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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 OP걸 - 뒷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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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된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야! 이 새끼야.. 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대체 왜 그래?
다른 새끼들은 못 가져서 안달인데, 넌 왜 자꾸만 도망만 가는 거야?
왜 그러는 거야!!! 이 바보 새끼야!
자꾸 도망가니까, 쫓아갈 수 밖에 없잖아!
왜 날 이렇게 만드는거야!!!!
왜!!!
왜!! 이 나쁜 새끼야!
 
그대로 얼어 붙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직업 때문에 생긴 버릇인지 모르겠지만,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을 가장 싫어하고, 부담스러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는 빨리 벗어나려 노력하고, 애초부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회피 하려 한다. 애초에 혜원을 만나면서 생각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닌데. 생각하고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정말 딱 질색인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숨이 나온다.

사실 나라고 혜원이 싫을리 있겠나. 생기 있고, 불같은 성격, 게다가 다부지게 자기 삶을 하나씩 준비하고 뛰어가는 모습.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여자의 모습이다. 그 옛날 소진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혜원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소진의 모습 때문에 온전히 혜원만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소진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그녀를 이용해 먹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돈을 주고 그녀의 시간을 살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이대로 젊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도록 놓아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하다 뒤를 돌아보니, 소리를 치던 혜원은 어느 사이엔가 잠이 든 모양이다.
 
옆에서 처절한 내 표정을 바라보던 정현이 입을 연다.
 
오빠… 아..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며칠만이라도 혜원이 좀 돌봐주세요.
사람이 그리워서 들어왔어요.
오빠 만나러 나간다고 오늘 얼마나 난리였는지 아세요?
그냥.. 그냥 며칠만 같이 밥 먹고, 영화도 보고, 바람도 좀 쐬고, 수다도 떨어주세요.

 
후……….
 
어차피 연휴잖아요. 연휴 기간만 같이 계시다 가세요.
겨울 방학은 어차피 짧은 것도 아시잖아요. 연휴 끝나면 혜원이 다시 돌아갈꺼에요
 
휴……
 
참 저 방 쓰시구요.
혜원이는 제가 데리고 잘께요.

맞을지 모르겠는데, 이거 입으세요. 군대간 동생 옷이에요.

 



 
결국은 정현의 설득에 굴복했다. 아니, 어쩌면 굴복이 아니라, 아니라고는 하고 있지만, 저 아래에 있는 내 의식은 오히려 강렬하게 원하던 것이었는 지도 모른다.
 
침대에 누웠다.
 
베개에서 혜원의 내음이 풍겨 나온다. 그 며칠 사이, 침대에 그녀의 향기가 베인 것일까?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가 몸을 마비 시키다가, 흥분으로 끌고 가기 시작한다. 향기만으로 몸이 반응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서서히 내 것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참을 수가 없다. 
 
향기.
그녀의 향기.
마비 되어 가는 몸.
부풀어 오르는 나.
 
어느샌가 자위를 시작해버렸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망각하고, 미친 듯 자위를 한다.
그녀의 향기가 자꾸만 날 자극한다. 미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동물이 내는 신음인양 울부 짖는다.

사정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 마찰에 얼얼해질 때까지 자위를 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렸다.
 
내가 지금 뭘 한거지? 미친놈. 넌 지금 뭔가를 놓치고 있어. 넌 지금 제정신이 아닌 거야.
자괴감이 밀려온다. 나 자신이 한없이 미련하고, 처량해 보인다.
 
혜원의 친구 집에서 미약에라도 취한 듯, 그녀의 향기에 취해 발기하고, 자위까지 해버리다니. 내가 왜 이러는 걸까. 이성이 마비되어가고 있었다.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고 있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고, 가장 증오하는, 누군가 때문에 나 자신이 흐트러지는 상황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침대에 다시 누웠지만, 불편하다. 마음부터 몸까지 모두다.
몇 십 분을 뒤척였지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나왔다. 문 바로 앞 식탁에 정현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얼굴이 붉어져 온다. 자위를 하다 내지른 소리를 정현이 모두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티내지 않았고, 아무 것도 듣지 못한척 술잔을 들며 이야기 한다.
 
