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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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이지만 일이 있어 반나절 동안의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길. 다시 키보드를 만지작 거린다.
올해 들어선 연차를 거의 쓴 일이 없었던 지라, 꼭 반차를 쓴 것처럼 느껴지는 오늘이 참 생소하다. 사람은, 아닌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을 테니까 그냥 나는-이라고 써보는 게 좋겠다. 나는. 살아가는 방식이 거의 일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비슷한 범위 내에서 일을 하고, 비슷한 범위 내에서 생각을 하고, 뭔가 변수랄 것이 생기면 그것을 바로 즐기기보단 일단 당황하는 게 먼저인 사람이니까. 30년을 조금 넘게 살아오는 동안의 내 시간을 뒤돌아 봐도 그렇다. 그래서 아주 간혹, 누군가에게 나를 표현하거나 드러낼 때도 나는 바뀌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지만 나도 로봇은 아니니까, 가끔 변덕을 부려보고 싶어진다. 안하던 짓을 하고, 못해본 말을 하고, 소소한 일탈을 즐기고 싶어하며, 더 간혹은 창피하고 민망한 속내를 드러내보고 싶어진다. 잘 모르겠지만 그런 날들 중에 오늘도 포함되는 건 맞는 것 같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그런 날이 있다. 오늘은 반드시 자위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날. 야한 생각을 그대로 풀어야할 것 같은 날. 다 쏟아내야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날. 술을 마셔셔 좀 알딸딸해진 상태이거나, 느긋한 주말의 어둑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야한 짓을 하고 싶어지는 그런 이상한 날. 누군가의 몸이 그리워지는 날. 내일이 되면 왜 그런 생각을 했었을까, 아니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것조차 다시 마음 속 깊이 눕혀놓고 다시 사무실에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겠지만. 그건 어쨌든 내일 일이니까. 오늘은 그냥 야한 생각이 나니까 아무 생각 없이 야한 생각을 마저하고, 야한 짓을 해아지, 참 하찮은 다짐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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