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나는 왜 남성성을 포기했는가에 대한 썰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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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쯤에 혜정이 아빠가 집에 들어왔고 강제로 기상당했다. 이유는 잘 알거라 생각해. 고3인데다가 맥주캔 널브러져 있었으니까 당연하겠지.혜정이는 이미 일어나서 고개숙이고 벽쪽에 서있었고 혜정이네 아빠는 나한테 '넌 누군데 여기서 자고 있냐'고 나한테 추궁했다. 난 할 말 없어서 가만히 죄송합니다만 반복했고.'고3이 정신 못차리고 남에 집 와서 술이나 처먹었다'고 그자리에서 엄청 혼났다. 혼났다기 보다 일방적으로 욕을 들었음. 그러다가 내 머리짧은거 보고 남자냐고 묻길래 남자라고 했다간 나나 혜정이나 둘다 초상날거 같아서 아니라고 잡아 뗐다. 가발은 아마도 이불속에 내팽겨쳐져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안보였거든.아무튼 그때는 그냥 넘어갔는데 혜정이 반바지랑 반팔 빌려입고 있어서 '설마 남자애가 딸내미 옷을 입진 않았겠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혜정이는 벌서듯이 아무말도 못하고 계속 서있고 아저씨는 나한테 어디사는 애냐 혜정이는 왜 끌어들였냐는 식으로 경멸하는 투로 한시간 넘게 설교 했다.괜히 심경 복잡한 사람한테 잘못걸려봐야 좋을 거 없어서 난 그냥 앞으로 이런일 없게 주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대답했고.8시거의 다되서 쫓겨나다싶이 혜정이 집 나왔는데 혜정이 옷 입은 상태로 돌려주지도 못하고 그 상태로 나왔다.집에다가는 도서관 간다고 공갈치고 나온 상태라서 집에도 못갔음.그래서 진짜 도서관 가려고 했는데 책을 안가지고 나와서 그날 그냥 공원 화장실에서 옷갈아입고 벤치에 앉아서 졸면서 시간 낭비하다가 엄마 아빠 다 나가는 시간에 맞춰서 낮 12시쯤 들어감. 들어오자마자 씻고 누워서 혜정이한테 문자를 꽤 많이 보냈는데 그날은 단 한통도 답장이 없었다 걱정때문에 그날은 거의 아무생각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음.그 다음날에 학교 나가서도 혜정이 생각만 했다. 아빠가 왔는데 아무말도 못하고 벽에 서있던걸 보면 그 쪽 집안 가정교육이 꽤나 엄했던거 같았거든. 걱징 많이 했다.쉬는 시간에 혜정이가 좀처럼 안오길래 문자 보내봐도 답장도 없어서 보충수업때까지 수업에 집중도 못하고 뭐에 홀린 사람처럼 지냈다. 혜정이가 온건 석식시간 때였는데 혜정이는 날 보자마자 굉장히 미안해했다. 사람 불러놓고 잠도 제대로 못잔상태로 쫓겨나게 해서 미안하다고.그리고 자초지종에 대해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아빠한테 폰을 뺏겼다고 했다. 앞으로 연락이 잘 안될거 같다면서 고3이기도 하고 수능 끝날때까지는 각자 자기 해야할 일 하는게 맞는거 같다고 하는데 난 그때 하마터면 울뻔했다. 수능이 반년도 안남은 시점이기도 했고 혜정이 말이 틀린건 아니어서 딱히 뭐라 할수도 없었음. 그날 야자끝나고 혜정이랑 같이 집에 가면서 여러 얘기를 많이 했다. 혜정이는 자기 스트레스 때문에 나까지 피해 보게 하는건 싫다고 하는데 분명 아빠한테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았음.내가 '너희 아빠가 뭐라고 하셨냐'고 물어보는데 혜정이는 명확한 답은 안하고 그냥 흘러넘겼던거 같다. 