같이 한 잔 하실래요?
음…. 혜원이는요?
 
자요. 잠꼬대인지 웃다가, 울다가 하면서 자네요.
옆에서 술 냄새 맡다가, 지겨워서 저도 술 한 잔 하려고요.
 
안주라고 해봐야 전자렌지에 대충 돌린 스팸 몇 조각과 풀죽은 샐러드 뿐이었다. 술을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은 아니었지만, 민폐를 끼치는 입장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냉장고 좀 열어 볼께요.
네? 왜요?
제대로 된 안주도 없이 술 마시는 모습이 좀 그래서요. 간단하게 뭐라도 해볼께요.
요리도 할 줄 아세요?
그냥 조금요.
 
냉동실에서 언제 사두었는지 모를 삼겹살이 보였고, 냉장실엔 야채도 몇 가지 보였다. 삼겹살을 해동하고, 양파, 애호박, 피망, 그리고 약간의 마늘과 고추장을 넣고 볶았다. 급할 때 대충해 먹곤 하던식대로다. 상추가 있으면 더 좋으련만...
 
그냥 대충 먹어봅시다.
우와…. 보기보다 맛있어요~
오빠 요리 잘하는데요?




 
짧은 커트 머리. 넓은 이마. 옅은 눈썹과 달리 쌍꺼풀 밑의 날렵한 눈매는 조금은 매섭기까지 하다. 오똑 솟은 콧날이 날렵하다. 얇은 입술. 술기운에 발그레한 뺨. 혜원과 달리 조금은 강한 인상이지만, 그녀 역시 예뻤다. 게다가,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밝게 웃는 모습도 혜원 처럼 생기가 느껴졌다. 나이에 비해 제법 센스도 있었고, 말투도 성숙했다.
 
술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다.
 
정현은 설계사무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입사 3년차의 직장인이 겪을 고충들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박봉에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건축사의 꿈 하나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건축사가 되려면 몇 년은 더 밑바닥에서 고생해야 할 테니, 안봐도 그녀가 고생하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소주가 바닥 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현이 갑자기 입을 연다.
 
오빠… 난 어때요?
응? 무슨…..
혜원이 보다 안 이뻐요? 나 같은 스타일은 싫어해요?
음……
 
정현의 눈이 떨리고 있었다. 날렵해서 매서워 보이던 눈매는 온데 간데 없다. 상황이 위험하게 꼬여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정현은 재빠르게 말을 이어간다. 
 
혜원이가 오빠 처음 만났던 날 이야기 해줬어요.
나 궁금해요.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왜 혜원이가 저러는지.
알고 싶어요.
그냥 알고 싶을 뿐이에요.
혜원이 아마 취해서 일어나진 않을꺼에요.

 
아…. 무슨 말인지…
너무 피곤해서 자야겠다..

 
말이 길어지면 일이 꼬일 수밖에 없다. 서둘러 방문을 열고 들어섰지만, 뒷통수가 간지러워진다. 닫힌 문을 뚫고 그녀가 쳐다보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사실, 정현이 하는 말들, 단어 하나 하나의 의미까지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발악 중이었다. 정현이 이야기하는 것을 받아 들이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
 
안된다. 안될 일이다.
 
자리에 누웠지만, 머리가 어지럽다. 술기운 때문만은 아니다. 생각들... 욕망들... 서로가 난잡하게 얽히고, 섥혀서 날 괴롭힌다.
 
...
...
...
 
갑자기 문고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3에서 계속.
 
de Dumb square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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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6-01-05 16:15:18
소설같네요
익명 / 감사합니다. ^^
익명 2016-01-05 09: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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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6-01-05 02:32:32
'좋아요' 백만개!
익명 / 좋아요. 감사합니다 ^^ 유독 좋아요 좋아라 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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