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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공포영화 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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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el 조회수 : 770 좋아요 : 1 클리핑 : 0
예전에 쓴 글인데 미국 이야기 약간 있습니다.

[썩은 잎]
스포일러 거의 없습니다.
사실 스포일러할 내용이 없습니다.
스포일러할 내용이 없다는게 스포일러일겁니다.
이하 남미와 콜롬비아 역사가 대부분이고 읽어보시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겁니다.
읽기에 앞서 남미史를 간략히 훑어보았습니다. 작품의 배경이자 작가의 고국인 콜롬비아에 한정해 살펴볼 요량이었는데, 작품의 당대까지의 남미史와 광범위하게 교착된 탓도 있고 특별히 콜롬비아만을 다루는 책이 도서관에 적당한 것이 없었습니다-여행서 수준을 넘는 책은 쿠바, 브라질, 베네수엘라 정도(순서대로 책도 많습니다, 체 게베라와 피델 카스트로>룰라>차베스 순서가 한국의 대중적 수요일테니까요.)
대략 1400년대 말 경에 스페인이 남미에 진출합니다. 북미와 마찬가지로 남미에도 원주민이 있었고, 북미와는 달리 상당한 수준의 중앙집권제도를 갖춘 상태였습니다. 마야, 아즈텍, 잉카가 주류였고 기타 다종다양한 부족 단위 군락이 천단위를 헤아렸던 모양입니다. 한 몫 잡고자한 개척단이 의도치 않은 천연두 전파로 남미를 제패하고 여기에 본국의 귀족, 성직자, 상인 등이 지배자로 이주하게 됩니다. 이후 역사에서 중요하게 짚을 부분은 귀족과 성직자를 꼽습니다.
종교 이야기를 먼저 하죠. 이베리아 반도 일부는 상당 기간 이슬람의 지배 하에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와 인접한 지리적 특성도 있겠죠. 끝내 스페인이 반도 전체를 수복합니다. 그리고 스페인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아주 독실한 가톨릭 국가입니다. 이들은 국토 수복이 단순히 국가의 성장을 의미하는 정도가 그치지 않고 종교적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었던 것이죠. 당연히 가톨릭 성직자들은 남미를 향했습니다.
유럽 본토에선 종교개혁이 일어나 신구교간 대립이 격화됩니다. 부패하고 타락한 구교 가톨릭을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신교가 부흥하였고 지독한 전쟁에 이릅니다. 명분은 신교가 월등히 앞서고 종교는 명분, 특히 도덕적 명분에 운명이 좌우되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가톨릭이 존속을 넘어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려면 신교에 못지 않은 도덕적 명분을 얻었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예수회가 맡습니다. 당연히 예수회도 남미를 향하였고 남미의 통치 체제에 상당한 축을 담당하게 됩니다. 소설에서 의사가 메메의 아이를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낙태를 유도한 일에 가열찬 비난의 정서를 품는 것은 이러한 내력에 따릅니다. 풋내기라 불리는 신부가 마을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죠. 의사를 악마라 수근대는 마을 분위기도 그러합니다.
귀족 집단은 스페인 국왕(이후 포르투갈이 독립한 후로는 분할되어 포르투갈 국왕)이 본국에서 임명하여 위임된 지배권을 행사하는 총독 등이 있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의 격이죠. 최초 정복 이후 삼백년 정도 이베리아 반도(스페인 및 포르투갈)의 지배가 이어집니다. 긴 시간이라 남미 현지에 정착해 지역 유지가 된 이베리아인 가문이 적지 않았는데 이들을 크리올 또는 크리오요라 이릅니다. 현지에서 현실적인 지배권을 누리는 크리올을 통제, 감시하기 위해 이베리아 반도의 왕은 자신이 특별히 신임하는 자들을 총독 기타 남미 최고위 관료로 보내게 됩니다, 이들을 페닌술라르라 합니다.
