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th 레홀독서단 | 68혁명 } 5월9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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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시간 : 2020년 5월 9일 오후 4시부터
장소(상호&주소) : 서울시 마포구 연희로 11 한국특허정보원 빌딩 5층 이든비즈플러스 (동교동) 모임목적 : 사회 기조에 미친 68혁명의 의미를 되돌아보며 참여방법 : 페이스북 레드홀릭 독서토론 모임 신청 및 레드홀릭스 홈페이지 공지 참조 후기 작성자: 시랑 대문이 잠겼습니다. 그래서 돌았습니다. 돌고 돌았습니다. 돌아버릴 것 같았습니다.
서울에서 멀리 이사를 한지가 좀 되어 저는 이미 촌녀가 되어있었습니다.
시간 계산하고 조금 일찍 출발 했음에도 연대 앞에서 운행하는 마을 버스 주말 운행 변경된 것을 기다리다 20분 후에 발견하였습니다.
겨우 4시가 되어서야 코비드 19로 인해 차단된 정문을 돌아 5층 이든 비즈 플러스 앞에 당도하였습니다. 민폐를 끼치기 싫어 다른 토론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으나 시간 엄수가 중요하다고 여겨져 야시시하게 쓰여진 (눌러주세요) 버튼을 꾸욱 누릅니다. 섹시 고니님이 나오십니다. 어라? 새로온 애 상태가 어째? 하는 눈빛으로 저를 잠시 째리시고 커피는 셀프임. 하고 시크하게 자리 배정해주시고는 다른 참여자분들과 대화를 나누십니다.
미리 도착하신 멤버분들은 싱그러운 얼굴들이었고 새로 참여하게 된 촌녀를 별로 신경쓰시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편했습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시작했는데 다행히도 가장자리를 선호하는 저는 중간쯤 소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연령대를 모르고 시작했던 토론은 뒷풀이에서 조금씩, 얼추 알게 되었지요.
68혁명에 관련된 책을 준비하신 분도 계셨고 귀한 논문을 공유해주신 분도 계셨고 인터넷 기사를 프린트 해오신 분, 저처럼 아무 생각 없이 참여하신 분은 안 계셔서 알찼습니다...처음이라는 단어는 많은 것을 용서 받습니다;;
토론으로 들어가서
: 68혁명의 발생과 전개:
68혁명이 성문화에 미친 영향:
사회체제와 성문화의 관계:
크게 세가지의 의제를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어떤 계몽이던 '억압'에 대한 이야기를 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억압받는 A는 A의 억압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계몽이나 혁명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억압하는 B에게 A가 고민하는 문제의 해결을 요구한다면 자유로의 항해는 멀고도 먼 여정입니다.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이죠. A가 불평등을 인지하거나 부조리에 당면하고 저항하는 순간 변화가 일어납니다. 68혁명을 촉발한 억압도 인민의 공평을 외치던 프랑스의 공산주의자들이었습니다. 이미 기득권이 된 위계는 권력일 뿐입니다.
재밌는 사실은 시장경제가 대호황인 때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게 새로웠습니다. 보통 혁명이나 운동의 경우 굶주림에 대한 반발심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68혁명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람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면서 시작된 '문화'의 싸움이었습니다. 두어달 정도의 단시간에 종식된 것처럼 보였던 68혁명을 혁명으로 다루지 않는 일부의 시선은 그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먹는 것의 투쟁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를 혁명의 범주로 분류하는 차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히피와 레게, 도어즈와 지미 헨드릭스,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얻은 시기와 맞물려 '자유로운 삶'에 대한 구호가 시작되면서, 자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 문화 공동체와 맞닿았고, 아마도 68혁명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과거 조선의 계급문화는 현존하는 많은 하드웨어에서 발견됩니다. 복식을 제외하고서라도 고궁이나 고택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양반의 주거공간은 세개의 계단 위에 지어져있고 노비는 한개의 계단 위에 주거지가 형성되어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부정하는 자체가 혼자만의 의식변화로 이루어지긴 어렵습니다.
