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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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장에서 근무합니다.
그리고 저희 공장엔 3살정도 된 진돗개 '진구'라는 놈이 있습니다. 사장님께서 업무차 진도에 가셨다가 갓난아이인 이놈에게 홀딱 반해 대책없이 분양을 해오셨고.. 중,대형견인 이놈은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커가니 집에서 감당이 안되어 공장으로 데려오게 되었죠. 이놈은 굉장히 사나워 사장님과 돌봐주는 직원 1명 외에 다른 사람만 보면 으르렁 거리며 짖고 달려들기 일쑤라 두사람 외 다른 직원들과 주변 공장 직원들까지 다 이놈을 싫어했습니다. 저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구요. 사납기 때문에 견고한 목줄은 필수였고 목줄이 길어서도 안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 들은 이놈이 짖으면 소리지르고 뭘 던지고 하는 식으로 위협 하기도 하고 빈정거리며 놀리기도 했습니다. 그 스트레스 때문인지 어린놈이 점점 더 사나워 지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이놈을 돌봐주던 직원이 퇴사를 하였고 자연스럽게 제가 이놈 뒷바라지를 하게 되었습니다. 뒷바라지 라고 할것도 없는게 그냥 사료 주고 똥치우는게 다였지만..전 정말 싫었습니다..성견이 된후 목욕 한번 안시켜 냄새 나고 목줄 덕에 지 배설물 밟고 다니고..털은 또 얼마나 날리는지.. 이놈 사료 줄때마다 입버릇이 "야 저리가!" "꺼져!" 두 단어만 내리 소리치며 멀찌감치서 사료통 놓고 달아나기 일쑤였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놈..사료를 주고 지 똥 치워주니 저를 좋아하더라구요, 저만 보면 꼬리를 치고 놀자고 덤벼듭니다. 웃겼죠.. 진돗개가 영물이라더니 지 밥 줘서 고마워 하나 싶기도 하고... 덕분에 사료 주는것도, 똥 치우는 것도 수월해지고 이놈한테 미운정도.. 고운정도 드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3개월을 돌보니 이놈은 제 발자국 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나 꼬리를 흔들더군요..그래도 전 이놈이 굉장히 비 위생적이였기에 그닥 가까이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어느 순간부터 "야!"대신 "진구야"라고 부르고 사료나 먹다남은 음식을 챙겨 줄때면 "형아가 밥 가져 왔다"라고 하는 등 비록 혼잣말일 뿐인 대화를 하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날 이였습니다. 출근하면 항상 깨끗이 비워져 있는 사료통이 전날 제가 부어준 그대로 있더군요. 이놈을 보니 얼굴이 누가 봐도 아파 보이는 얼굴입니다. 눈이 게슴츠레 하니 동작도 굉장히 느리고...전 걱정스러워서 다가가 이놈 머리를 쓰다듬는데 저한테 기대려 하더군요 몹시 힘들어 보였습니다.. 물이라도 멕이려고 일어나 물통을 집어드는 순간 이놈이 오줌을 싸는데.. 오줌에 피가 섞여서 나오는게 아니라 그냥 피를 쏟더군요.. 놀래서 사장님께 얘기하고 병원을 알아봤지만 데리고 가는게 문제 였습니다. 나름 친해진 줄 알았는데 슬쩍 안아 올리려고 하니 지 한테 힘이 가해지는 것에 놀랬는지 기겁을 하고 몸을 빼더군요 다시 안아 올리려 했더니 으르렁 대며 물려고 합니다. 안되겠어서 고정되어 있는 목줄을 풀러서 잡아 끄는데 목줄 반경 이외에는 가려하지 않더군요..놀랬습니다.. 지 가 살아온 공간이 고작 2미터 남짓 목줄 반경이라 그 외의 공간은 무서웠나 보더군요.. 하는 수 없이 동물병원에 알아보니 수의사가 직접 와서 마취 후, 데려가서 진찰을 하는 곳이 있더군요. 비용문의를 하니 검사까지 해서 기본 60만원 정도였습니다. 사장님께 보고 드리니 사장님께서는 비용이 부담이 되니 일단 약을 먹여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약 처방을 받고 이놈이 환장하는 고기 통조림에 잘 섞어서 주는데.. 안먹습니다..평소면 숨도 안쉬고 먹을 놈인데..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아침 출근해보니 약간 먹은 흔적이 있을뿐 고기 통조림이 거의 그대로 있습니다. 이놈은 상태가 더 안좋아 보였구요.. 병원에 출장 요청을 했습니다. 입마개를 하는것도, 마취를 하는데도 꽤나 애를 먹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병원으로 옮기고 진찰을 받게 되었습니다. 