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아트 진행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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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려하는 나를 발견했다. 머리 속에는 지난 밤의 누드퍼포먼스 공연들이 파편처럼 튀어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수 많은 감정들의 울림이라는건 알았지만 정확하게 어떤 감정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안도감과 설레임 같은 감정과 두려움 섞인 감동들이었을 것이다. 두 달여 동안의 퍼포먼스 준비기간은 내겐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만만하게 생각했던 스토리구성부터 음악선정, 소품준비, 스텝세팅 등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못했고 더더욱 힘들었던 것은 항상 켵에서 음악과 소품을 도와주던 쭈쭈걸이 행사일 일주일 전에 네덜란드 출장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쭈쭈걸이 남겨준 레드홀릭스 업무까지 가중되어 있는 상태다보니 공연준비는 항상 밤에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생전 처음으로 퍼포먼스 스토리를 기획하고 구체적인 퍼포먼스를 구상했다. 배우들은 내게 어떤 포즈로 어떻게 움직이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마치 초등학생이 미적분 질문을 받은 것처럼 당황스러웠지만 마음이 그리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말하고 보여주고 의논했다. 어느 정도 스토리가 그려지고 나니 그에 맞는 음악을 맞추는게 큰 일이었다. 유럽출장을 가기 전 쭈쭈걸이 음악 후보들을 한가득 안겨주고 떠났지만 느낌이 와닿는 음악이 부족했다. 그나마 실버파인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음악을 제안해주었고 배우 중 한 분이 결정적인 음악을 제안해주었다. 며칠 밤을 새고서야 겨우 추가로 고른 몇 개를 포함하여 공연에 사용할 음악을 최종 선정하였다. 선정된 곡을 연기시간에 맞추어 편집을 하고 났을 때는 1월11일 새벽 3시였다. 이어 연기에 사용할 소품들을 챙기고 오프닝과 엔딩에 사용할 영상을 고르고 편집하였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1월12일 새벽 6시였다. 공연날이었다. 오후 5시가 되자 공연을 도와줄 스텝들과 배우들이 하나둘 레드스터프에 모였다. 공연장인 스테이라운지로 이동해서 정신없이 리허설과 공연준비로 뛰어다녔다. 관객들이 입장을 시작하였고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프리토크가 끝나고 공연장에 조명이 꺼지고 오프닝 영상이 프로젝터를 통해서 배우들의 몸으로 쏟아졌다. 아름다운 나신의 배우들이 이리저리 띄고 움츠리고 활짝 피어났다가 지기를 반복했다. 그네들이 보여준 몸의 선을 통해서 난 내 안의 욕망을 만났고 그렇게 그들의 심장소리와 리듬을 같이 했다. 뚜렷하지 않은 울림이 밀려와서 내 몸을 완전히 적셨고 난 숨 쉬기가 힘들었다. 그들의 벌거벗은 몸위로 엔딩영상이 비추었을 때 비로소 이것이 현실임을 알았고 그제서야 후토크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후토크가 끝나고 배우들의 땀흘린 얼굴을 마주했을 때 난 누드아트 행사를 결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누드아트가 끝나고 나면 이 눈물의 의미가 좀더 명확해졌으면 좋겠다. - 아름다운 남자 섹시고니 + 열정적인 연기를 펼쳐준 연기자들과 에덴에이전시의 배낙원대표께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 페이도 없이 현장에서 수고해준 스텝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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