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문득 쓰는 장문의 일기 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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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연히 눈에 들어온 페이스북 친구찾기. 심심한 김에 안 친한 사람들 페이스북 파도타기나 해 볼 참이었다. 나의 손은 무심코 연락처 관리를 눌렀고 그 곳에는 동기화 되어있는, 잊어버리고 있었던 나의 과거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이름 하나. 그 이름을 본 순간, 수 백 년간 묵혀놓았던 흙 속에서 단편의 기억을 갓 끄집어낸 듯한 느낌이었다. 단지 이름 세 글자가 내 기분을 오묘하게 만들었다. 수 년 전, 학생 시절. 온라인에서 만났던 잘생긴 남자. 재밌고 즐겁고 다정했던 남자. 키는 크지 않았지만 자부심만큼은 거인이었던 남자. 그리고 남자친구가 있는 나. 군대에 가버린 남자친구, 만나지 못하는 남자친구, 외로웠던 나, 그리고 만나고 싶다고 하는 괜찮은 남자. 마음은 요동치고 약속 날짜는 잡혔다. 하지만 스물 한 살의 나는 아직 순진한 아기였을 뿐이었다. 막상 눈 앞에 닥치자 발걸음이 망설여졌다. 하면 안 될 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결국 모텔 앞에서 그를 거절하고 말았다. (사실 첫만남이 아닌 두번째 만남이었다면 넘어갔을 것이다. 백 퍼센트 장담하건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그는 내 입술과 가슴을 한 번씩 훔친 채로 그저 그렇게 뒤돌아서야만 했다. 그리고 그의 선택에 의해, 짧았던 관계는 끝이 나버렸다. 순간 호기심이 감돈 나. 나도 모르게 페이스북에 그의 이름을 쳤고 손가락은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찾아낸 그의 사진. 이름을 누른 순간, 나는 무언가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순백의 웨딩드레스 사진. 그리고 그 옆에 미소짓는 그 남자. 얼마 뒤면 결혼한다는 소식이었다. 그의 페이스북 사방에는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축하하는 멘트가 넘쳐났다. 나는 황급히 버튼을 눌러 페이지를 꺼버렸다. 남자친구와는 재작년에 헤어졌다. 수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순간. 찬란했던 날들이 무색하게도 연애의 마지막은 참 더러웠다. 타지에서 나에게 작별을 고한 채 자기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 나는 배신당하고 믿음이 깨져버린 이후, 더 이상 순수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처럼 풋풋한 연애도 할 수가 없었다. 공허가 마음을 휘감았다. 내가 뭘 기대한 거지? 순수했던 시절, 나의 순진함을 먹으려 했던 남자는 행복한 결혼을 꿈꾸고 있고 순수했던 시절, 영원할 거라 믿었던 남자친구와 이별하고 여전히 싱글인 나...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꿈꾸던 나는 홀로 술을 마셨다. 그건 왜였을까. 2. 지금도, 누군가는 영원을 약속하고 누군가는 유혹을 하고 또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마음의 빈틈을 가린 채, 채워지지 않을 공기를 주입한 채, 격렬하게, 열정적으로, 불타오르면서. 그렇게 나도 어느 순간, 텅 빈 공간을 채워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붉은 선홍빛 연애를 꿈꾸면서.but.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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