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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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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el 조회수 : 1910 좋아요 : 1 클리핑 : 0
저도 모릅니다. 다만 익게를 보니 만남, 사랑, 섹파, 섹친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서 써봅니다.

알랭 드 보통, 꽤나 유명세 있었던 작가죠? 요즘 출판계에서는 어느 정도 지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꽤나 한국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의 출세작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죠. 저는 이 책을 초판 나왔을 적에 읽었답니다! ㅎㅎㅎ 철학에 관심이 슬슬 생기던 시절이라 연애소설보다는 말랑한 철학입문서로 읽었더랬죠. 남주의 서술로 진행되는데, 사실 남주의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여주의 이름은 클로이죠. 클로이와 우연히 만나 관심을 표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반복하다 헤어지고 절망하고 삶의 의지를 잃어 자살도 생각하다가, 친구가 기분 전환하자고 데려간 바였을까요? 거기서 우연히 마주친 다른 여성에게 사랑에 빠진다 ㅋㅋㅋ 큰 틀의 줄거리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국면마다 그럴싸한 철학자들의 입장을 가져와 상황을 해석하죠. 대략 소피의 세계같은 말랑한 입문서이되 뭐 성인용 정도 되잔을까 싶네요.

제가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씬은 남주가 클로이에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이에요. 사랑한다 말하려 했을 것 같은데, 그걸로는 부족하다 내지는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데 부적합하다고 여겨서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너를 마쉬멜로우해' 사실 이 국면을 해석하는 철학자의 입장이 정확히 뭐였는지는 읽은지 오래라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럴싸한 철학자는 비트겐슈타인 아니었을까? 언어철학자고 처음에는, 전기라고 하는데, 언어 그림 이론? 언어는 세계를 그리는 도구다? 이런 식의 주장을 했다가 나중에는 자기 입장을 수정해서 언어는 게임이라고 주장합니다-ㅎㅎㅎ 박진영은 섹스가 게임이라 했던가요? 게임이라기보단 룰이라 하는게 좋겠는데, 어떤 표현에 대해 통상적이고 객관적인 의미가 있다한들 특정인들 사이에선 다른 의미로 쓰인다는 것이죠. 그래서 대화하는 서로간에만 통용되는 그런 표현들이 있다는 이야기에요. 레홀러 여러분들이 만나는 누군가와만 나누는 밀어가 그렇겠습니다. 특정 집단에서 쓰이는 속어도 있을 것이고, 예컨대 남자들끼리는 서로를 비속어로 칭하지만 그 비속어에 상응하는 진짜 악의, 천시, 경멸, 혐오같은 감정은 담겨있지 않으니까요. 흑인들은 다른 인종에게 니거 소리 들으면 격분하지만 흑인들끼리는 서로를 니거라 부르며 낄낄댄다, 역시 비슷한 양상이죠.

그러니까 사실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은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이렇습니다. 언어로 형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고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예컨대, 어불성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가 성설하지 못한다. 말을 모아봐야 썰이 되지 않는다. ㅎㅎㅎ 말을 이어붙여놔도 그걸 이야기라고 내놓으면 엉터리라는 의미죠. 같은 의미로 사람들은 언어도단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언어, 말과 글이죠. 도단, 길이 끊겼다는 뜻입니다. 약간 잘못된 혹은 확장된 용례라고 보는데, 이 언어도단도 어불성설의 의미로 사람들이 이해하고 쓰곤 합니다. 사실 이 말은 불경에 나옵니다. 법화경이었던 것 같은데, 경을 마무리하는 문장에 나오죠. 이러 저러한 지고히 높은 불법이 있다 블라블라 하다가 언어도단이 나옵니다. 지고히 높은 불법을 설명하다가 말과 글의 길이 끊긴다, 그 불법을 말과 글로 설명할 수 있는 단계는 여기까지고 그 너머, 형용 불가한 수준의 불법 또한 있다는 의미로 쓴겁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입장과 상통하는 면이 있죠. 그도 이런 말을 남겼거든요,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로다'

