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보내지 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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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마지막날 밤,
너에게 왔던 전화에
며칠을 잠을 못자고 시간을 보냈었다.

어째서 전화를 했을까.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닌지,
혹시 이런저런 일들에 힘들어서
술을 마시고 홧김에 전화를 한건지..
혼자 별 상상을 다 했었지

미친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며칠을 가다듬고 진정시키고 나서,
겨우겨우 용기내서 다시 한번 찾아본
너의 프로필 사진에는

어딘지는 모를 곳에 여행을 가 있는,

누가 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너무나도 환하게 웃고 있는

너의 모습이 있더라.

배경사진에 있는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모자를 쓰고,
손을 꼭 잡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남자친구일 것이리라.

지금 생각해보니 전화를 했던 이유는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알리려는,
바로 그 때문이었을까

좋아보인다. 너무도 좋아보인다.
웃는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

살이 더 빠진것 같아
걱정되는 마음도 있지만
그건 더이상 나의 영역이 아니라,
이제는 옆에 있는 그 분이
신경쓰고 지켜줘야 할 부분이니
이런 얘기는 더 안적을란다.

그래도 다행이라 여겨지는 것은,
안그래도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인
네가 선택한 사람인 만큼
좋은 사람이겠지
아무렴 넌 좋은 사람이니깐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렇지만, 맘에 걸리는건
신경 안써야지 몇번이고 되뇌이면서도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부터
지쳐 잠들기 직전까지 보이는

나의 일상에 녹아 있는
너의 흔적들부터 시작해서
옷장을 열면 초라하게 남아있는
반쪽짜리 티셔츠들,
너와 함께 갔던 많은 곳들,
너와 함께 먹었던 맛있던 음식들,
너와 함께 나누었던 추억들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수백번씩
내 안에 파도처럼 밀려들어와
내 머릿속을 마음속을 헤집으면서
수없이 돌고 돌고 맴돌아버리는 바람에

네가 손수 만들어 주었던
우리의 추억과 흔적이 담겨져 있던
사진첩을 보는 일이
어느덧 나에게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제와서 이렇게 얘기를 하는
바보같은 내 모습이
얼마나 찌질해 보일지..

나도 너도 누구나도 잘 알겠지만
찢어질 것 같은 마음 또한
너도 나도 누구나도 알 것이다.

그렇기에
전송버튼을 누르기까지가
아마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이전에 너와 내가 말했었지,
1년뒤 우리가 다시 마주할 날까지
서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자고.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친구들과 미친듯 놀아도 보고
그리움에 사무쳐서
펑펑 울어도 보자고.

해봤다. 다 해봤다.
가장 네가 걱정하던
연애라는 것도 해봤다.

네가 말하길,
버티고 익숙해지다
다른여자를 만나라고
하지만 다른사람을 만난다는건
조금은 흔들렸다는거라고.
그럼 끝이라고 말했었지

근데 아니더라 그게.
참 웃긴게,
마음이 가질 않더라
감정이 그냥 없는 것 같더라.

온맘다해 내 사랑을 주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고,
모든 사랑을 내게 다 주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지.

서로의 가장 밑바닥까지 보았었고,
최악의 상황까지도 함께 겪었던 사람을
떠나 보낸 후이기에,

솔직히 다른사람에게는
더이상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혀 생기지를 않더라.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무리 좋은 곳을 다녀봐도
별 감흥이 없고,
생각나는 것들은

'너랑 왔음 좋았을텐데'

이제와서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밖에 안들던지.
참 멍청하다.. 생각이 들면서도
알 수 없는 실소만 나오는구나

심지어는 캠핑도 가봤다.
좋은 장비들도 챙기고
더 나은, 더 편하고 좋은 곳으로.