제가 지금
왜 난! 이재용처럼 누리지 못하고 살지! 뭔가 분해!! 하고 외치면 사람들이 저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요? 미친 거 아냐? 네가 부모 잘못 만나서 그렇지. 하고 웃어 넘길 것입니다. 과거 신분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를 잘 만나 귀하게 대접받는 특권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부조리라 생각하지만 수긍하며 살아갑니다. 세상은 원래 그렇구나. 다음 생애엔 보다 나은 삶이 있을지도. 대략 이러한 스탠스로 자기최면을 걸며 살아냅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며느리의 고충인데요. 노예제가 폐지되면서부터 가장 힘이 약한 며느리에게 모든 노동이 전과되었다는 사실인데, 우리는 과거의 모든 며느리가 그리 살았다고 현재는 인식하고 있다는 거죠.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68혁명 이전의 모습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먼저 계급문제로 인한 화두가 68혁명의 트리거가 되었기에 시민사회의 여러곳에서는 수많은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SKY캐슬에서 다뤄졌던 것처럼 특권층의 권리가 되물림 되는 형태가 조선 후기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조선 전기만 하더라도 신분의 변화는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신분이 고착된 사회이면서 불평등을 인지하는 사회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노동력이 있다면 굶어죽지는 않습니다. 문화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찾아보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제법있죠.
제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는데 즐기는 섹스야 말로 진정한 사치의 산물이라 표현하는데요, 몸이 편해야 즐거움도 찾고 즐길 줄도 알게 되니 아직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섹스를 즐긴다는 것과 불평등을 인지한다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도 교육문제와 성평등 문제가 하나 둘씩 다뤄지고 있죠. 미투가 그렇고 주입식 교육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68혁명의 배경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여성의 신체가 모체와 여성 개인의 신체로 분리되며 피임에 대한 목소리와 낙태에 대한 인식과 법이 바뀌고 있죠.
포르노와 성매매에 대해서는 조금 입장이 다른 면이 있는 듯 했습니다. 성매매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합법화되지 않았으며 사회에서 가장 하급의 신분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국회와 사창가가 근접한 도시에 존재하는 네덜란드의 예를 들며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제게는 아직도 숙제인 부분이라 나중에 더 깊게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이 오겠죠.
성담론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았는데, n번방 사태에 대한 언급을 섹시 고시님께서 어떤 유저의 댓글 하나로 정리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내 돈주고 사서 본 내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느냐.'
더 자주, 솔직하게, 자유로운 성담론을 말할 수 있을 때 범죄와 소비, 자유의지, 인권에 대한 시선이 분리될텐데 우리 사회에서는 보다 성을 다루는 스킬에 경직되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언젠가는 인권과 시선이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는 힘이 생길 때 비로소 나타나지 않을 댓글 아닐까. 26만명이라는 보이지 않는 눈들이 잘못됨을 인식하는 날이 레드홀릭스가 추구하는 방향일까? 뭐 그런 고민을 해봅니다.
얼마 전 입 셍로랑의 일생을 다룬 영화를 보았는데 유후후님이 공유해주신 논문으로 영화가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한 개인인 생로랑의 동성애와 그가 추구하던 패션의 방향성 같은 게 영화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몬드리안의 그림을 과감하게 복장에 도입하면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기업의 마인드도 새롭게 보였답니다. 흑인을 컬렉션에 부각시킨 점도 영화에서는 크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나 봐요. 지금은 입 생로랑의 브랜드를 '명품'으로 인지되면서 생로랑의 정신이 비싸게만 소비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도 남았고요.
개인적으로 톰 포드를 좋아하는데요. 그의 영화를 좋아하고 그가 남긴 '남자도 한번쯤 삽입을 당해봐야 한다' 는 말이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본문을 아래 기재하겠습니다.
그는 "그럼으로써 남성이 여성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삽입을 당하는 쪽은) 매우 연약하고 수동적인 포지션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일종의 공격을 받게 된다. 그게 상호합의에 의한 행위일지라도, 그건 매우 사적인 경험이다."
톰 포드는 또한 이렇게 말했다. "여성이 어떤 체험을 하는지에 대한 심리적 이해가 그 순간에 생긴다. 성적인 면만 아니라 이 세상의 구조 아래서 여성들이 평생 어떤 처지를 겪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즉, 한 젠더(남성)의 입장에선 그런 행위를 실제로 옮길 수 있고, 누구를 침범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 사실을 대부분 남성은 이해못한다."
첫날 남기는 후기라 조금 정신이 없었습니다. 토론 도중에 나왔던 키워드나 제가 알고 있던 이야기를 조금 덧붙여 써보았는데 혼자 생각하던 것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좋은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 시랑의 68혁명 토론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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