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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홀아 고마워.(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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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은개 조회수 : 4709 좋아요 : 0 클리핑 : 0
난 레,홀에 들어오기 전에 에세머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인간이었거든. 솔직히 중증 성도착자나 정신분열증으로 치부했어. 요즘 와서 보면 내가 그들하고 같은 방식으로 유희를 즐기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시작했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기는 해. 문제는 평범한 글을 그냥 스킵한다는 거야. 그래서 개인성향을 잘 알지를 못해. 내가 쓰는 글을 보면 굉장히 가학적이야. 어휘들을 함부로 대하지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모멸감을 주고 고통이 될 지 알면서도 최소의 문장으로 최대 통증을 주기 위해 가장 치명적인 단어를 골라내지.
언젠가부터 착하고 감미로운 글에 신물이 나기 시작했어. 에세머들도 섹스할 때 이런 기분일까? 지극히 선정적인 문장을 창조했을 때 느끼는 희열을 그들도 느낄까? 그 때문에 그런 잔인한 놀이에 매료되는 걸까?
난 원래 쾌락주의자지 사색을 즐기는 지극한 인간이 아니었거든. 글을 쓸 때 항상 이런 다짐을 하지 이것만 쓰고 당분간 쓰지 말자고, 웃기는 건 그 글이 완성돼 갈 때쯤엔 또 다른 동기가 부여 된다는 거야. 레,홀만 들어오면 정말이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돼.
그래서 내가 레.홀을 못 떠나는 건지도 몰라. 자소서 3부작에 대한 반응이 거의 없어서 실망이지만 대충 짐작하자면 “그렇게 주목 받고 싶은 거야?”말만 유창하지 사실은 여자를 꼬시고 싶은 거잖아. 사기꾼 같으니. 라고 조롱하고 의심하는 이들도 제법 있을 거야. 미안하지만 아니야? 여기오면 섹스하고 싶은 마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이건 사실이야.
제발 커뮤니티 분위기에 맞지 않는 소리 작작 늘어 놓고, 하루 속히 꺼져 달라고 신신당부하고 싶을지도 몰라. 암시했듯 난 이곳과 맞는 사람이 아니야. 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 난 왜 나랑 맞지 않는 곳에 있지 않으면 안되지? 왜 꼭 나와 맞는 곳에만 있어야 하지? 이런 종류 질문에는 준비된 질문이 정해져 있지.
인간은 왜 살죠? 이유 없지. 목적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누가 있어. 다 그냥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결과지. 내가 레,홀에 왜 있냐고? 이유 없지. 그냥 살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 온 거지. 왜 못 떠나죠? 이유 없지. 갈 데가 없거나, 가기 싫거나. 내가 다른 데 가면 이 질문과 대면하지 않을 까? 거기서도 똑 같은 질문을 하지. 왜? 하필 여기에? 이유 없지. 사라질 수 없다면 어딘가에는 존재해야 하잖아. 그게 레,홀이라고 해서 이상할 것은 1도 없는데 말이지. 사람들은 이유가 존재할 수 없는 지극히 우연한 결과물에 대고 집요하리만치 인과를 따지기 좋아하지.
자소서 3부작 반응을 지켜보면서 아주 초창기 그러니까 내가 레,홀에 태어나지 않았을 때 읽었던 게시물이 떠올랐어. 제목이[어느 빡친년의 외침.]이었지. 솔직히 문장력을 논할 글은 아니었어. 레,홀만 접속하면 무수히 쏟아지는 섹파구인 쪽지와 단톡만 들어가면 어김없이 덤벼대는 섹무새들에게 넌덜머리가 난 어느 여인의 지치고 한 맺힌 절규와 거친 욕설이 아무런 여과없이 활자로 옮겨졌지.
레,홀러들이 그 글을 읽고 엄청난 환호와 지지를 보냈지. 필력이 좋다. 정곡을 찌른다. 속이 후련하다. 남녀를 불문하고 엄청난 환호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만일 내 글이 여자 글이었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 정도로 냉랭하지는 않았을 거야.
사실 이미 예견했던 상황이라 놀랍지는 않지만, 이런 생각을 했어. 여자들이 조직생활하면서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아무리 능력을 드러내고 발버둥쳐봐도 처음부터 자신에게 허락된 과실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에 하루 하루 박탈감 속에서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 물론 내가 이곳에서 사교성을 보이지 못한 잘못을 빼고도 말이지. 그 “어느 빡친 년”도 지금 나처럼 혈혈단신으로 감행한 돌출 행동이었거든.
내 생각이 맞는 지 틀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냥 이런 상념에 잠기도록 만들어주는 레,홀이 고마울 뿐이야. 세상을 살면서 전혀 접해보지도 못했던 고민을 꾸준히 제공해 주는 레,홀에 항상 감사할 뿐이지. 조롱하는 게 절대 아니야.
앞으로도 내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 다닐지는 몰라도 레,홀을 쉽게 떠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이 원초적인 담론들이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워.
레,홀을 만난 건 내 인생에 대단한 행운이야. 레,홀아 고마워.

독백이지만 또 불편한 글을 쓰고 말았네요. 제가 항상 신세지고 있는 부분이죠. 가슴에 품고 있던 생각을 이렇게 비워내지 않으면 새롭고 큰 생각을 담지를 못해서 그렇습니다.
현재 감정을 땅 바닥에 던져 놓고 조망하지 않으면 잘잘못이 눈에 잘 안 보여서 이 작업을 끝도 없이 반복하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제 글이 잘 맞지 않는 분들은 거르시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게 유감이지만 현재로선 그게.최선입니다.
술먹은개
이쓰라. 싸랑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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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ha 2021-05-19 22:45:48
이 글이 제일 좋습니다 ㅎㅎ
술먹은개/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습니다. 근데 고래를 춤추게 만들지는 몰라도 개는 좀 미치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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