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 OP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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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앉아. 갑자기 돌변한 태도에 긴장했는지 말없이 돌아 앉는다. 고개를 돌리며 뭔가를 물어보려 하는듯 했지만, 이내 앞을 바라본다. 그대로 있어. 질끈 동여멘 머리지만, 머리띠를 풀러내면, 머리가 찰랑 거릴 것만 같았다. 목 바로 위에 보푸라기처럼 부풀어 있는 짧은 머리카락들.. 그리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목선의 끝에서 시작되는 어깨가 잔뜩 움추려져 있다. 뒷목 가까이 입술을 가져가 본다. 하지만, 닿지 않도록, 내 입김은 느끼지만, 닿지 않게 다가간다. 그녀의 어깨가 살짝 살짝 떨려온다. 아마, 내 입술이 목에 닿으면, 그 떨림은 끝나겠지. 닿지 않고, 몇 밀리미터를 계속 남겨둔다. 그리고는 그녀의 양 손목을 뒤로 돌려 한손으로 움켜 잡는다. 그녀의 어깨가 더 떨려온다. 긴장이 느껴져온다. 그냥 있어. 아무 말 하지 말고. 어차피 나머지 20분도 내꺼잖아. 목 뒤의 솜털들을 수염으로 훑어간다. 닿을듯, 말듯. 목을 벗어나서, 솜털을 따라 어깨로 내려온다. 왼쪽 어깨의 끝에 닿았을즈음, 그녀가 고개를 돌린다. 그대로 있어. 다시 오른쪽 어깨로 갔다가 목 밑으로 돌아왔다. 등의 중앙부를 따라 흐르듯 내려간다. 중간쯤 내려왔을 때, 수염이 닿았다. 낮은 신음이 들려온다. 다시 위로 올라간다. 솜털들을 건드리며 올라간다. 갑자기 고개를 돌린다. 오빠.. 이상해. 이거.. 아.. 미칠꺼 같아. 그대로 있어.
그녀의 머리띠를 풀러낸다. 젊다. 머리카락 마저도 젊다. 찰랑찰랑 쏟아져 내리는 머리카락이 얼굴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아쉬움의 갈증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머리카락을 펼쳐 본다. 어깨의 절반쯤을 덮는 머리카락.
머리카락의 끝부분. 바로 아래부분을 따라서, 입맞춰 나간다. 가운데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가운데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머리카락의 가운데를 갈라내고, 척추를 따라 입맞추며, 올라간다. 중간 중간 보드라운 솜털들을 더듬어낼 때마다, 안타까운 신음이 나온다. 내가 쥐고 있는 그녀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벗어나려 하는가?
아직은 안되지. 잠자리의 날개를 떼어갈 때 즐겼던 희열 정도는 돌려줘야 풀어줄테니까. 그녀를 앞으로 기울여서 엎드리게 한다. 별다른 저항은 없지만, 온몸의 근육이 긴장했다는 것 정도는 느껴진다. 두 손은 여전히 내 손아귀에 잡혀 있다. 척추를 따라 훑어 내려간다. 둔부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손목에 힘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아직은 안되지. 왼쪽 어깨 근처에서 입김을 살짝 내뱉어 본다. 움추린다. 그녀의 쇄골 위를 스쳐지나간다. 내 숨결로.
그녀의 고개를 돌리고, 쳐다본다. 하얀 이마가 찡그려져 있다. 긴장한 표정. 불그레하게 달아오른 뺨.
얇고 날렵한 입술. 감정을 모두 숨긴채,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듯 하다. 입술. 조명때문인지, 아니면 하얀 피부때문인지, 검붉은 레드와인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입맞출까? 아니다. 턱에 조용히 입술을 내려놓아 본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인다. 내 입술을 기대하고 있는듯 싶다.
후훗. 내 날개를 떼어내면서 짓던 그녀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의 입술을 외면한채, 턱선을 따라 입술로만 움직인다. 귓가에 다다랐다.
