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기생수에서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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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간의 뇌를 장악했을 때, 한 마디 명령이 떨어졌어, 이 종족을 잡아먹으라고'
나는 오래 전부터 주제에도 안맞게 인과를 많이 따지고는 했다. 학식이 그렇게 깊지도 않고 전공이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인생을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그 중에서 공부가 아닌 쓸데없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만화 기생수에서의 저 대사는 나의 고민 중 하나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사람은 이성에 끌리는가? 왜 이성을 만나면 이성을 놓아버리고 이성을 쫓아갈까? 심지어는 그게 자신의 신변에 이상을 초래할 것임을 알고도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많은 고민을 했다. 아마도 나 자신이 어릴 때부터 품었던 순수한 열망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그저그런 개인적인 집착이라고 해야할지... 하여튼 그런 것 때문에 동물의 영역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본래 만화를 싫어했다. 아마도 선입견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간혹가다가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켜주는 주제가 있음을 알고 만화를 선별해서 보기로 했다.) 여튼 말이 길었는데 기생수에서의 저 대사가 나의 고민에 대해 해답의 실마리를 약간이나마 제공한 것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명령. '저 이성을 붙잡아라.' '저 이성과의 관계를 노려라.' 두뇌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도파민이 나오고 더 많은 보상을 기대하지만 동시에 또다른 영역의 나는 그것을 억제한다. 내가 평소에 지키고자 하는 겉모습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상대 이성에게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저런 명령들은 나의 이성적 억제력과 사회적 구속력에 의해서 조금씩 희석된다. 그러나 제일 위험한 때는 역시나 집에서 혼자 있을 때인데 동물의 영역은 취약한 시기에 그 틈을 노려서 나에게 계속해서 교미해야할 때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나는 어쩔 때는 거의 미쳐버리는 순간까지 가는 것인데 대체 이런 명령은 누가 무슨 의도로 동물들에게 내리게 되었단 말인가? 아마도 신체는 태어날 때부터 DNA에 의해 설계된 대로 구성되는 바, 그럼 이런 DNA는 어디서부터 왔는가? 아마도 자연, 동의어로는 신의 섭리. 한 때는 신을 원망했다. 그리고 한 때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겠다고 마음 먹은 때도 있었다. 아니, 원래는 신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거스를 수 없는 명령들을 느끼고 개인적인 고뇌가 커지면서 나는 결국 어떤 존재인지는 가늠할 수는 없으나 신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으며 내가 고작 신의 영역에서 그의 의지를 따를 수 밖에 없는 미시적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에 큰 절망감을 맛보게 되었다. 이거는 내가 원한 인생이 아니라고 몇백번을 되뇌였는지 모르겠다. 근데 이런 어린애같은 투정도 결국은 자연적인 원리로 만들어진 설계에 포함된 것으로써 나타나는 '인간적'인 것이리라. 섭리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겠지. 물이 어떻게 자신이 담겨진 컵을 깨겠는가.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낼 수 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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