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미지근한, 뜨거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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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돌담길 넝쿨 잎은 바람에 파닥이며 그녀의 얇은 플립플랍이 타닥이는 소리와 함께 우린손을 잡고 홍대를 누볐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나누어 먹으며 거닐거나 평범한 데이트 코스를 한 뒤에 또 거닐었다.
 
그녀가 여름날의 서늘한 그늘만큼 좋았다. 홍대 옆 놀이터 나무 그늘 아래 나뭇잎에 휘날릴 때면 그 사이 들어오는 햇살은 마치 대낮의 유성이 그녀에게만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앉은 다리를 허공에 가로저으며 내 손위에 손을 포개고 웃었다. 나도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고 웃었다.
 
여름의 야시장처럼 북적이는 분위기와 함께 밤이 드리우면 우린 형식적일 뿐인 인사는 생략한 뒤에 그녀는 공연을, 나는 그녀가 없는 H의집으로 가서 전등 하날 켜고 고양이가 여유롭게 올라간 식탁에 앉아 종이에 서걱서걱 글을 써내려갔다.
글이 막힐 때면, 그녀의 열정과 땀이 흐르는 공연을 팬으로서 보러갈 수 있던 때가 조금은 그리웠다.
 
“아쉽기도 하고.......”
파란 털을 하고 새근새근 잠든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몇 시간 뒤 조금의 복잡함으로 TV를 켜고 앉았다. 지겹도록 본 예능프로그램이 가득한 채널을 무의미하게 넘기자 그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늘 공연 대박이야!”
기타를 던지듯 내려놓고 쓰러진 그녀의 손에는 20만원이 안 되는 금액이 들려있었다. 무섭도록 암담하고 현실적인 인디밴드의 수익이었다.
 
“와아.......대박이네~.”
나는 시원찮은 마음을 숨기고 진심처럼 축하했다. 그러나 속은 진심이 못되는 미안함으로 점점 차여갔다.
 
“자축하자 자축.”
그녀는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내 바지춤을 잡았다.
 
“왜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내려가는 바지를 올리며 주춤했다.
“빨리빨리.......~ 지금이야 나 급해!”
그녀는 엉성한 손짓을 서두르며 내 바지를 벗겼다.
 
“하아.......!”
그녀의 뜨겁고 끈적한 입이 내 좆을 꽉 물었고,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밤새 서로 이뻐해줘야 해. 알았지?”
그녀는 침이 흥건한 입을 떼고 나를 침실에 몰아넣고 말했다.
 
다음날. 오후나 되어서 하루를 시작했다. 새집이 생긴 머리로 간신히 한쪽 눈만 뜨고서 부엌으로 향해 탄 봉지커피를 수저로 저으며 거실에 앉았다.
 
그녀는 둥글고 커다란 안경을 끼고 소파에 앉아 제법 쌓인 고지서를 들여다보며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나는 눈치를 보며 커피를 한입 홀짝 마셨다.
 
“같이 지내는데 나도 좀 보탤까?”
고지서 종이의 사각사각 소리가 거칠어 질 때 쯤 무겁게 이야기를 꺼냈다.
 
“가끔 놀러 오는 건데 어떻게 그래.......”
“그래도.......낼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괜찮아-. 점심대에 알바 늘리면 돼.”
“에이~그럼 우리 데이트 못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지?.......”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분명 더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고 싶은 표정의 그녀였다.
 
나는 불필요하고 무디게 생각하며 나누려는 곳이 아무래도 그녀에게 소중한 부분인 것 같았다.
 
“미안해. 그만 가주라.”
“응.”
나는 무슨 말을 거들지도 못하고 무거운 걸음으로 그녀의 집을 벗어났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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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7-03-28 10:53:13
히피적인 분위기 강한 여성캐릭터 전 맘에 들어요.^_^
익명 / 감사해요 제이제이님
익명 2017-03-28 09: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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