허영만 화백의 [사랑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큰 스토리의 축이 되는 주요 인물로 철수와 영희가 있는데, 꼭 그 둘에 포커싱하지 않고 자유롭게 옴니버스의 형식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내놓습니다. 실은 저는 이 작품의 작가가 허영만이 아니라 글작가인 김세영이라고 봐요. 주인공인 철수가 작가거든요. ㅋ 그리고 김세영스러운 테이스트 가득이구요. 옴니버스의 형식을 취한 이유는, 그러면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김세영 작가는 아마도 사랑이란 무엇이다, 어떤 정의definition을 내리려 하지 않고 사량이 현실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봅니다. 사랑을 딱 정해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모든 것 그리고 내가-김세영- 다 싣지 못한 모든 이야기가 다 사랑의 투영이며 즉 사랑이다! 이런 시도겠습니다. 아마 대학생때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 봐도 세련된 면이 있을거다 하는 믿음이 있고 당시에도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만화니까 뭐 카카오페이지 이런데서 어렵잔게 찾아보실 수도 있겠구요.

그래도 [사랑해]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꼽자면, 사실 이 자체로는 사랑의 투영이라 하긴 좀 곤란한 이야기에요. 철수와 영희는 아마 띠동갑내기 부부였을건데, 철수는 집에서 집필하는 작가고 영희는 주부거든요. 영희가 동네 아주머니 한 분과 친해져서 집으로 놀러왔고, 철수는 방콕러라 ㅋ 그 아주머니와 인사를 하게 되죠. 작가의 집이자 집필실이니 책이 많습니다. 동네 아주머니와 이런 대화를 하지요. 이 책을 다 읽으셨나요/읽은 것도 있고 아닌것도 있습니다/혹시 성경을 읽어보셨나요/아니요/어머 성경 한 권만 읽으면 이 많은 책을 다 읽이실 필요가 없어요. 제 생각엔 철수는 분명 성경을 읽어봤을 것 같은데, 그래서 아니요라 답한게 맞나 싶기도 하고, 아니요라고 했다면 성경을 콕 짚어 이야기하는걸 보고 도발삼아 안읽었다 답했기도 싶습니다. 그래서 철수는 아주머니에게 대략 이런 이야길 합니다. 무언가 아포리즘을 인용한 것 같은데, '평생 책 하나 읽은 이를 가장 경계하라' 이렇게 말하고 자기 방문을 그대로 닫아버립니다. 축객령이죠.

이야기가 조금 점프하는데, ㅎㅎㅎ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게 있습니다. 십여년 전인가 증명되었죠. 한 4백년짜리 난제였을건데, 인류의 지적 진보가 크게 일어난 사건으로 봅니다. 하여튼, 이 정리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즉 a^2+b^2=c^2 직각삼각형의 공식을 살짝 변형한 꼴입니다.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겠고, 사이먼 싱이란 저자가 이 정리에 관해 쓴 책이 있거든요. 제목은 가물가물합니다만 어쨌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이야기하려니,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래서 대략 그 연원에 대해 이야길 풀어나갑니다. 뭐 일단 아마 기원전에 피타고라스가 직각삼각형 공식을 만들어냈겠죠. 그게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이란 책에 실립니다. 이 책은 어디에 있었느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라는 곳에 있었답니다. 여긴 어디일까요? 정확치는 않은데 아마 현재의 이스탄불일겁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기원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입니다. 그가 정복 전쟁을 벌이며 전리품을 본국으로 보냈고, 이 양반의 스승이 아리스토텔레스였거든요. 스승님께는 책을 맡겼나보죠.

마케도니아도 망했지만 대도서관은 명맥을 이어서, 아마 당시에는 알렉산드리아 아니었을까? 알랙산드리아였다가 콘스탄티노플이 되고 현재 이스탄불이 되는, 그런 정도로 머리에선 구성이 되네요-ㅎㅎㅎ 장담못합니다. 네, 이 도서관은 이후로도 책을 모읍니다. 어떻게 모으냐면, 알렉산드리아를 방문하는 외지인을 검문합니다. 그러다 책이 나오면 대도서관에 보내죠. 대도서관은 이 책과 같은 책이 장서에 있는지 대조해봅니다. 이미 있는 책이면 그대로 외지인에게 돌려주고, 없는 책이면 필사합니다. 그리고는 원본을 대도서관이 갖고, 필사본을 외지인에게 돌려줍니다. 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체류비가 지원됩니다. 책 돌려줄 적에는 아마 소정의 여행경비도 내줬을거에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60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게 됩니다. 아마 당대의 거의 모든 문자화된 지식을 담은 보고였을거에요.