마지막에 '수능 끝나고 놀러가자'고만 해서 많이 불안했음,. 버스 정류장에서 혜정이랑 헤어지고 집에 가면서 혜정이 표정을 봤는데 많이 우울해보여서 나도 집에와서 많이 힘들어했다.왠지 영원히 이별하는 기분이 들었거든.그 다음부터는 딱히 쓸게 없다. 혜정이는 어쩌다 석식시간때 한 10분정도만 있다가 자기반으로 갔고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아마 그날 아빠한테 혼날때 뭔가 정곡을 찔렸거나 스스로 생각하게끔 하는 그런 소리를 들었지 않았나 싶다.나는 괜히 다 내 잘못인거 같고 내가 그날 혜정이 몸을 탐했던 천벌이라 생각하면서 한동안 많이 자책하면서 살았음. 다행히도 혜정이는 집안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공부한다'는 핑계로 도피하고 있었다고 했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말려 들어갈때 이외에는 아빠랑 대화도 잘 안했다고 하니까. 걔 나름대로는 방법을 찾긴 한거 같았다.그래도 나는 혜정이랑 교류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그런지 한동안 공허한 생활을 계속했다. 괜히 일주일정도 혜정이한테 매일 문자도 보내봤는데 답장안와서 포기함 그나마 유일한 낙이라고는 야자끝나고 같이 집에가는 거였는데 그마저도 학원 등록했다면서 애가 야자를 빠지면서 사라짐.비록 몇개월이긴 해도 나한테 커다란 존재였던 혜정이가 없어지니까 고통스러웠음. 집에 돌아오면 혜정이랑 같이 만든 폴라로이드 앨범 보면서 혼자 질질 짜고 그랬다.근데 그것도 시간 앞에는 장사 없었다. 여름방학 되니까 슬슬 혜정이보다 내 문제가 조금씩 걱정되더라.7월말이었는데 수능까지는 4달도 안남았고 나는 아무것도 준비를 안했거든.모의고사에서도 제2외국어 일본어만 봐줄만했고 나머지는 4등급을 넘는게 없었다. 거의 다 5랑 6... 영어는 3등급 찍긴 했는데 찍은게 꽤나 맞은 거라서 진짜 성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많았고.방학보충때 담임이랑 얘기했는데 우리 담임이 일본어 담임이었거든. 담임은 차라리 일본 유학 생각해보는게 어떻냐면서 EJU 시험 준비해보라고 기출문제 몇장 복사해서 줘서 집에가서 풀어봤는데 노답이었다.상식적으로 한국에서 보는 시험도 다 틀리는 마당에 일본어로 된 문제 푸는게 잘 되겠노. 안되지.그리고 무엇보다 혜정이랑 떨어지는게 마음에 안들었고.게다가 JLPT라고 일본어능력검정시험이 있는데 여기서도 N1등급 (최고등급)을 따야지 대학 골라지기가 쉬웠기 때문에나는 일본 대학도 못갈듯 싶었음. 아마 JLPT 까지 안보는 학교도 있었을텐데 그런 학교는 가봤자 차라리 지방대 가는게 나을정도였음. 기숙사비 + 학비인데다가 그때당시엔 엔화 환율이 이렇게 까지 낮지 않았다. 오히려 존나 높았지... 1300원대 1400원대였나 그랬을꺼다. 담임이랑 며칠 얘기하다가 담임은 그냥 나한테 JLPT만 준비해서 어떻게 N2라도 따라고 했다. 재수생각 없어도 N2면 일본에 있는 전문학교에는 입학할 수 있었거든. 난 내키진 않아도 할줄 아는게 그것뿐이라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혜정이랑 반강제적으로 떨어져서 고등학교 졸업후의 미래에 대한 현실감이 느껴진것도 한몫했던거 같음.남들이 다 수능 준비할때 나는 일본어 공부만 했고 10월쯤에는 간단한 회화문이나 단어는 왠만해선 다 읽을 수 있었음. 중간고사도 나름 준비는 했는데 한번 놓으니까 진도가 안따라잡혀서 실패...학교시험 말아먹고서 JLPT 시험이 12월이었기 때문에 뭐에 홀린듯이 일본어만 공부했다. 이때는 혜정이는 거의 우리반에 안왔고. 