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h 레홀독서단 시즌2 <사랑이 없는 성>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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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시간 - 23.3.15 19:00 장소 : 마포구 모처 모임목적 - '사랑이 없는 성' 참여방법 - 참여자신청->주최자수락->시간 맞춰 참석 참여자 - 나그네, 섹시고니, mindy, 청정구역, 착남, 유후후, 으뜨뜨, 조심, 내꺼, spell, 120%, russel. - 책의 배경 1980년에 출간되었고 당시 이전 10년간 대학 강의를 정리했다고 하니 70년대까지의 담론을 다룬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로부터 40여년전 이야기다보니 어느 정도 시대상을 감안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책에 명시적으로 소개하지는 않지만 1950년대 킨제이 리포트(미국인들은 실제 어떤 성생활을 하나), 1960년대 마스터스 앤 존슨 연구소(특히 여성의 오르가즘 기작을 연구), 1970년대 셰어 하이트 리포트(그래서 여성들이 실생활에서 얼마나 오르가즘을 경험하나)에 이르는 발표에 따라 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식 변화도 있었다는 정도는 알아두면 나쁘지 않겠습니다. - 개관 1부 성, 2부 사랑을 철학의 주제로 다룹니다. 어느 정도 철학서의 루틴을 따르는데, 일단 주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본질을 정의하는 철학자들에 따라 그 최고선을 무엇으로 두는가? 그러한 가치관을 세웠다면 개별 사례에 대해 어떻게 가치판단하나? 여기서 저자는 사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을 들며, 그러니까 반례를 들어서 각 철학자들의 견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각 철학자들의 체계 자체의 논리적 모순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그 한계를 밝힙니다. 모두 이런 서술을 따르지는 않고, 사랑에 대해서는 정의가 곤란한, 열린 개념이라는 식으로 말 그대로 열어두지요.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저자의 견해, 나는 무엇이 본질이며 최고선이고 그래서 어떤 입장을 따르겠다는 식의 결론을 냅니다. - 1부 성의 철학에 대한 감상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 보수주의/자유주의/급진주의로 둡니다. 1부 마무리에서 저자는 자유주의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는데, 그 과정상 꽤 의미가 있습니다. 1. 보수주의는 말하자면 생식 외에는 전부 금기, 즉 변태나 도착이라고 보는 입장이고 2. 자유주의는 극단적 사례만이 금기이며 나머지는 다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3. 급진주의는 변태니 도착이니 그런 것 없다, 아무런 금기가 없다는 입장 정도로 정리됩니다. 자유주의가 어느 정도 절충형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러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각 철학은 나름의 공고해보이는 논리체계를 갖추고 서로 공방합니다. 그 끝에는 서로 논파되어 결국 체계 바깥의 어떤 권위에 의존하게 되지요. 예컨대 자연의 이치, 신의 섭리, 사회 질서 따위가 그렇습니다. 사실 이쯤 되면 모든 철학이 다 비루해 보일 수 있는데(자기 근거가 없어서 외부 권위에 의지), 그 지점까지 가는게 어떤 의미에서 자기 영혼과 직면하는 여정이라고 봐요. 결국 모든 논리가 다 부서진 폐허에서 무언가 입장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조(물론 마음이 기울어지는 입장이 없다면 아무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경험이 아주 오랬만이어서 꽤나 신선했습니다. 결국 저자는 자유주의를 택하는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일종의 절충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기에 따라서 이건 줏대없는 중립처럼 보일 수도 있거든요. 왜냐, 보수와 급진의 양극단이 형성되는 정도에 따라 기계적 중립은 유동하므로, 불안정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보수를 택하는 것은 역시 그 정도에 따라 숨쉴 공간을 내어주지 못할 정도로 협소할 수 있고 동시에 금기 사항을 내세워 지독한 결벽, 그래서 탄압을 가할 수도 있지요. 