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레혹독서단 배비장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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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홀독서단은 3월에 한국고전소설 배비장전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배비장전은 배비장이 여자문제로 겪는 수모를 풍자한 소설입니다. 제주도에 관료로 오게 된 배비장은 아홉대에 걸쳐 절개를 지킨 구대정남으로서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겠다고 장담합니다. 이를 본 사또가 누가 배비장을 유혹하면 상을 내리겠다하자 제주 기생 애랑이 나섭니다. 애랑이 자신의 목욕장면을 보여주는 미인계로 배비장을 유혹하고 배비장은 속절없이 빠져들어 구애하다 망신을 당합니다. 배비장전은 조선시대 양반계급의 이중성과 위선을 풍자하는 소설로 거론되지만, 배비장을 위선적이라고 말할 수 있냐를 토론했습니다. 위선은 알면서도 아닌 척하는 건데, 배비장은 실제 여자를 가까지 하지 않으려 했지만 애랑의 저항할 수 없는 관능미에 넘어간 것이기에 위선은 아니라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또 애랑이 배비장 이전에 제주를 떠나는 정비장과 이별하며 탈탈 터는 장면 등을 볼 때, 애랑은 '꽃뱀이다' 아니다 '의적 느낌이다'는 인물 분석을 둘러싸고 사심이 얽힌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배비장전이 엮은 책마다 다르지만 구인환 교수가 엮은 책에는 이춘풍전과 삼선기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이춘풍전은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는 양반의 이야기입니다. 이춘풍이 거금을 빌려 평양으로 장사를 하러 가지만 평양기생 추월에 빠져 빈털터리가 됩니다. 이춘풍은 이젠 추월에게도 괄시받으나 갈 곳도 없어 추월이 집에서 하인으로 지내는 신세가 됩니다. 이를 전해 들은 부인 김씨가 한탄하다가 평양감사와 연이 되어 관료로 변장하여 추월을 혼내고 남편을 구해냅니다. 이춘풍은 이 사건으로 크게 반성하고 부인과 여생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결론이 다소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여성이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선다는 면에서 변화된 여성관이 보이는 소설입니다. 삼선기는 이생이라는 도학자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주색을 멀리하고 벼슬도 마다하고 오로지 학문만 닦는 칭송이 자자한 도학자입니다. 여기에 낭군감을 찾는 두 기생이 유생으로 변장하여 제자로 들어옵니다. 두 기생은 스승을 술과 풍류와 육정의 세계로 유인합니다. 어느덧 풍류의 세계에 빠져든 이생에게 두 기생이 유혹의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여기서 소설은 놀라운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생은 관념적인 도학보다는 현실의 유흥에 삶이 있음을 깨닫고는 오히려 두 기생과 함께 교방을 차려 품격있는 유흥의 세계를 펼치는 것으로 변화해 나갑니다. 음모에 빠져 고초도 겪지만 결국은 속세의 영화를 떠나 자연으로 들어가 셋이 알콩달콩 살았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삼선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당시 지배이념이었던 유학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그렇지만, 관념적인 이상보다는 현실의 세계를 긍정하는 근대소설에나 나올 법한 주제의식을 품고 있어 놀라움을 줍니다. 놀라움과는 별개로 판소리 형태등으로 구전되어오던 이야기가 1900년대초에 출간된 판본이어서 한자 성어와 중국 고사에 나오는 인물들이 많고 특히 삼선기는 이야기 전개 방식도 낯설어 독해가 쉽지 않은 난점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잘 몰랐던 한국 고전 소설의 멋을 느낄 수 있는 독서단 모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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