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 레드스터프 벙개 후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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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저녁, 업무를 분주하게 마무리하고 전철에 오릅니다.
퇴근 피크 시간이 지난 직후라서 전철도 한산 하고, 마음도 한산해지더군요.
네이버 맵을 도보용 네비게이션으로 쓰면서 전철역을 나섭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직진 한 후에 길을 건너고, 왼쪽으로 꺽어져서, 첫 골목에서 우회전하며 걸어갑니다.
갑자기 아리따운 아가씨가 말을 걸어옵니다.
핸드폰을 네비게이션으로 쓰면서, 귀에 이어폰을 꼽고 여친님과 통화 중이던 저의 손을 덥썩 잡아끄네요.
어라 이건 뭐지? 하며 이어폰을 귀에서 떼어내고 보니....
"분위기 좋은 바에요. 한 잔 하고 가세요?"
그럼 그렇지... 내 주제에 길거리 헌팅을 당할리가....
발길을 돌리며, 통화를 이어갑니다.
"방금 아주 예쁜~~ 아가씨가 나 잡았어요~ 겁나 이뻤는데..."
"뭐 파는 아가씨래요? 남성 화장품?"
아주 귀신입니다. 품목만 틀렸을 뿐, 길 위에서 누군가 날 덥썩 잡을리 없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압니다. 젠... 젠장.
사뿐사뿐(?) 무거운 몸을 놀리며 걸어갑니다.
네비가 알려주는 건물 앞에 섰습니다.
어라? 분명히 네비는 여기라고 하는데? 왜 안보이지?
Hey Rider 라는 인력거 회사 간판은 크게 보이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엘리베이터만 보일 뿐 아무 것도 없습니다.
건물을 나와서 옆을 바라보니, 포장마차 느낌이 나는 곳은 있지만,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섹스토이 편집샵은 발견을 못합니다. ㅠ.ㅠ
네이버 맵 네이뇬... 니가 날 울리는구나.. 하며 주위 건물들을 샅샅히 뒤지기 시작합니다.
10여분을 뒤지다가... 뒤지다가... 뒤지다가...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뒤져도 안보입니다.
나쁜 머리를 뒤적뒤적 긁어대며, 마쉬님이 카톡으로 올려준 사진을 살펴봅니다.
아.. 이런 된장... 아까 거기가 맞네!!
그랬습니다. 네이버 맵은 정확했습니다. 다만, 제 눈이 삑싸리일 뿐.
Hey Rider 라는 간판 위에 버젓히 "RED STUFF"라는 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Hey Rider 라는 간판은 조명으로 하이라이트 되고 있고,
RED STUFF는 조명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앞까지 와서 헤매다 다른 곳을 맴돌았다는 이야기죠.
네.. 이쯤 되면, 바보짓은 하염이 없습니다.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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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스터프의 존재(?)를 확인한 후, 앞에 서서 담배를 하나 입에 뭅니다.
저기 멀리서, 섹시고니님과 비스무리하게 생긴 사람이 걸어옵니다.
"어.. 덤덤님 아니세요?"
"아.. 안녕하세요? 섹시고니님!"
그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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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도착해있던 마쉬님, 따뜻한 햇살님, Jjelly님 그리고, 쭈쭈걸님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아직 물건들이 덜 도착해서, 드문드문 비어 있는 자리들.
그래도, 벙개로 들이닥친다고 서둘러 정리하고 준비하셨다더군요.
쭈쭈걸님이 주창하셨다던, 여백의 미가 적절하게 적용된 깔끔한 공간.
물건들이 좀더 들어온다고 해도, 고퀄리티의 제품만을 고집하시는 탓에 빼곡히 들어설 것 같진 않은 깔끔한 공간이 연출되어 있었습니다.
진열된 상품들을 둘러보다가,
원터치 콘돔에 눈이 갑니다.
자꾸만 눈이 갑니다.
집에 콘돔이 다 떨어졌는데....
하며, 원터치 콘돔을 집어 들고,
아줌마~ 났어요~~ 하는 기분으로
이거 주세요~! 를 외칩니다.
그리곤, 레드스터프 공식1호 고객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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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에게 카톡을 보냅니다.
"콘돔 두 통 샀어요. 원터치 콘돔.."
"오오오오....? 근데 콘돔 필요없는데에ㅠㅠㅠㅠ 콘돔 시른데엥..." 그러했습니다.
레드스터프 1호 고객이었으나, 정작 실사용자에게 외면 당했습니다. ㅠ.ㅠ
사실, 한 달 넘게 여친과는 콘돔 없이 관계를 이어갔던지라..
한 때는 콘돔 무한 사랑이었던, 저나 여친이 모두 콘돔을 잊어갔던 것입니다.
그래서, 원터치 콘돔.. 반값에 가져가실 분? 아니면 그냥 풍선이나 불어볼까..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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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자리를 옮겨 '서울에서 된장찌개가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씌여 있는 소고기 구이집으로 이동합니다.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1 끝.
#2에 계속.
de Dumb square
P.S. : 2편은 인물 탐색편입니다
P.S.2 : 앞으로는 벙개에서 '중년'을 떼어내볼까 합니다. '중년'이라는 단어에 적지 않은 위화감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또 중년이 아니라도 참가할 수 있는데 구지 중년에 촛점을 맞추기만 하는 것도 적절치는 않아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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