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피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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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첫 연애를 끝내고 연애도 섹스도 하지 않았습니다.
몇년만에 만남을 가졌던 남자가 집까지 바래다준 어느 날 집으로 들여보내주지 않는다며 어두운 곳으로 이끌려 집 건물 뒷편에서 강제로 옷이 벗겨져 관계를 해야했고 상처입은 마음을 열어보이고 싶었던 사람과의 술자리 후엔 동의없는, 기억도 전혀 나지 않는 하룻밤을 보낸 후 침대에 혼자 덩그러니 누워 헐벗은 상태로 눈을 떴어요.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일어난 일들이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었어요. 내가 이럴수는 없어... 그래서 애써 부정했습니다.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았어요. 나는 범죄를 당한게 아니라고. 피해자가 아니라고. 내게 일어났던 일들은 사건이 아니라, 그저 사고라고. 사실 그 당시보다 더 끔찍한 고통을 겪었던건 늦게나마 제게 있었던 일들이 나도 모르는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총보다 위협적인 글로 칼보다 날카로운 말로 변질되고 왜곡되어서 전해지고 떠돌고 있다는걸 알았어요. 시간이 꽤 흘렀지만 또 다시 치명적인 후유증이 찾아왔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치욕과 수치심, 절망감에 치가 떨렸고 영혼과 정신이 난자 당한듯 괴로움에 죽어만 갔습니다. 저는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살아남았습니다. 아물지 않는 상처와 지독한 우울 장애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내야 합니다. 사실 언제까지 살아낼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명백한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명백한 가해자는 없습니다... 제가 남은 삶을 다 살아낼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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