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노랑이 스며든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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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에게도 꽃선물을 해보자란 생각이 꽃집을 찾아가 나를 위한 후리지아를 사봤어요. 제대로된 꽃병이 없어서 맥주잔에 꽂아두었는데, 파릇함만 가득했던 녀석들이 하나둘씩 꽃망울을 틔우더니 선명한 노란빛을 뽐내네요. 꽃을 놓아둔 곳으로 시선이 지날 때마다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평일에 틈틈히 읽던 "시선으로부터"라는 책을 이제 막 다 읽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하다가 따뜻해지길 왔다갔다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익게에 어떤 레홀러분께서 추천해주신 책이었는데 기억이 가물해서 정확한 텍스트가 기억은 안나지만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해주는 책'이라고 표현하셨던 것 같아요. 그 말처럼 내가 같이 부대껴가며 몇번이나 마주치는 여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길가를 걸어다닐 때 누군가 염산을 뿌리진 않을까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누군가 나에게 추행을 하지 않을까 마음 졸여야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지.. 그리고 지금보다 더한 세상속에서 살아간 분들의 삶은 얼마나 더 끔찍하고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살아야했는지도요.. 일례로책 속의 등장 인물이 성공적인 결혼의 필수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폭력성이나 비틀린 구석이 없는 상대와의 좋은 섹스"라고 답하는 장면에서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었는데 책을 다 읽어보니 오늘까지도 누군가에겐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하고 납득이 가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문장들 속에서는 내일은 오늘보단 나을거라는 희망이 조금 배어있는 것 같어서 마음이 내내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좋은 세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구요. 무엇보다 아주 잘 읽히는 책이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네요. 이 책이 좋으셨다면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강화길씨의 '음복'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후리지아를 떠올리게 해준 612님과 익명의 레홀러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몇시간 남지 않은 주말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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