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고 와서 쓰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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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미용실을 간 적이 있었어요.
늘 때되면 가던 곳이라 그날도 똑같이 머리를 했고, 점심시간까지 끼고 머리를 하는 바람에 제일 늦게왔던 저는 시간이 좀 늦어졌죠. 먼저 왔던 손님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어느새 손님은 저 하나밖에 없더라고요.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됐어요. 샴푸를 받기 위해 제가 세면대에 머리를 댄 채 누워있는 사이, 전부 여성분이셨던 직원분들(제 머리를 해주신 분 포함)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거예요.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저는 여성분들도 야한 얘기를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이상하거나 잘못됐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아요. 그렇지만 남자라곤 저 혼자 덩그러니 샴푸를 받기 위해 남아있는 상황에서 바로 제 옆으로 야한 얘기가 들리기 시작하니 순간 당황하게 되더군요.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지만 주로 여성분들의 가슴과 유두모양에 관한 얘기였어요. 어느 영화에 나오는 누구누구의 가슴이랑 유두가 참 예쁘더라 그런 내용도 있었고요. 그런 얘기를 의도치 않게 몰래(?), 그것도 적나라하게 듣다보니 감기기운으로 늘어져있던 정신이 번뜩 살아나더군요. 비난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모르게 신체가 반응을 하더라고요. 아래쪽의 그 녀석이 반쯤 일어나려는 것을 다른 생각을 하면서 가라앉히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지. 몇분의 시간이 엄청나게 긴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혹시 제가 흥분했다는 게 티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바지쪽이 티나게 불룩해졌으면 어떡하지? 그걸 보신 건 아니겠지? 변태라고 오해받으면 어쩌나 등등 잠깐 사이에 혼자 별별망상을 다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더 듣고 싶다는 생각으로 흥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런 걸로 흥분하는 제 자신이 창피하더군요. 차마 얘기가 들리는 쪽을 쳐다볼 용기는 안나서, 눈 감고 자는 척을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차라리 진짜 잠들었었다면 좋았을 것을. 바로 몇분 전까지 저를 샴푸하는 곳에 앉혀놓으셨는데 그 잠깐 사이에 제가 있다는 걸 잊어버리셨던 걸까요, 아니면 아시면서도 저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셔서 그러셨던 걸까요.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머리를 마무리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나왔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기분이 묘하네요. 잠깐이지만 흥분했었다는 게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요.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 계시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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