병원가는데 이놈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옮기기 힘든데 치료 받고 올 땐 얼마나 더 힘들지 걱정되더군요.. 병원에 간지 1시간여가 지나고 원장 선생님께서 진찰 결과를 얘기하시는데 이놈 상태가 굉장히 심각했습니다. 우선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혈액속에 유충이 많이 검출 되었고 이로 인해 혈액을 구성하는 적혈구,혈장,혈소판 등이 파괴되어 심장,콩팥,간까지 다 손상 되었다는 겁니다..게다가 누가 먹지 못할걸 줬는지 장은 팽창되어 가스가 가득 차있고 소화능력이 거의 상실 됐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도 염증이나 출혈등의 증상들이 더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완치 가능성이 희박하고 3일간 입원 치료 받는데만 140만원 정도 든다는 것이였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소위 가족의 한 구성원 으로써 사랑 받는 반려견이야 온 가족이 발벗고 나서서 간호하고 치료 시키겠지만, 공장에 홀로 방치되어 2미터 남짓 한 곳에 묶여 사는 이놈의 운명은 사실 상 결정 된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원장 선생님께 잠깐 전화 좀 한다고 하고 나와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상황 설명 후에, 비용을 떠나 완치되서 돌아온다 한들 똑같은 환경에서 살아봐야 진구만 더 불행하다.. 원장 선생님께 안락사를 요청하겠다..그리고 제발 공장에서 개 키울 생각 하지 마시라고... 사장님은 승락을 하셨고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병원에 다시 들어갈때 까지만 해도 사실 무덤덤했습니다. 원장실에 들어가 조심스럽게 안락사가 되냐고 여쭤보니 안락사도 시켜 준다고 하더군요..그래서 말했습니다.. "저..그럼 진구 안락..사..시켜...." '시켜주세요.'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울컥 눈물이 올라오더군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가까스로 참고 결제는 계좌이체 해드리겠다고 말하며 원장실에서 나오는데 진료실에 입마개를 하고 힘없이 앉아있는 이놈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마취가 거의 풀렸는지 평소의 눈으로 돌아와있는 이놈은 마치 절보며 "형아..나 죽기싫어..살고 싶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울컥 나와 서둘러 데스크에 있는 휴지를 몇장 뽑아 들고 밖으로 나갔는데 진짜..감당이 안될 정도로 흐르더군요..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는데 짧은시간에 너무 많은 생각이 납니다. 저 놈은 사람으로 치면 20대 초반의 나인데..한번 뛰어 놀지도 못하고 2미터 남짓한 목줄 반경에서만 더럽고 차가운 공간에서 그렇게 방치 된채 살다 죽는다는게.. 사랑 받진 못할 망정 미움만 받다가 죽는다는게.. 한번밖에 없는 삶을 이렇게 불쌍하게 살다 죽는다는게... 자기가 죽을 것도 모른채 죽는다는게.. 정말 너무나도 불쌍했습니다.. 사실 전 알고 있었습니다. 시끄럽고 열악한 환경에서 스트레스 받아서,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그렇기에 자기방어와 경계심 때문에 사나워진 것이지 원래는 순하다는걸.. 제가 주인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 함께 하면서 한번 안아주지도 못한게 미안했습니다.. 진정이 되질않아 그냥 만신창이가 된 몰골로 계산내역서만 뺏듯이 가지고 나와버렸네요.. 불쌍한 놈..... 공장와서 이놈 사료 앞에 고기통조림을 치우면서 소화능력이 상실됐어도 살기 위해 조금은 억지로 먹은것이 아닐까..생각하니 또 눈물이 지체없이 흐르고.. 평생 살면서 흘릴꺼 그날 다 흘린 듯 싶네요.. 죽어서 하는 이별.. 다신 겪고 싶지 않습니다. 반려동물 키우 실 분들은 신중하게 죽음에 관하여 생각을 해보고 분양 하셨음 하네요.. 제가 유난인지 모르겠으나..주인도 아니고 일터에서 키우는 개가 죽을때 이 정도 인데.. 가족 같이 사랑 주고 키운 아이가 먼저 떠나면 그 슬픔이 얼마나 클지... '진구야 미안하고 미안하다 다음생엔 꼭 좋은 주인 만나.' 두서없이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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