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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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하룻밤이었다. 허우대는 멀쩡한 이 남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를 월척처럼 낚아냈겠지.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안전하게 몸을 섞고 허름한 여관에서 눈을 떴을 그 뿐인 일. 그래도 처음 보는 그의 귀에 사랑한다고 속삭여 버린 것은 어른으로서 조금 부끄러운 일. “차 없어요?” 난폭하게 뭘 넣는 건 오랜만이라서 퉁퉁 부어버린 다리를 거의 절며 나온 주차장엔 차가 없다. 신경질이 팍 났지만 시무룩해 할 너를 봐서라도 눈을 흘기지 말자. “요즘 미세먼지가 심합니다. 환경을 생각해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택시를 잡았다. “택시는 환경에 좋은가 봐요?” 나는 심술궂은 여우처럼 빈정댔다. “기사님은 어차피 하루 종일 돌아다니실 거 에요.” “흥.” “또 이렇게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오붓하게 가니 좋지 않습니까?” “운전석과 조수석도 괜찮았을텐데 말이죠.” “저랑 있으면 뭐든 괜찮죠.” “피-웃겨 정말.” 자신에 찬 그의 눈빛과 덥석 잡힌 손에 아뿔싸 웃고 말았다. “연락 하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함께 온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연락처도 안 받았으면서. 웃기는 인간이야.” 난 분명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심심한 저녁을 맞이하고 생김새도 기억이 날일 없는 그를 떠올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연락이 올리가 없는 그를 기다렸다. “웃기는 인간.......” 핸드폰을 침대 끝으로 던졌다. 능글맞은 모습이 귀여운 그가 조금 보고 싶다는 걸, 그에게 안겼던 내가 조금 생각나서 깨어 있다는 걸, 그의 빈말을 기다려야한다는 게 조금 서운하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오늘따라 더 미운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바로 몸을 뻗어 기다리던 연인처럼 핸드폰에 얼굴을 부비며 전화를 받았다. “어제 당신이 잘 때 멋대로 번호를 저장했다는 걸 말 못 드렸네요.” 기다리던 그의 목소리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것에 가까웠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네. 말하세요.” “내 전화 기다린 겁니까?” “피-웃기는 인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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