1800년대 초 나폴레옹이 황제에 즉위합니다. 정복을 거듭해 이베리아 반도 역시 나폴레옹의 수중에 떨어집니다. 남미 입장에선 본국이 무너진 것이죠. 그래도 왕가는 존속해서 아주 머지 않아 본국을 수복하긴 합니다만 면을 크게 상했죠. 남미의 상황은 크리올과 페닌술라르의 반목이 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크리올은 현지의 실질적인 지배자고 페닌술라르는 감시자니까요. 크리올은 현지에서 거부가 되었지만 페닌술라르에게는 본국으로부터 지원받는 강력한 군대가 있었습니다. 크리올이 남미의 최하층 피지배계급-원주민과 흑인 노예-을 무력집단으로 만들었다간 페닌술라르와 공멸할 가능성이 컸죠. 그래서 맞춰졌던 균형추가 무너진 셈입니다.
그래서 남미는 결과적으로 크리올에 의한 독립을 이루게 됩니다. 그 아이콘이 시몬 볼리바르라는 인물이고 미국처럼 남미합중국을 꿈꿨던지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그리고 “콜롬비아” 지역을 아우르는 “그랑콜롬비아”를 건국합니다. 그가 단명한 탓에 남미합중국의 꿈은 무산되었고 그랑콜롬비아는 그대로 쪼개집니다. 그래도 아이콘이니만큼 시몬 볼리바르는 남미의 여러 국가에서 국부 취급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의 정통성을 이었다고 할만한 국가가 바로 콜롬비아입니다.
시몬 볼리바르의 별호는 해방자였습니다, 엘 리베라토르. 크리올이었고 본국에 반기를 들었으나 한 차례 패망한 후 재기하여 본국의 간섭을 떨쳐냈습니다. 그랑콜롬비아, 영어로 하면 그랜드 콜롬비아. 콜롬비아를 핵심으로 하여 남미합중국을 건설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었습니다만 단명도 단명이되 묶인 지역이 안데스 산맥의 천험한 지형으로 인해 단절된 성격이 더 컸던지라 통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본인도 사실상 국왕이나 다름없는 지위를 원했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력은 콜롬비아에만 그쳤습니다. 그가 아이콘이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몬 볼리바르는 1830년대 정도에 사망합니다. 삼백여년에 이르는 본국의 식민 통치는 종지부를 찍었는데 크리올 가문들이 남미 현지의 부를 독식하고 있지만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가 단명하여 이렇다할 후계 구도를 남기기는 커녕 안정적인 통치 체제를 구축하지도 못했습니다. 정치적 혼란이 시작됩니다. 그 정치적 혼란은 [썩은 잎]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 별로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이는 콜롬비아에 국한되지 않고 남미 전반에 뿌리깊게 남은 문제입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체제가 가장 오래 존속되어왔다고 평가받는 국가가 콜롬비아이기도 합니다. 시몬 볼리바르의 유산이 나름대로 남은 것이죠. 시몬이 적어도 그랑콜롬비아의 대통령직을 했었고 콜롬비아 지역에선 실효적 통치를 했으니까요. 시몬이 남미합중국을 꿈꿨다지만 스스로는 사실상 왕이 되길 원했고, 당대의 정치적 상상력은 대통령이란 왕과 다를 것이 없는데 단지 세습하지 못하고 선출은 투표권 가진 자가 한다는 정도였거든요-이 관념은 현대에도 아주 큰 틀에서 달라진 것이 별로 없긴 합니다. 시몬이 독신자였기에 대통령이 되었다고 한들 큰 무리는 없겠습니다.
독립을 촉발한 갈등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리올이 페닌술라르 싫어했다는 멘트 정도로는 갈등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크리올 가문의 어떤 이는 시몬처럼 왕이 되길 원했지만 다른 이는 자치권을 보장받기를 원했습니다. 시몬이 왕이 되도 좋다 내지는 시몬의 카리스마 혹은 업적, 통치를 인정하는 이들은 중앙집권체제를 옹호하고 이들이 콜롬비아의 보수당을 형성합니다. 반대로 시몬이 대통령에 올랐어도 자치권을 원한 이들이 자연스럽게 야당 역할을 맡았고 시몬 사후 자유당이 되어 콜롬비아 양당제가 성립하게 됩니다.
