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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풋나기의 첫사랑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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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현아."
 
"응?"
 
"또 올거제?"
 
'띵동, 드르륵~'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몇발짝 걸어 엘리베이터 위에 오른 뒤, 뒤돌아서 1층 버튼을 찾아 누르고 그제서야 나는 늦은 대답을 한다.
 
"아니. 인제 안올건데?"
 
'덜컹~ 드르륵~'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시작하고, 실망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지은이의 모습도 문틈사이로 점점 좁아져간다. 
 
 
음...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우선은 쪽팔렸다. 진짜 너무너무 쪽팔렸다. 내 얼굴 표정, 몸의 반응, 화장실 도피, 체육복 바지까지, 무엇 하나 쪽팔리지 않은 게 없었다. 뭔가 잘 짜놓은 함정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고, 나를 끌어들인 지은이가 원망스러웠다. 심지어 그런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도 아무말 않는 지은이가 기분나쁘게 느껴졌다. 분명 속으로는 비웃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뭐 이런 나를 찌질하다 욕해도 어쩔 수 없지만... 무엇보다 겁이났다. 1년여 전부터 지배적으로 내 머릿속을 들쑤셔 놓고 있는 이 망할놈의 호기심... 뭔가 갈망하고 또 갈망해도 얻을 수 없었던 미칠듯한 궁금증에 대한 답이 눈앞에 펼쳐지긴 했는데, 왠지 무슨 금단의 열매를 맛보는 듯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 역시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났다. 1주일이 1년같았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이다. 누구 털어놓을 만한 친구도 없다(또 변태로 소문나면 곤란하다). 눈만 감았다 하면 그때 그 장면들이 아른거리고, 잠에서 깨어보면 속옷이 축축하다. 무엇보다 힘든건 어쨌든 나는 계속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고, 꾀병도 하루 이틀이고, 맨날 맨날 지은이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써 태연한 척 해봐도 볼때마다 벌겋게 닳아오르는 얼굴은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다행인건 이제 3일만 더 버티면 방학이라는 사실이다. 얼굴만 안마주치면 그래도 좀 괜찮아 지겠지... 그날 오후, 집에 도착해서 책가방을 푼다. 무심코 집어 올린 교과서 사이에 끼인채 달려 올라오다 책상 위로 툭 떨어지는 꼬깃꼬깃 접혀있는 쪽지 하나... 보는 순간 누군지 직감할 수 있었다. 
 
'방학식 끝나고 교회 뒤에 있을게'
 
미친... 또 무슨 험한 꼴을 당하라고...
 
 
방학식 당일...
다들 무척이나 들떠있다. 통제가 안된다. 습관 처럼 "주목!" "조용!"을 외치는 담임이지만 평소처럼 근엄한 표정은 아니다. 그냥 뭐 그러려니 하나부다. 교장 훈화, 탐구생활 + 방학숙제 + 일기(제기랄...), 담임의 전달사항 및 당부(이거 하지마 저거 하지마), 소집일, 비상연락망, 이제 거의 끝나 간다. 아이들이 서로 먼저 튀어 나가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가 채 끝나기도 전에 걸상을 박차고 일어나는 소리가 요란하다. 방학을 남들보다 1초라도 더 일찍 시작하고 싶은 간절함이랄까?ㅋ 뭔가 되게 즐거운 기운들이 교실을 가득 매우고 있다가 복도로, 또 운동장으로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뭐, 나는 사실 그렇게 설치는 타입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어찌나 시크한지...; 거의 맨 마지막으로 일어나 교실 밖, 복도를 따라, 계단을 내려와, 현관을 나와, 운동장 옆 보도를 따라, 교문 지나 좌회전... 여기서 우리집 까지 걸어서 15분.
 
그 익숙함을 뒤로 한채 나는 오늘 우회전... 미친...ㅠㅠ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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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6-02-02 07:35:43
다음 편 부탁드려요
익명 / 아직 안 올라왔네요.ㅋㅋㅋㅋ 발각되는 즉시 퍼나르겠습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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