져버린 몇 개의 선택 항목들. 그 항목들이 끊임 없이 날 괴롭히곤 했다. 그리고는 20여년쯤 흐른 뒤, 정말 우연히도, 말도 안되게, 돌발적으로 만난 레드홀릭스. 재미 삼아 정보 몇 개나 주워 먹으려던 내가, 처음으로 머릿속에서 끄집어 내놓는 이야기들은 사실 나 자신에게도 충격이었고, 내가 하는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찌보면, 복종에 가까운 지나친 순종이 만들어낸 비극의 껍질을 깨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나 보다. 아마도 야동에 대한 간단한 정보 몇 개를 챙기러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썰 게시판의 몇몇 이야기들이 내 호기심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한 쪽 구석에 차곡 차곡 쌓아둔 욕정에 가까운 욕망이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선택하기. 선택되어지기.
이젠 내가 고르련다. 이제는 내가 하고픈 일을 하련다.
잠시나마 포기했던 선택을 다시 굳히려 한다.
그 일들이 내 주변의 누군가에게 떳떳히 밝힐 수 있는 일은 아닐지라도. 어차피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길 바래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내게는 최소한 설사약의 도움 없이도 배출할 수 있는 배설이며, 머리부터 느끼는 오르가즘이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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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픈 회사일이 마무리 되면, 곧 돌아오겠습니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연말연시 잘 마무리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de Dumb Square.
P.S. : Special thanks to 이태리장인 & 섹시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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