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서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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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서의 탈출 인생이 비참하게 느껴지십니까? 능력이 너무 없는것 같고 앞날은 먹구름이 낀 듯 두렵기만 합니까?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는 것을 -다그 함마슐드- 퇴근 후 답답했다. 그냥 휙 떠나고 싶었다. 산속 깊이 들어가고 싶었다. 오늘도 신입사원에게의 직장은 생각보다 더 힘이들었다. 잦은 실수에, 반복되는 수정작업 이리저리 몰려오는 요구사항들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버텨보자고 마음을 먹지만 당장 내일이 무섭다. 입사한지 이틀만에 퇴사해버린 사수덕에 혼자 해내기엔 물어볼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조금 피곤해도. 훌쩍 산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나를 위해 일과 잠이 아닌 시간으로 저녁을 보내기로 했다. 내가 견뎌야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 퇴근 후 진한 파란색의 마티즈를 타고 외곽쪽으로 달렸다. 차가 막히지 않는, 퇴근길이 아닌 길을 달렸다. 달릴수록 도로는 더 한적해 졌다. 산길을 따라 굽이 굽이 들어가니 내가 찾던 카페가 나왔다. 밝게 빛내는 전구들의 모습은 지친 나를 보고 포근하고 환하게 웃어주는 것 같았다. 준비해온 책 한권을 꺼내들고 라떼한잔과 시를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나에게 쓰는 시간이 좋았다. 한편으론 욕구도 끓어오르고 있었다. 일상 생활의 너무 바쁜 굴레속에서 나의 사랑은 온데간데 없었다. 타인이든 자신이든, 예전만큼 시간을 쏟지 못한 것이 스스로에게 미웠다. 문득 그런 생각들에 묻혀가기 시작한 뒤로 혼란스러워져, 다른생각을 하기로 했다. 얼마 전 오리장난감 모양의 진동기를 구입했던것이 생각 났다. 나의 파란색 마티즈와 노란색 오리 진동기는 정말 잘 어울릴것같았다. 숲속사이에 주차해둔 나의 파란 마티즈와 조금 떨어진 카페의 입구에선 커플들과 친구들과 가족들이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차의 시동을 끄고 불빛하나 없이 조용히 반대쪽의 창문만 살짝 내린채 나의 상자를 열어보았다. 운전석으로 와서 자연스럽게 앉아서 나의 옷을 보았다. 청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위에 가볍게 걸친 얇은 점퍼 차안에서 티셔츠는 벗어던져 빈 옆자리 위에 두었다. 숨막히듯 꽉 조으던 브레지어도 같이 벗어 두었다. 얇게 두르고 있던 점퍼는 저녁이되어 쌀쌀해진 날씨를 머금고 차갑게 부딪혀왔다. 한참을 점퍼의 촉감을 느꼈다. 차갑게 스쳐지나가는것이 아쉬워 차가운 기운을 다 뺏어가고 따듯한 온기가 느껴질때까지 느꼈다. 청바지는 어느새 반쯤 내렸다. 촉촉한 물기를 머금었던 욕망은 꽤나 흥건해져있었다. 저 멀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흥분이 되었다. 진동기를 갖다대어 보았다. 갑작스런 자극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도톰한 욕망을 쓸어 내리며, 옅은 심음도 같이 터졌다. 욕망의 입구에 다가가며 간질간질하게 닿이는 진동도 좋았다. 욕망을 채워주진 못했지만, 충분히 스릴있는 경험이었다. 퇴근 후의 시간을 이렇게 보낼 수 있는지 몰랐었다. 모를 수 밖에 없었었다. 굴레에서 내려와 잠시 쉬며 뒤를 돌아보는 것보다, 돌아가는 굴레의 박자를 맞추는게 중요했으니, 이렇게 마무리 하기엔 아쉬운 하루였다. 차에 탔으니 집까지 가는 시간 동안도 나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얇은 점퍼만을 걸친채 운전을 시작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창문을 반쯤 열고, 타고 들어오는 바람에 옷이 들썩이는게 보였다. 그 시간을 그렇게, 힘들었던 어제를 마무리하며 오늘을 열심히 보냈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시간을 보내 볼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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