급진은 직관적으로도 이상하게 느껴지는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모두 용인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저자는 상당히 조리있게 그리고 절충의 중심이다 싶은 것을 나름 견고하게 세워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훌륭한 논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2부 사랑의 철학에 대한 감상 일단 주제로 삼을 사랑의 범주를 잘 다듬어서 시작합니다. 관능적 사랑이라 표현하고, 그 표현이 느껴지는 그대로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러므로 성과 거의 불가분한 관계에 있지요. 다만 사랑의 본질이나 정의는 곤란하다는 입장으로 꽤 길게 철학자들의 입장을 설명합니다. 사랑의 최고선을 정하기에도, 사랑이 담는 모순적인 요소들이 혼재되어있어 난색을 표하지요. 읽으면서 그러한 모순된 속성 혹은 가치 사이에서 길항하는 것으로 사랑을 정의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싶었는데, 최고선을 정하려니 아무래도 확립된 하나를 정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의 최종 결론은 사랑이 있는 성과 없는 성 사이에 어느게 우월하냐는 가치판단을 내리는데, 일단 결론은 전자에요. 다만 그러한 결론에 이르고자 관능적 사랑의 본질을 이기심으로 정리하는데, 저자가 이타심 또한 이기심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부분이 너무나 단언적이어서 무리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게 결론 직전의 논변인데 그래서 저자의 결론에 동의 여부를 떠나서 물음표만 올라오더군요. 나중에 아마 유후후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데, 역자가 경제적 자유주의(아마도 리버테리안?)을 옹호하는 입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고, 저자의 논리 전반이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여서 논리 전개가 이렇게 갔겠다 싶기는 하더군요. 아마도 저자의 논리가 미진함을 어느 정도 인정해서인지, 부록으로 역자의 논문이 있는데 거기서는 사랑이 있는 성을 더 높이 평가하는 철학자를 소개합니다. 그 두 입장이 논박하는 전개가 더 있었다면 좀 더 좋은 책이 되었겠다 싶습니다. - 여담 * disorder라는 표현은 문맥상 정신장애가 맞을 듯 한데 무질서니 혼란이니 하는 시긍로 번역한 부분이 있습니다. 읽다 잠깐 눈을 멈추고 보정해서 읽어보시면 느낌이 다를거에요. * 가사적이라는 말을 쓰는데, 웹상에선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아예 없진 않음) 아마 플라톤의 이원론 상에서 현실에 대응하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역시 시선을 멈추고 보정해보시길 권합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보니 새로룬 상상에 따른 문제제기도 가능할 것 같더군요. 안정적 사랑이 권태를 맞게 된다는 서술에 대해서, 예컨대 영화 엘리시움에선 전신 성형이 가능하므로 다를 수도 있겠죠?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니 영화 시간에선 권태감으로 남자가 떠날 것을 우려한 여자가 전신성형을 했다가 그 남자가 사라진 여자(전신성형을 해서 못알아봄)를 그리워하는 것을 보고 절망하는 장면도 있죠. 전신성형이 용이하고 사실상 아무 부담이 안된다면 또 어떨 것인가? 어떻게 답할지 궁금하네요. *진짜 아무 의미도 없고 그냥 아는 사람만 알텐데, 책에서 오르곤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이게 성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신비주의적인 일종의 에너지라는 개념인데, 슈퍼로봇대전이라는 게임에 보면 어떤 로봇의 동력원으로 오르고나이트라는게 나옵니다. 이게 도대체 어디서 나온 개념인가 싶었는데, 약간 그 게임 배경에서 섹스어필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 이게 그 오르곤에서 나왔겠군... 그런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 *아마 청정구역님꼐서 사드 파트가 잘 이해가 안된다고 하셨는데, 원래 사드가 뭐랄까 제정신으로 읽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드는 매우 순한 맛이고 원문은 아주 아주.....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지요. 전 어쩌다가 공립도서관에서 규방철학이 있길래 읽어보고 소돔을 좀 읽다가 덮었습니다. 규방철학은 아주 러프하게 이야기해서, 아주 질펀하게 섹스하면서 철학을 설파하는 내용 정도에요. 제가 써놓고도 뭔 소린지 싶긴 하군요. 그리고 소돔은 아주 폭력적인 면에서 수위가 높아져서 포기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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