양당은 체제를 두고 극한 대립합니다. 종교 이야기로 잠깐 넘어갑니다. 남미 해방의 아이콘이 시몬 볼리바르였지만 중미는 미겔 이달고였습니다. 멕시코 독립운동을 이끌었고 시기도 1800년대 초반입니다. 한 세대 빠르죠. 그리고 그는 신부였습니다. 멕시코 국부로 일컬어집니다만 건국에는 이르지 못했고 스페인 본국 병력에 진압되어 사형당하죠. 예수회는 가톨릭 내부의 도덕적 개혁 운동이었습니다. 예수의 정신으로 돌아가자, 약한 이들에게 손내밀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말하자면 미대륙의 평등주의를 제창하게 됩니다. 크리올만의 독립이 아닌 것이죠. 아메리카 원주민도 흑인 노예도 혼혈도 그 모두를 아우르는 모두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참고로 아메리카 원주민은 천만단위였는데 천연두로 1/10으로 줄어든 탓에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백만단위로 잡아들였답니다. 그러니까 남미는 종교의 영향력이 단순히 정신세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정치 체제에 이를 정도였다는거죠. 그 부분은 콜롬비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수당은 중앙집권을 원했고 사회 통합에 가톨릭은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자유당은 자치권을 원했고 가톨릭이 시대 착오적인 관습에 메여있다고 공격했습니다-가톨릭이 서구 중앙집권제의 모태였으므로 당연히 싫어했겠죠. 양당은 시몬 볼리바르 사후 권력 투쟁을 반복했고 상황에 따라 내전과 반란을 일으키는 선택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의사와 의사의 후견인격인 대령이 참전한 천일전쟁은 자유당의 참패로 끝납니다. 둘의 대화 중 무신론이 나오는 이유였겠죠. 그리고 의사가 죽은 1928년은 보수당의 집권이 종식을 앞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세계 대공황이 터지거든요. 취약한 콜롬비아 경제가 무너지며 정권도 함께 침몰합니다.
그리고 천일전쟁은 콜롬비아 역사에 있어 지극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 전쟁은 반복된 내전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콜롬비아의 영토가 분열되거든요, 파나마가 독립해버립니다. 그러니까 파나마는 콜롬비아의 영토였습니다. 파나마는 운하로 유명합니다. 지도를 봐도 파나마 운하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 이 지역적 요충지를 탐했고, 사소한 사건을 빌미삼아 군을 보내 전쟁 발발의 위기가 고조됩니다. 그 과정에서 집권하던 보수당이 파나마를 헐값에 할양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자유당이 내전을 일으키죠. 그게 천일전쟁입니다. 그리고 자유당이 졌습니다. 게다가 파마나는 그대로 독립해버렸습니다. 사실상 자유당은 끝장난 것이죠.
의사가 그리고 풋내기란 신부가 자유당으로 참전한 이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영혼을 잃었습니다. 혈연이라도 되는 듯이 묘하게 닮았다는 두 사람은 그 사건을 통해 심연이 영혼만 삼켜 토해냈다는 의미로 한 배에서 나왔을 수도 있겠죠. 대령의 아내로 집약되는 의사를 보는 시선, 악마. 영혼 없이 움직이는 사람닮은 존재에게 느끼는 혐오 내지 공포감이었지 싶네요.
천일전쟁의 여파는 국토 분리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이었고 조약을 통해 콜롬비아 경제는 상당히 미국에 종속됩니다. 그래서 미국 자본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나나 회사라는 유나이티드 프루트입니다. 지금은 치키타 브랜즈 인터내셔널이라 상호가 바뀌었는군요. 당대에 악명이 높았고 사실은 지금도 악명이 높습니다. 다국적 기업 중 농축수임광산물 등 1차 산업을 지배자들은 대개 그렇습니다. 익숙할 이름들은 델몬트, 돌 등이 있죠-여담입니다만 올해 기록적 폭염으로 식자재 작황이 지극히 나쁠 것이고 내년에 세계에 또 혼란이 일어날겁니다, 그 수준은 아랍의 봄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랍의 봄도 국제적 흉작이 촉발한 면이 크거든요.
