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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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헤어진지 어느덧 1년이 다되어간다.
단발머리가 귀여웠던 6살 연하의 너는 사랑스러웠고, 나도 그런 널 진심으로 사랑했다. 내가 원했던 인생은 아니지만 청년가장인 탓에 매번 가족생활비에 반절이 날아가는 쥐꼬리 월급 속에서도 네게 사줄 선물 생각 여행비 저녁식사 생각에 하루 세끼를 편의점에서 해결해도 나를 향해 웃어줄 네 생각에 바보 마냥 행복했었다. 조그맣고 보드라운 네 하얀 손을 커서 좋다던 내 손 안에 감싸넣으며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밤늦게 걸어다녔고 오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가로등 아래 입을 맞추고 분위기에 휩쓸려 서로 침대를 땀으로 적셨다. 서로의 귓가에 사랑을 속삭이며 미래를 꿈꿨고 나 또한 네가 마지막 여자인듯 사랑했는데 그게 내 인생 가장 큰 실수였을 줄이야. 너는 어느 순간 말했다 나보다 일을 더 사랑한다고. 헌데 한 달도 안되서 그 새에 다른 남자와 웃으며 손을 잡는 네 모습이 난 치가 떨리게 밉더라. 이게 어장관리인건가 이게 바람맞은건가 매번 화창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미소가 지워지지 않던 내 얼굴은 절망이 덮어버렸다. 나라면 불편해서라도 피해다닐텐데 굳이 그 남자와 잘지낸다는 듯이 그렇게 내 앞에서 자랑하듯 다녀야했나 덕분에 퇴근하면 술 생각 밖에 들지를 않았고 모든 게 마냥 부질 없어지더라. 답답한 마음 실은 담배 한 모금이 두 세갑이 되어가고 바닥에 소주병 몇 개 굴러다닐 때쯤 지쳐서 잠들었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가다 달린 입에 그래도 밥은 먹어야겠다고 나만 바라보는 가족 덕분에 그만 쉬고싶은 와중 어찌저찌 돈은 벌어야겠다 싶어 우울함을 얼굴과 가슴에 담고 하루하루 살던중 문득 네가 결혼에 임신했다는 걸 알았다. 헛웃음 밖에 안나오더라. 나에게는 애없이 우리 둘만 살자던 네가 23살 나이에 만난지 6개월도 안된 그 사람과 결혼식을 올리고 초음파 찍은 사진을 보자니 우리가, 아니 내가 진짜라고 생각했던 그 1년 동안 난 대체 뭘했나 싶다. 난 이제 우리가 사귈 적 네가 그렇게 바랬던 더 나은 직장에 나은 돈 받아가면서 살고있다. 아직 우리가 사귀고 있었다면 그 때 내가 부족해서 미처 못해주던 것들 더 해주고 싶었던 것들 열심히 해주면서 보람차게 살아갔을 텐데. 친구들은 그런 뭐같은 년 잘 걸렀으니 천운이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라는데 한참 부풀었다 뜯겨져나간 마음은 지금도 아물 기색이 없더라. 널 사랑이라 믿었던 순진한 내 자신이 용서가 안되고 어느 순간 분노는 네가 아닌 날 향하는 등 점점 사람이 미쳐가더라. 아직도 네가 그 남자와 찍은 사진 속에 내 모습을 넣어보며 하도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울음부터 쏟아지지만 매번 마지막 순간 용기가 나질 않아 힘없이 아파트 옥상을 올라가다 말고 떨리는 손으로 손목을 향하는 칼을 거둔다. 정말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다가도 네가 그랬듯이 네 앞에서 보란듯 잘 살고 싶기에 날 버리고 산산조각낸 너보다 분명히 더 잘 살고 싶기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루는 밤에 분하고 화가 나 뒤척이며 또다시 눈물젖은 두 눈으로 아침해를 맞는다. 그래도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와서 티가 덜 날것같다. 그렇게 또 어느 밤이 나를 잠재울 생각없이 폭풍마냥 날 휩쓸고 아침을 데려온다. 과연 난 다른 여자를 만나도 널 사랑했듯 사랑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인연이 찾아온다해도 그 상처잊고 시작할 수 있을까 네가 준 아픔으로 망가진 날 내 스스로가 이미 더이상 사랑하질 못하는데 이런 날 사랑해줄 여자가 이 세상에 또 있긴 있으려나 난 더 이상 모르겠다. 나름 난 정말 노력한건데 할 수 있는 한에서 정말 너와 행복하려 노력했는데 그런 네가 날 버리고 그 남자 곁에 있는 지금 이젠 그만 살고싶은 생각 밖에 안든다. 세상 모든 여자가 너같지는 안겠지만 네가 마지막이다 싶어 그렇게 사랑했는데 다른 여자 만나도 이렇게 똑같이 끝날 것같아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사나 뭐하러 그렇게 사랑에 목매이나 다시는 이런 상처받기 싫어서 어느 사람에게 마음이 가도 이젠 말도 못걸겠더라. 그렇게 온갖 생각이 쉴새없이 머릿속을 헤집으며 그렇게 또다시 어렵사리 잠을 청하며 그렇게 이제 제발 그만하고 싶다 그만 살고싶다 속으로 비명지르며 그렇게 또 어느 밤이 지나간다. 넌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별 정말 뭐같이 힘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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