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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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기운에 그녀를 떠올리지 말아야 했다.
전화를 하지 말아야 했다.
전화를 하였어도 다시 만나지 말아야 했다.
부질없는 정은 애초부터 남기지 말아야 했다.
끊으려 마음 먹었던 인연, 아니 이미 끊었던 인연은 그렇게 내버려 두었어야 했다.
그녀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전화 번호도 바꾸고, 숨기듯, 도망치듯 떠나와 놓고, 왜 그랬을까?
나도 잘 모른다.
하긴, 나도 잘 모르니까, 나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일까?
최근 몇 년간 했던 일 중에서 가장 후회스럽다.
술기운에 정신 없이 그녀의 흔적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결국은 찾아냈다.
먼지가 내려앉은 듯, 잊고 지내던 구글 드라이브 폴더 저 아래쪽에 숨겨둔 파일에서.
목소리만으로 나를 알아봐주던 그녀.
갑작스러운 연락에도 반가워해주던 그녀.
차라리 날카로운 목소리였더라면...
차라리 화라도 냈더라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너무 잘 맞는다.
너무 잘 맞아서 무섭다.
그녀만 곁에 있으면 다른 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곁에만 있고 싶어 지니까.
다시 떠나야 한다.
아마도 떠나고 말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떠날 수가 없다.
종국에는 그녀를 다시 버릴테지만...
제길.. 나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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