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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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울한 글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직접 전하지 못할말이라 레홀 익게를 빌려봅니다.... 사귀는 동안에도 말했지만 처음 만난 날 너는 잘 기억나지 않아. 이별로 힘들어하던 내게 넌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어느새 난 네게 마음을 열게 됐지. 주변 사람들은 사귄지 몇 달 되지 않은 우리에게 몇 년 된 연인 같다는 말을 했어. 너무 바빴던 너였지만, 내가 야근하는 날엔 걱정이 돼서 어떻게든 나 끝나는 시간에 맞춰 회사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날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가는 다정한 남자친구였어. 내게 뭔가 필요한 게 있다 싶으면 말없이 주문을 해놓고선 깜짝 놀래키고, 울엄마까지 살뜰히 챙기는 게 너였어. 몇 시간이라도 더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금요일 야근 후 가끔 우리집 근처 모텔로 퇴근해서는 ‘00모텔, 00호. 나 이제 자’라고 톡 하나 남겨두고 자던 너였지. 레홀에 가입한 것도 다 너때문이었어. 너랑 더 행복하고 즐거운 섹스를 하고 싶었거든... 절대 시도해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애널섹스도 너였기에 가능했던 거였어.. 그렇게 피곤해 하면서도 섹스하는 순간만큼은 절대 피곤하지 않았던 너였지.. 한없이 다정했던 네가 변했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너의 무관심을 견디다 못한 내가 이별을 통보하던 몇 달 전이었어... 처음엔 가까운 지인의 죽음으로 힘들어서 그런거라 생각했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넌 돌아올 거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나도 결국 지쳐버렸고, 우리 서로 여기까지 인 것 같다며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그렇게 또 다시 시간이 흘러...몇달이 지났을까... 그제서야 난 우리 이별의 실체를 알게 됐어. 왜 넌 그렇게 자꾸 거리를 두었던건지...왜 정을 떼려고 하는 느낌이 계속 들었는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병원을 찾아간 시기가 이미 많이 늦은 때라는 걸 알았을 때 네 마음은 어땠을까 왜 그 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널 갉아먹고 장악해 가고 있던걸까...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니가 나 완전히 정 떼게 하려고 하는 거짓말이었으면..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때 정말 사랑했고, 한 침대에서 잠들고 눈뜨는 일상을 꿈꿨던 사람이... 병 때문에 세상을 곧 떠나고 병 때문에 나를 억지로 떼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너와 이별했을 때와는 또 다른 지옥이 펼쳐졌어 그래봤자 내 고통은 니 고통의 백만분의 일도 안 될텐데 그걸 알면서도 난 아프고 아프고 또 아프다. 너희 어머니 휴대폰 번호가 내 휴대폰에 뜰까봐 매일 매일 전화를 보며 무섭고 또 두렵다. 몇 년 전 암수술한 남편보다 건강하다 믿었던 운동선수 출신 아들이 먼저 세상을 뜨면.. 한없이 강인해 보였지만, 그 속에 여리디 여린 속마음이 비춰보였던 너희 어머니는 어떻게 견뎌내실까? 그 충격과 고통속에서 과연 내게 연락을 하실 수는 있을까? 어쩌면 넌 연락도 하지말라고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어쩌면 넌 네 마지막 길마저도 내게 짐이라 여길거란 생각이 들거든... 내가 정말 사랑했던 내 사람아.. 마지막 하나만 부탁할게 너 세상 떠나는 마지막 길, 외롭지 않게 떠나는 모습이라도 지켜볼 수 있게 해줄래? 외롭지 않게 보내주고 싶은 것도 결국 이 세상에 살아남을 내 욕심인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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