그런데 세월이 흘러 흘러 이슬람이 침공합니다. 아마 오스만 투르크일 것 같은데,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며 비잔틴 제국이 멸망하는 것이겠죠. 전리품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회의가 열리는데 대도서관도 당연히 그 목록에 있었습니다. 여러 안이 제시되어 갑론을박하는 하루를 보내고는 술탄은 이런 식으로 말하며 결정합니다.

꾸란에 관계없는 책은 필요없다 태워라
꾸란에 위배되는 책은 필요없다 태워라
우리에겐 꾸란만으로도 족하며 꾸란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없다 모두 태워라

술탄이 일종의 반달리즘을 자행한 것이죠. 그래서 대도서관이 불탑니다. 그래서 중요하다 싶은 책들 몇 권이 뺴돌려져 살아남은 모양이고 그 운좋았던 책 중 하나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수록한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 그래서 페르마가 그 책을 읽고 살짝 변형하여 만든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것이죠. 뭐 교양삼아 재미있는 이야기는 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거에요. [사랑해]에서 성경만 읽으라는 투로 이야기한 동네 아주머니나 대도서관 불사른 술탄이나 동류라는 것이죠. 뭐 근본주의자 정도로 해둘까요? 그런데 우리는 사랑을 정의할 수 없습니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역부족이라 그럴 수도 있고 누구도 불가능한 언어 바깥의 그 무엇이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사랑이란 이러저러한 것이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그에 완강한 입장을 갖게 된다면 그 사람은 어느 정도 근본주의자가 된다고 봐요. 부작용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떤 도덕의 파수꾼인 것같은 기분이 들게 될 수 있습니다.

익게에 근본주의자의 태도로 도덕적 힐난을 쓰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안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란 이런 것이고 너희들의 그것은 사랑이 아니며 단순한 쾌락추구일 뿐이야, 이런 식의 천시, 멸시, 혐오 그런 것들이요. 저는 레홀에서 회자되는 여러 만남의 유형이 다 사랑의 투영들이라고 봅니다. 마치 위계를 나누고 어떤 우열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게 강간이나 강압에 의하거나 자유의사를 배제 또는 박탈한 상황에서 이뤄진 섹스가 아니라면, 섹스 그 자체 역시 사랑의 한 투영이니까요.

또한, 사랑이란 것이 형용의 범주를 넘어서는 무엇이라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습니다. 도덕경같은데, 도가도 비상도, 도라 말할 수 있는 도라면 혹은 도를 도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더이상 도가 아니다. 사랑에 빗대 해석한다면 이렇겠습니다. 사랑의 실체는 형용보다 큰데, 형용하고 동시에 그것만이 사랑이라 주장한다면, 사랑의 실체 중 그렇게 선언한 것 외의 모든 부분이 날아가서, 그건 사랑이란 개념을 왕창 결손시킨 것인데, 사랑의 파편이라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 논리상 사랑이란 총체이기 때문입니다.

쓸데 없는 일에 열올리지 마세요 ㅎㅎㅎ 살아보니까 목숨걸만한 일도 없더군요-태평성대에요!

그럼 이만 총총
ru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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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침대에이스 2022-04-06 18:20:44
가끔 익게 보면 거친 표현들이 썩 보기 좋아보이진 않을때도 있는데요 제 삼자인 제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 생각하고 넘어가곤 합니다ㅎㅎ기분이 좋을때랑 안좋을때랑 같은걸 봐도 다르게 느낄 수 있듯 그런거라 생각하고 지나가는데 불쾌감을 표하시고 언쟁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정답은 없습니다만 좋은 멋진 글에서 엄하게 싸우고 계신거 보면 싸우지말고 섹스하세욧! 하고 싶어지긴 합니다ㅋㅋㅋ제 생각은 뭐든 정갈하고 예쁘게 표현하는게 좀 더 낫지 않나 싶긴한데 생각차이니까요:)
오늘도 수고하셨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 감사합니다~
russel/ 노 파이트 저스트 섹스. 그 역시 이 글의 요지이지요 ㅎㅎㅎ
편안한침대에이스/ 말은 번지르하게 하지만 저도 외로움에 흘러들어온 사람인거니까욬ㅋㅋㅋ맛저되십셔:)
russel/ 외로워서 같이 외로움 달랠 사람 찾는다는게 뭐 어떻습니까 ㅎㅎㅎ 이글이글 침대 포트거스 디 에이스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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