하여튼 유나이티드 프루트는 콜롬비아에 바나나 농사를 플랜테이션으로 돌렸습니다. 콜롬비아인들이 일했죠. 당시 노동자 처우는 다 터무니없던 시절입니다. 지금도 터무니없는 케이스를 자주 접하지만 예전엔 어땠겠습니까. 그래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으킵니다. 플랜테이션 농업이 특별히 플랜테이션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본질적으로 사람 손을 많이 태워야 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노동집약도가 매우 높죠. 노동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임금을 많이 주었다가는 채산성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처우가 형편없는 것이고 또한 사람이 손을 놓으면 농장주도 치명적 타격을 입는 것이죠.
1928년입니다. 노예제는 대강 폐기된 시대라 채찍질할 수가 없죠. 그래서 파업은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그러자 프루트의 경영자는 콜롬비아 정권에 로비하고, 콜롬비아 정규군이 파업 노동자를 진압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죠. 이를 바나나 플랜테이션 학살이라 한다는군요. 콜롬비아인에게 중요한 기억을 남긴 사건이라 합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기마 경찰이 광산 노동자를 진압하는 그런 것과 비슷하되 정도는 월등히 높았을겁니다. 영국은 그래도 기마 ‘경찰’이었지만 콜롬비아는 '군'을 투입했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근대 국가는 폭력을 독점하고 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엄중히 단속하고 처벌합니다. 국내 치안 유지는 경찰이, 외국으로부터 국방을 지키는 것은 군대가 합니다. 차이는 무력의 방향성이거든요. 경찰의 무력이 군대에 비할 바 없이 낮은 이유는 무력이 국민을 향하기 때문입니다. 군대는 그런 것 신경쓸 이유가 없는 대신 총부리가 절대로 국내를 향해선 안됩니다, 그걸 반란이라고 부르죠. 그걸 한거거든요. 미국의 일개 기업의 청탁에 의해서요. 그래서 끔찍한 기억으로 남는 것입니다. 그래서 썩은 잎이죠. 모렐로스보다 명분 약한 크리올 시몬의 독립이었지만 그 성과조차 치욕적인 이유로 유명무실해졌습니다. 다 썩어버렸습니다.
의사는 이념에 영혼을 바친 자였지만 이념이 궤멸되자 영혼을 잃었습니다. 죽어지질 않아 남은 육신은 태엽 인형마냥 적당히 정해진 루틴대로 굴립니다. 미각의 즐거움도 원치 않았나봅니다. 메메에 대해는 그저 본능이었나 싶습니다. 다만 의술을 했지만 바나나 회사가 밀고 들어온 이후론 그마저 접습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생전 본인 묘비에 이런 말을 남깁니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자유롭기에 메이지 않는 자
카잔차키스. 의사는 영혼을 잃어 메일 것을 만들려 하지 않는 자, 그러기 위해 끝내 목을 메는 것으로 메일 것 없이 떠난 자.
목을 멘 시점은 영혼을 앗아간 사건이 계기가 되어 콜롬비아에 더 깊은 상처를 안겨준 해였습니다. 영혼 없는 잔여분의 삶과 조기 정산을 여러 시선을 통해 보았습니다. 내력을 아는 대령, 내력은 몰라도 없는 영혼으로 움직이는 육신을 보아온 딸과 아무 것도 모르는 손자의 시선으로. 이런 저런 이유를 대지만 손자가 온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에 단절은 없으니까요. 초반 썩은 잎이 결국 땅에 스민다는 것도 그런 의미라 생각합니다.
개인이 원하느냐와 상관없이 역사의 무게는 알게 모르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알아야죠. 아는 것이 독이요, 모르는 것이 약이라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모르는 것은 마약이되 아는 것은 극약입니다. 극약은 그래도 치료제거든요.
참고서적 : 현대라틴아메리카 / 그린비 출판사
ru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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