머리카락 사이에 숨겨진 자그마한 귓볼. 귓볼을 머금는다. 그리곤, 멈춰선다.
열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다섯
넷
셋
10초도 지나지나 않아, 그녀의 입술이 내 귓가로 다가온다.
그리고, 내 귓볼을 잡아 문다.
이젠 내 날개를 뜯던 야비한 표정에 대해서는 정리가 된 것이다.
그럼 이제 즐겨볼까?
...
...
...
건강한 20대는 역시 폭발력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쥐어짜냈다.
그녀가 내게 장난을 쳤기에, 난 그대로 돌려주었을 뿐인데, 그녀는 불이 붙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주 오래전 알았던, 잊고 지냈던 그 옛날의 그녀가 겹쳐져 보였고, 난 급격히 과격해져갔다.
...
...
...
뭐야.. 오빠.. 처음엔 멍청하더니. 사람이 그렇게 돌변해요?
음...
오빠, 꽤 재밌는 사람같은데?
음...
우리는 말야, 오는 손님 몸동작이나 손가락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어. 근데 말야, 오빠는 좀 특이했어. 들어올 때 떨던 손가락,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호호호
음... 또 와. 그리고, 오빠 부를 예명 하나만 줘. 실장한테 오빠라고 이야기 하면, 이렇게 늦은 시간이라도 퇴근 안하고 기다릴께. 대신 손님 받을 때는 기다려야 하는건 알지? 딴 애 지명하면 죽는다? 예명 없는데... 훗.. 처음 들어올 때 모습이 꼭 바보 같았어. '바보' 어때? 아니, '바보바보' 해라. 두 배쯤 바보 같았으니까 말야 덤덤.. 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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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장이라는 친구는 내가 '혜빈'이를 찾을 때마다 전화기 너머로 음흉한 웃음으로 답하곤 했다.
혜빈이 한테 뭔짓을 하신거에요. 덤덤형님만 온다고 하면, 집에도 안가고 새벽 4시에도 기다려요. 흐헤헤.
...
...
...
오빠 안씻어?
음...
피곤해?
그냥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갈께.
응.. 누워 있다가 간다고..
응???!!!! 아 진짜로? 정말 그냥 그런다고?!!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그냥 오늘은 누워 있을께. 이야기 좀 하자.
으.......응............................
그...... 그래.
알았어.
어차피 오늘은 성욕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다. 그녀의 얼굴을 따라서 비춰지던, 그 옛날의 그녀 때문에 혜빈을 찾는 것인지, 아니면 혜빈의 몸뚱아리가 좋아서 찾는 것인지, 나 자신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도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 싶었다.
...
...
...
오빠, 나 이제 이 일 그만둘꺼야.
음...
내가 이야기 안했던가? 유학 간다고? 캐나다로 갈꺼야.
음... 아니.
순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예전의 그녀가 떠난 곳이 캐나다 '오타와'였기 때문이다.
모은 돈이 좀 빠듯하긴 한데, 언젠가부터 좀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입학허가는 받았어? 비자는? 아이엘츠는? 전공은? 준비해야 할 일이 꽤 많을텐데?
오... 갑자기 나한테 관심이 생겼네? 기분 좋은데?
근데, 아이엘츠까지? 그런건 또 어떻게 다 알아?
아.. 그게.... 그게 말이지.
수상한데? 솔직히 말해봐. 직업이 유학원 알바라도 되는거야?
아니면 캐나다 숨겨놓은 여자라도 있는거야?
#4에 계속.
de Dumb square
P.S. : 손을 좀 보다보니 이야기가 또 늘어지네요. 가급적이면 #4에서 끝내겠습니다. 지루해도 참아주시길 ^^
P.S.2.: 좋아요.. 눌러주시는거 굉장히 좋아합니다만.. *쿨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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