이때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빨리 지나갔다.괴롭히던 놈들도 겨울이 다가오니까 상대적으로 조용해졌다. 지나가다가 마주치면 욕먹는일은 있었지만 그정도는 나도 완전 면역이었고.중간고사 끝나고 성적표 받을때쯤에 혜정이가 반에 온적이 있었다. 막상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혜정이가 찾아와주니까 너무 반갑더라. 오랜만에 서로 얘기하는데 혜정이네 부모님은 완전히 이혼했고 혜정이는 엄마랑 같이 학교주변에 받은 위자료로방 하나 얻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학원도 다니고 여러가지 준비를 하면서 잘 안된다고 넋두리 늘어놓는데도 표정이 예전보단 밝아보였음.혜정이도 나한테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고 나는 일본 유학준비 때문에 JLPT 준비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혜정이는 예상 못했는지 굳어있다가 너도 시험 잘보라고 짤막하게 얘기하고 갔다. 11월 되고나선 혜정이한테 수능 며칠전에 엿이랑 손편지 써서 줬음. 난 수능은 안봤다. 시간 아까워서...수능날 전에는 내가 은근히 더 걱정됐다. 혜정이가 나보다 공부머리는 더 있긴 했는데 걔도 그렇게 공부를 잘한다고 할 순 없었거든.'혜정이 시험 잘보게 해달라고' 전날에 기도하고 잠...ㅋㅋ근데 막상 수능이 끝나도 혜정이랑 줄기차게 놀러다니는 일은 없었다. 내 시험은 12월이었으니까. 그래도 JLPT 시험날 되기 전에 엿 주면서 잘보라고 격려해줘서 마냥 좋았음ㅋㅋ그게 에너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N2를 땄다. 정확하게 말하면 결과는 겨울 다 끝나갈때 쯤이나 되서야 나왔지만. 아무튼 12월 바쁘게 보냈다. 전문학교 원서는 이미 접수한 상태였고 한국 사무소까지 있는 학교에서는 원격으로 일본 현지 학교사람들이랑 화상면접까지 했음..무슨 은행건물에서 입학시험도 봤고 '자기가 왜 이 학교에 입학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일본어로 주구장창 쓰기도 해야했다...그중에 입학시험을 뽀록(?)으로 꽤 잘본 학교가 있었는데 거기서 장학금 받을 수 있는 점수까지 내가 땄거든.결국 거기 가기로 함... JLPT N2 자격증 사본만 보내면 입학허가서 날아와서 일본 영사관가서 비자받는 것만 남은 상태였다. 혜정이는 새 폰 사서 바뀐 번호로 몇번 놀러가자고 문자를 보내왔는데 못 놀러갔다... 뭐 그렇다고 걔가 손가락만 빤건 아니다.중학생때 베프였던 애들이랑 열심히 놀고 있었음 ㅋㅋ 바쁜일정 다 보내고 나니까 2월 거의 다되가더라. 늦어도 3월 말까진 출국해야 했으니까 2달도 안남은 상태였던거지.혜정이한테 문자보내자마자 약속 잡아서 그날 바로 혜정이네 집으로 갔다. 오랜만에 가발 쓰고 메이크업하는데 뭔가 어색했는데 금방 적응했다.ㅋ 그 상태로 바로 팔짱끼고 애슐리가서 열심히 쳐1먹고 노래방 3시간 달림시간 될때마다 혜정이랑 놀러갔는데 그때만큼은 항상 그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놀아야했다. 마음속으로 행여나 JLPT 떨어지면 안갈수도 있지 않을까 하면서 은근히 바라기도 했다. 근데 이미 주사위다 굴려놓은 상태라서 그냥 어떻게 되든 받아들이자고 생각하고 혜정이를 마지막으로 본다고 생각하고 열심히스킨십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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