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다들 취미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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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러셀님과 배드님 글 읽다보니 저는 취미가 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배드님 카피버전으로 답변글 남겨봅니다. 우선 좀 부끄럽지만, 전 완전 게으른 사람입니다. 목표가 없고 재미가 없으면 확실히 무언가 오래 안하더라구요. 학생시절에는 문학소년 코스프레를 좀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만의 세계로 도피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가 너무 무지무지하게 싫었거든요. 다시 생각해보면 그 때 읽었던 여러 책들이 자양분이 된 건 확실히 맞지만, 정작 사회생활하면서 책은 안봤네요. 휴가나 여행갈 때는 시집 한 권 들고 가구요. 참고로 제대 후에 복학해서 읽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영감을 받아 가볍게 살기 시작했습니다. 전 독서는 취미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처럼 글자정보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서 새로운 정보에 대해 배우거나, 어떤 특정한 묘사부분에선 상상력을 이용해 머리 속에 펼쳐보거나, 혹은 자기만의 철학으로 좀 더 발전시켜 나가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책을 살펴보거나 하잖아요. 이런 모든 활동들이 언어를 이용한 신경세포의 스파크 놀이로, 그 자체가 유희고 훈련도 되는거라 충분한 취미의 기준을 충족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치매 방지를 위해서도 좋구요 ㅋㅋㅋ 두서없이 말이 많았네요. 제 취미는 드럼연주와 요리하기입니다. 드럼은 밴드음악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전기를 이용하는 일반적인 밴드음악에서 타격으로 소리를 내는 타악기란 점이 그렇구요. ( * 어쿠스틱으로 치자면, 멜로디와 리듬의 경계로 나눠질 수 있겠네요.) 제 수준은 야매드럼 수준이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악기입니다. 튀지 않으면서, 곡의 기본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는 악기거든요. 공사로 치면 땅파고 바닥다치기랄까, 고기굽는 걸로 치면 30분 전에 소금 뿌려서 간하는 느낌이랄까...그렇네요. 나의 연주로 곡의 기본 분위기가 결정된다는 건 굉장히 짜릿한 느낌이더라구요. 하지만 연습은 굉장히 짜증납니다. 전 게으르거든요 ㅋ 그리고 요리!! 요리의 시작은 뭐니뭐니해도 계란후라이와 라면끊이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 매일 계란후라이를 먹다가, 조리시작을 단축하거나 오래해서 반숙과 완숙의 차이를 맛보고, 물이나 우유를 써서 스크램블을 만들어보고, 이것저것 다른 채소나 재료로 라면을 먹다가 자체 제작 부대찌개 라면과 춘장으로 만든 간짜장까지 해보게 되는거죠. 이제는 이탈리안 요리 쪽에 관심이 많아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재료를 준비해서 조리법을 참고해 만들어봅니다. 요리를 취미로 한다는 건 두가지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조리법의 글자정보를 통해서 맛의 스파크를 느끼고, 그 맛을 목표로 요리를 해보고 상상의 맛과 비교합니다. 이게 뭔가 독서랑 다르게 실제로 펼쳐지는 행동과 변수가 많아서 재미있더라구요. 물론 필요영양분 이상을 먹는 행위는 논리적으로 불필요한 행위입니다. 먹어봤자 배설물과 체내 지방량만 올라가지요 ㅋ 그렇다고 로마 귀족들처럼 맛만 보고 씹다 뱉는 건 너무 사치스럽운 행동이구요.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저는 요리를 생각하고, 준비하고, 최종적으로 맛보는 일련의 과정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머리 속으로 상상하고, 상상의 맛들을 서로 비교하여 메뉴를 정하고, 어울릴만한 와인이나 음료를 선택하고... 테이블 앞에선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씹어 넘깁니다. 뇌 안에서 여러 상상과 준비를 했는데, 노동을 통해 실제로 구현하여 맛을 보면 성취감과 쾌감이 크더라구요. 그리고 하나를 덧붙이자면, 위의 요리하기와 완전 일치하는 이유로 섹스를 좋아합니다 ㅋㅋㅋ 도돌이표!! 한 번 더 봐주세요! 식욕, 성욕 만만세!!! * 요새 몇 년간 책에 관심이 없다가 에피쿠로스 관련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직 잘 모르구요. 잘 아시는 분이나 관심이 있으신 분은 서로 책도 공유하고, 읽으라고 채찍질도 해주고, 얘기도 하고 하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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