근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너와 함께 갔던 그 영월 어딘가,

밥이라도 먹으려 하면
벌레와 사투를 벌여야 했고,
갑자기 내린 비에 당황하며
둘이 우왕좌왕 하다가
쫄딱 젖은 몸을 수건으로 닦고
결국엔 2L짜리 생수통으로
온몸에 그 물을 뿌려대며
비와함께 샤워를 했던
정말 말도 안되게 고생했던
그 때가 훨씬 더 즐거웠고 기억남더라.

마음이 가지를 않으니
당연히 아무런 표현도 하기 싫었고,
그렇게 의미없는 시간만 보내다가

결국,
연애 정말 못한다는
한심하디 한심한
욕 아닌 욕만 들어먹고

연애라고 할 수도 없는
순간의 짧은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나버렸지.

정말 다 싫고 짜증만 남았다.

혹 누군가라도 만나보면
너에 대한 그리움을
아주 조금이라도
덜어 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럴수록 더 깊이 파고들어와서
오히려 더 생각이 나더라

연애 정말 못한다는
연애고자라는 소리나 듣고있는
나같은 사람을

2년 가까운 시간동안
항상 옆에 있어주고
늘 사랑해주고 예뻐해주었던
너라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고맙고도 미안했어.
그동안 맘고생 많았지

연애를 막 시작한
설레임을 감추지 못하는
사진 속 너의 모습이
약간은, 아니 사실
많이 아쉽고 서운하긴 하지만,

서운한 감정을 느낀다면
그건 내 이기심이겠지

그래도 내 마음에 응어리져 있는
감정의 덩어리라는 못된 무언가가
조금이라도 누그러지는 듯 해서

한편으로는 잘됐다고.

너도 그 분을 만나면서
나와 같을지 다를지는 모를
그 무언가를 느낄 시간이 왔다고
그런 생각도 조금은 든다.

너와 내가 헤어질줄은
그 누구도 몰랐던 것처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혹 그 분에게 정착을 한다면
속은 (많이) 쓰리겠지만
그 또한 너의 선택이니
충분히 축하받을 일이겠지.


말이 좀 길었지
주저리주저리 적다보니
이렇게까지 와버렸네.

결론은 없어 정답도 없고.

난 그냥 찌질해서
전화 받지도 못하고 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이것 또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겠지.

그래도 나 이제 연애에 대해서
많이 보고 듣고 하다보니
어느정도 알아갈 것 같더라.

듣기 좋은 입에 발린 소리도
어느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어

표현의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으면 들던 생각은

'너에게 이제는 많이 표현할 수 있겠다'



그냥 뭐..그렇다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너무너무너무너무나도
많이 남아있는데,
정리되지 못한 채 돌아다닌다.
지금 정신으로는 횡설수설하느라
다 전하지는 못하겠다

일단은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하길 바랄게
나처럼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묶여서
여럿 힘들게 하지 말고,

우리가 그 언젠가 마주할
그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살고 있을게.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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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6-06-17 15:52:46
연기처럼 그사람의 인생에서 사라지세요. 미련을 두지 마세요. 여지를 남기면 그게 더 고통스럽습니다.
돌아올 인연이면 언젠가 돌아올 거에요. 힘내시길...
익명 2016-06-17 14:08:48
좋아요. 좋아-
익명 2016-06-17 10:58:00
아침부터 글을 읽고 엉엉 울었습니다... 너무 많이 공감되네요.. 힘내세요
익명 2016-06-17 02:56:19
헤어짐이 있기에 어쩌면 더 좋은 기억 아니, 애절한 기억으로 남았을 수도 있지요.

좋은 기억들만 갈무리 하시고, 떠나보낼 것들은 떠나보내세요.

좋은 분과 좋은 인연을 다시 만드실 기회가 있을 겁니다. 당장은 아니라고 하고 싶더라도 말이죠. ^^
익명 2016-06-17 01:48:30
저도 5년만난 남자와 몇일전에 헤어졌어요..  많이 와닿아서 댓글 남겨요..  힘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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