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하이라이트를 봤는데.
0
|
|||||||||
|
|||||||||
심심해서 유튜브로 회차별 요약한 편집본 봤습니다. 재밌고 아련하더군요. 김다미 배우 이태원클라쓰 포스터만 보고 대실망했는데 이번엔 대만족이었습니다. 마녀에서 두들겨 패던 남우가 허웅이 되다니, 근데 별 위화감도 들지 않더군요. 스스럼없이 자고 간다는 씬이 나와서 공중파가 이런걸? 공중파는 역시 공중파였지만 매끄럽게 연출해서 자연스러웠습니다.
멜로물로서 정말 잘 연출했다고 느껴진 부분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는 씬들이었습니다. 대사로 사랑한다 말하는게 아니라 상대는 눈치채지 못하거나 어리둥절해하지만 본인만큼은 지금 나는 너를 사랑하는구나, 그걸 깨달아 망연해 있는 그런 씬들요. 두 배우의 외모가 아주 걸출하진 않습니다. 여신이니 만찢남이니 할 정도는 아니죠. 물론 멜로물 배우라 충분한 미모는 갖췄지만 압도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닌거죠. 예컨대 저는 티비보다 리즈 시절 김태희의 광고를 보고 넋을 읽은 적이 있어요. 너무 예뻐서 가능한 일이죠. 외모 자체의 스펙타클함이 넘쳐서 그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두 배우는 그 정도까진 아니었죠. 그래도, 아니 그래서 드라마에 어울렸습니다. 감정이입하는데 무리가 없으니까요. 등산 좋아하시나요? 전 딱히 좋아하진 않는데 특별히 또 거절은 안하는 편이라 응해서 몇 번 갔습니다. 그래도 등산의 재미,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부분은 있습니다. 산에 파묻힌 등산로를 따라 내내 제한된 시야를 헤치며 오르다 능선에 이르면 오른 높이만큼 펼쳐지는 산 아래 전경이 눈에 들어오죠. 그런게 일종의 스펙타클이에요. 거대한 전경의 존재감이 저를 압도합니다. 제가 그 거대를 보는게 아니라 거대에게 포착된 느낌이 들죠. 어느 정도는 거기 공포감도 없지 않아 있구요. 부들부들 살짝 떨리기도 하고 닭살이 돋기도 합니다. 그 강렬한 존재감에 직면하는 것, 그게 사랑을 깨닫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저도 과거 어떤 여성분들에게 그런 일들이 있었죠. 한가하니 앉아있거나 그냥 걷고 있거나 할 적에,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일상 중에,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넋을 잃게 됩니다. 내가 지금껏 살아오며 갖춰진 어떤 관념의 틀이 있고 그에 따라 상대를 그 자체가 아닌 어느 정도 걸러진 느낌으로 인식하기 마련이죠. 예컨대 영화 인셉션에서 디카프리오의 꿈에서 그를 괴롭히는 죽은 아내 마리옹 꼬띠야르를 두고, 디카프리오는 분명 너는 진짜 존재했던 내 아내보다 더 이상적인 모습의 그녀지만 너는 그녀가 아니고 그녀는 죽었다며 떨쳐내는 장면이 있죠. 그런 필터가 있단거죠. 그런데 왜인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 그 필터를 다 해제시키고 그녀의 존재 자체가 거기 그대로 있을 뿐인데 내게 던져지고 마음이 그대로 묶여져 버립니다. 그 전에 좋아한다고 했건 사랑한다고 했건 말로 다른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하건 상관없이, 깨닫습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럴 때 그녀가 스펙타클해집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영원같이 느껴지죠. 하지만 상대방은 모르더군요. 뭐해? 왜? 이런 말로 영원의 순간이 끝납니다. 나는 대충 얼버무리고요. 몰라주는 상대방에게 야속함을 느끼기도, 근데 아마 저도 반대로 똑같이 했을테니 그대로 인정합니다. 드라마가 그런 연출을 정말 잘했습니다. 죽은 연애 세포를 되살리는 느낌이네요. 특효약입니다. 여러분께도 권합니다. 네, 야한 쪽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ㅎㅎㅎ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