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 OP걸 - 뒷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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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이 이상하게 올라가서 삭제하고 다시 올립니다.
# 사용된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하…………하아..………….하…......
흐.............하.......………하아.... 혜원의 신음 소리는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작고, 낮았다. 쉽게 높아지지 않는다. 감정을 누르려, 숨기려 안달이라도 난 듯, 그녀의 신음 소리는 불안해 보였다. 산을 넘기는 커녕.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고, 내 머릿속은 더 복잡해져만 갔다. … … … 정현을 뒤에 남겨두고 문을 닫았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단지 혜원이 아프다는 이야기 때문에 나선 길. 사실 그녀가 아프다고 해도, 중병에 걸렸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저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싸구려 동정이나 나눠주고 올 생각이었다. 그저 잠깐 만나고, 차 마시고, 잠시 잠깐 애닳은 동정으로 내 마음의 부담이나 털어버리려고 했던게지. 하지만, 그녀의 장난에 또 한 번 속아 넘어갔고, 너무도 예쁜 그녀를 남겨두지 못하고 결국은 술자리가 이어졌다가 결국은 그녀가 머무는 곳까지 왔다. 이미 난 여러 번 도망갈 기회가 있었다. 단지, 일부러 모른체 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젠 나 자신에게 좀더 솔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 내가 선택했던 일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사실은 내가 정말로 원하던 것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일부러 감추고, 숨기고, 거짓으로 속여왔지만 결국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난 결국 끝까지 혜원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야한다. 이대로 떠나야 한다. 문밖에선 정현이 뒷정리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현이 정리를 끝내면 떠냐야한다. 가야한다. 가야한다. 가야만한다. 갑자기 문밖이 조용해졌다. 정현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혜원은 그대로 자고 있을까? 머리가 아프다. 피곤하다. 지친다. 정현이 방으로 돌아간 것 같다. 20분만 기다리자. 그녀만 잠이 들면, 난 조용히 이 집을 떠나면 된다. 그리고, 조금 지나 문고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혜원일까? 잠에서 깨어난 것일까? 라며 고개를 돌려보았다.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혜원이 아닌 정현이었다.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고 들어선 그녀의 모습은 커튼 사이 달빛에 반사되서 마치, 빛이라도 나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당장이라도 손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안된다. 이것만은 안된다며, 이성이 끝까지 억누르고 있었다. 그녀가 다가선다. 그녀의 움직임은 조금의 주저함이나 망설임 조차도 없었다. 마치 내 것임을 주장하기라도 하는 듯, 그녀는 내게 다가왔다. 그 당돌한 돌진에 좀전까지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잊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갔다.
막아야 한다.
막아야 한다. 그런데, 너무 아름답다. 갖고 싶다. 갖을 수 있다. 원한다면, 아니 원치 않아도 그녀를 가질 수 있다. 막지만 않는다면 그녀를 내 손에 넣을 수 있다. ... ... ... 당돌한 움직임, 거침 없고, 저돌적인 몸동작. 그녀는 순식간에 내 옷을 벗겨 냈고, 내가 머릿속에서 갈등하는 동안 손과 입으로 거침없이 나를 더듬고, 집어 삼켰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혹시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가 잡고 있던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더이상은 거추장스러운 이성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결국 그녀를 갖고야 말았다. 혜원의 향기가 물씬 풍겨 나는 침대에서 정현을 취했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여인이 아닌 다른 여인을. 혜원의 향기에 취해서 혜원을 떠올리며 그녀를 공격해 나갔다.
이성의 끈을 모두 놓아버린 난, 정현을 짐승처럼 다뤘다. 그녀의 신음 소리는 커지고 깊어져 갔다. 방안에는 둘의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혜원의 향기가 내 모든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고, 난 얼마나 큰 소리인지 모르게 미친 듯 소리를 질러 댔다. 정신을 차렸을 때, 정현과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술에 취해 자고 있어야 할 혜원이 문가에 서 있었다. 알 듯 모를 듯 야릇한 미소를 띄고 있는 혜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혜원을 바라보고 있는 정현. 두 여인 사이에 옷뿐 아니라, 마음까지 발가 벗겨져 버린 나. 가관이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혜원과 만나고 나서, 하루 종일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고, 왜 이러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갈팡 질팡하는 나 자신이 증오스럽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건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말 이 꼬인 매듭은 풀어나갈 수는 있는 걸까?
정현이 일어나서, 방을 나선다. 수치심이나, 죄책감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먹고 싶은 것을 잔뜩 먹고 난 뒤의 포만감처럼 보이는 표정. 발걸음마저 도도하다.
정현이 방을 떠나자, 혜원이 내게로 다가온다.
짜악~~~~~~~~~~
뺨과 귀가 얼얼할 정도로 강하게 맞았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이야기한들 어떻게 이야기한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녀의 입술은 뭔가를 이야기 할 듯 말 듯,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지만,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조용히 내 옆에 등을 보이고 웅크린다. 외로워 보였다. 주저 하고, 망설이다가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그녀가 웅크렸던 몸을 펴기 시작하고, 날 바라보며 돌아 눕는다. 그녀의 눈은 한없이 많은 말을 하고 있지만, 입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를 안자, 침대에서 나던 향기보다 수 백배 쯤 강한 그녀의 향기에 취해 온몸이 마비되어갔다. 그렇게 마비되어갔다. …
… … 정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을 준비했고, 혜원 역시 아무런 말 없이 아침을 먹는다. 입맛이 없다. 첫 숟가락을 뜨다 말고 일어서려 했다.
앉아요. 아침은 먹어야죠.
낮게 깔린 정현의 목소리는 근엄하기까지 했다. 조용히 이야기 했지만, 반드시 따르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았다. 혜원까지 옆에서 거든다.
많이 피곤할텐데, 먹어야 힘이 나지. 밤새 나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잖아. 밥이라도 먹어야지. 오늘 나랑 놀아주다 쓰러지면 어쩌려고요.
혜원의 말은 방점을 찍으려 던진 말이다. 끝까지 마무리도 못한 정현과 나는 다르다 라고 선언하는 것이었다.
두 여인 사이의 분위기가 냉랭하다. 호수 한가운데의 살얼음판을 바라보는 나. 그리고 뒤에서 두 여인이 서슬 퍼런 칼을 들고 위협한다. 그 칼들에 밀려, 얼음판으로 한 걸음씩 밀어 붙여져 가고 있다. 얼음판은 곧 꺼질 것이고, 난 물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4에서 계속 de Dumb squa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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