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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걘 참 파인애플맛 롯데샌드를 좋아했었다. 그런 700원 짜리 싸구려 과자를 먹으며 주말 드라마인 신사의 품격을 같이 보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 그 외에는 기울다 못해 무너져가는 그녀의 가계를 있는 힘껏 꾸려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학교를 다니며 알바를 병행했다. 몸이 무거웠다. 그러나 내 몸보다 그녀의 마음이 가벼워지기를 바랐다. 그녀도 아픈 몸을 매일 이끌고 커피를 만들러 갔다. 매일 뜨거운 증기와 기구들을 만져 부르튼 손 마디마디와 여름에도 긴 팔 셔츠를 입은 그녀가 가여웠다. 나는 소매라도 조금 걷으라며 그녀의 소매를 당겼다. 붉은 반점이 촘촘하게 박혀있었다. 그녀는 소스라치며 내 손을 뿌리쳤다. 죽음보다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두렵다고 그녀가 말했다. 내 마음은 삶만큼 무거워졌다. 근면하게 함께 모은 삼천만원은 그녀 아버지의 빚을, 일부 갚는데 쓰였다. 무리해서 마련한 집이 팔리면, 청산 할 수 있다며 그녀는 항상 불평처럼 중얼거렸다. 내가 곁에 있다고 말하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내게 안심했는지, 어린마음이 한심했는지 어찌되었든 웃어 주었다. 새벽에 전화가 빗발쳤다. 지친 머리가 귀를 닫았는지. 수 십 통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병원 침대와 의사들의 뒷모습만 보였다. 계속해서 일을 했다. 그녀의 의지를 혼자라도 짊어져 나를 괴롭히고 싶은 건지, 누워있는 그녀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선지. 그녀의 항암치료 날에도 일을 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한 마음에 미친 사람처럼 동네를 걸었다. 저녁이 되어도 여름의 길어진 붉은 해가 꼭 그녀처럼 애처롭게 일렁였다. 석양등진 매미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를 들으며 고슬고슬한 잡곡밥을 당차게 입에 퍼 넣었다. “다 나으면 걔랑 결혼해.” “응.” 찌개를 내미는 엄마의 복잡한 마음 담긴 손을 보자 송구스러움과 고마움이 마르지도 않고 흘러 나왔다. 그러나 2주 후 한 줄기도 부족한 희망을 죽음으로 가볍게 드리웠다. 억장이라도 무너졌는지 주먹으로 입을 막고 위태롭게 떨며 울음을 터뜨렸다. 불속에서 석양처럼 일렁이며 사라지는 그녀를 보며. 다가오는 것들에 돌팔매질을 하고, 약한 내게 뿌리는 내리면 내 심장을 도려내서라도 다시는 그 무엇도 사랑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 다짐도 무뎌지고 덧없을 여유도 없는 짧은 시간에 별 볼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전에 만나던 여잔 어떤 사람이었는데?” “걘 참 롯데샌드를 좋아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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