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 OP걸 - 뒷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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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 기간 동안 여유가 좀 있어서 정리해두었던 글 올라갑니다. 5~6편 가량 될듯 싶습니다. 정리하다보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 OP걸 본편은 익명 게시판에서 "OP걸"로 검색(제목 검색)하시면 됩니다.
# 앞서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사용된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혜원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구지 만나고 싶진 않았다. 한 때의 OP걸이었던 그녀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꾸만 소진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었고,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또 다시 미친 듯이 그녀를 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아직 어리다. 그것만으로도 더 나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되질 않는가? 내가 그녀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았지만, 내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문자가 결국은 전화를 걸게 만들었다. "오빠, 나 지금 많이 아파" ... ... ... 잠시 바라봤을 뿐인데도 그녀가 연약해져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그녀의 입을 통해서 듣는 것이 더 나을테니까. 아주 온거니? 아니면, 잠시 들어 온거야? ........................................ 들어와서 친구들은 많이 만났고? ........................................ 많이 수척해 보이네. 몸보신이라도 하자. 삼계탕 먹을래?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던 혜원이 갑자기 복식 호흡하듯 웃기 시작한다. 참으려고 해도 안되는 듯 보였다. 하긴, 미련한 놈이지, 갑자기 삼계탕이 왜 튀어 나오나. 삼계탕이..
어디가 아픈지 몹시 궁금하긴 했지만, 직접 물어볼 수 없어서 에둘러 이야기 한다는 것이 수척해진 모습에 몸보신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난데 없이 한겨울에 삼계탕으로 이어졌나보다. 멍청한 놈.... 하하... 삼.. 삼계탕이라고요? 오빠 쌩뚱 맞은건 여전하네요. 뭐 그덕에 내 입 여는데 5분 밖에 안걸렸네. 갑자기 분위기가 역전됐다. 순간 혜원에게 또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 너 그럼 안 아픈 거야? 호호... 아프긴 아파. 마음이!!! 아주 뻐~~~엉 뚫렸어요~~ 근데, 아프다고 해야 만나주고, 아주 비싸요. 비싸!!!! 장난을 치긴 했지만, 실제로도 많이 힘들었나 보다. 사귀던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잠시 방황하기도 했고, 공부가 힘들어서 지치기도 많이 지쳤다고 한다. 그래도 생기가 돌아온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안심이 되기 시작했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니, 이렇게 예쁜 아가씨를 놈팽이들이 그냥 놔뒀단 말야? 다들 백내장에 교정도 안되는 난시라도 있데? 하하! 말투하고는... 어떻게 사람이 변하질 않니~ 변하질~~ 어디 가서 그런 아저씨 말투 좀 쓰지 마요. 제발~ 뭐, 그냥 다른 사람이 눈에 잘 안들어와요. 그래도 남친 있을때는 의지도 하고, 도움도 됐는데, 없으니 허전하고,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기껏 한국 들어왔더니 덤덤오빠 마저도 찬바람 쌩쌩 불고...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비슷한 또래에서 찾아봐. 내 옆머리에 흰머리 좀 봐라. 이제 제법 올라오고 있다고. 잘 안보이네요~~~ 핑계 치고 좀 치졸하시구요~~~~~~~~ 근데, 나.. 잘 몰랐는데, 아저씨들이 더 좋은가봐~ 어떡하지 덤덤오빠? 여전했다. 힘에 부친 유학 생활에 부쩍 야위긴 했지만, 그녀 특유의 생기 있는 모습은 여전했다. 걱정이 되서 만나긴 했지만, 이쯤 해야 한다. 그냥 일어설까도 싶었지만, 야윈 그녀의 모습을 보면 너무 매정하지 않나 싶었다. 저녁이라도 챙겨 먹이고, 빨리 자리를 떠야겠다 싶었다. 저녁 먹자. 뭐 먹고 싶어? 삼.계.탕! 아..... 너.... 정말... 왜? 몸보신 시켜준다면서요~ 호호 결국, 한방삼계탕이라는 글씨가 커다랗게 간판에 찍힌 삼계탕 집을 찾았다. 하긴 어쩌면 잘됐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생기 있는 척하지만, 그녀는 분명 힘에 부쳐 보였다. 몸보신이라도 되었으면 싶었다. 오빠, 모주가 뭐야? 너 삼계탕집 처음이구나? 응? 아... 응... 막걸리에 한약재 넣어서 만든거야. 삼계탕이나 해장국 먹으면서 해장술로 한 잔 쯤 더 하는... 뭐 그런 술. 안독해? 결국은 막걸리니까. 막걸리만큼이겠지. 그냥 간단하게 반주로 한 잔 정도만 하는 술이야. 그럼 딱~~~ 한 잔 만 하자? 응? 간단히 만나서 이야기할 생각으로 차를 가지고 나왔다. 대리 운전을 부르고 안부르고는 문제가 아니지만, 혜원과 술자리를 하면,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떠오르는 소진을 향한 내 본능과 인내심이 어떻게 작동할지 알 수가 없었다. 너만 마셔. 난 됐어. 차도 있고.. 에이.. 술꾼이 왜 이래~ 오빠도 딱 한 잔! 한 잔만 마셔~ 혼자 마시면 재미 없단 말야~ 옆자리로 건너온 혜원은 내 옆구리를 파고든다. 매번 혜원에게 당했던 애교에 또 당하고야 말았다. 결국은 한 잔이, 네 잔이 되어 버렸고, 자리를 옮겨 소주로 이어져 버렸다. 바보 오빠... 밥밥~ 밥~ 바압~~바보~ 오빠야~ 음.. 많이 마신거 같다. 가야겠다. 돌아갈 때까지, 밥 좀 잘 먹고 튼튼해져서 돌아가.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1년만에 만난 혜원의 얼굴에 자꾸만 소진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애초부터, 술까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벌써 4병째. 미련한 놈. 난 그래서 바보 인거야. 그냥 가면 후회할 텐데~~~~ 후~~회~~~! 밥팅아. 택시 불렀어. 나가자. 그녀만 택시에 태워 보내려 했다. 하지만, 술집을 나온 그녀의 다리가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그녀를 택시에 태우고, 잠시 더부살이 중이라는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택시 뒷자리. 내 무릎에 누워 졸고 있는, 그녀의 하얀 목선이 유독 갸냘퍼 보인다. 단발로 짧게 자른 머리는 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어찌 보면 그녀의 목선을 좀더 살려주고 있는 것도 같았다. 택시에서 내렸다. 그녀의 친구 정현이 나와서 다리가 풀린 혜원을 부축한다.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잠깐 들어왔다가 가세요. 아.. 아뇨.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음.. 이제 9신데요? 아.... 그게... 그냥.. 갈께요. 후훗... 안잡아 먹어요. 커피나 한 잔 하시고 가세요. 결국 혜원을 업고 계단을 오른다. 빌라 2층까지 오르는 계단은 경사가 꽤나 가파랐다. 그냥 정현에게 맡기고 갔으면, 꽤 고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녀는 침대 보다는 쇼파에 앉고 싶다고 했다. 그녀를 쇼파에 앉혔을 때, 술기운인지, 아니면 원래 하고 싶었던 소리인지 모를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2에서 계속. de Dumb sqa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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