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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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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하얀 욕조에서 양팔을 벌리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멋쩍은 듯이 사색에 빠진 한 사내가 보인다.
사실 그에게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몇 년 동안 시큼한 고시방에서의 백수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얼마 전 이력서를 한통 썼다.
하루쯤 흘렀을까 서류 통과에 이어 오늘은 대망의 면접날이었다.
전신욕을 하며 그동안 지내온 생활을 뒤돌아 보았다.
정든 생활을 마무리 짓는 생각에 조금은 울컥했지만 새로운 삶을 위한 도전이기에
수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비교적 배가 많이 나온 ET 체형을 한 그가 샤워를 끝내고 몸을 말리는 중이다.
몇 년 동안 생활한 고시방이지만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그 흔한 드라이기조차 없었다.
숙달된 듯 골반까지 오는 책상에 자연스럽게 한발을 걸치고, 시커멓고 주름이 잡힌 곳 주위의 꼬불꼬불하게 나온 털을 수건으로 탁탁 털며 말리기 시작했다.
반복 동작은 계속되고 축축함이 뽀송뽀송함이 되었다.
오랜만의 샤워에 산뜻함을 느낀 백수는 룰루랄라 콧노래를 불렀다.
5년 전 부모님이 사주신, 깊게 봉인되어 있는 정장을 꺼내어 코를 갖다 대니 약간의 담배 냄새가 났지만
이미 혼연일체가 되어 무취를 느낄 뿐이었다.

구매 당시엔 큰 바지였지만 몇 년간의 방탕한 생활로 늘어난 허리 사이즈에 지금은 몸에 딱 맞아 맵시가 났다.
매일 쉰내 나는 러닝에 군대에서 가져온 깔깔이의 추리한 모습에 익숙한 그가 정장을 입으니
자신감이 폭발한 듯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그 유명한 영화 친구의 성대모사를 해본다.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대미를 장식할 검정 광택이 나는 뾰족한 구두를 신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고시방을 나왔다.
오랜만에 마시는 시원한 아침 공기에 이제 그의 인생도 8차선 고속도로처럼 뻥 뚫릴 것만 같았다.
말쑥하고 깨끗한 정장 차림에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구겨진 담뱃갑에 들어있는 2개비의 담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깐 생각에 빠진 듯한 백수는 힘든 하루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밀려오는 흡연욕구를 억눌러 보쥐만, 그것도 잠시 담배에 불을 붙이곤 시원한 아침 공기와 친구라도 된 듯 깊게 뺠아들이기 시작했다.
기상 후 첫 담배에 약간의 어지러움이 밀려왔지만 그것을 즐기는 듯 백수의 뇌는 몇 초 간의 쾌락으로 잠겼다.
그사이 맞은편에서 불량스러운 고등학생 3명이 아침부터 욕설을 하며 지나갔다.
백수의 눈가에 주름이 잡히고, 학생들에게 짧고 강렬한 목소리를 냈다.
"야 인마 말 똑바로 하고 다녀라 죽기 시르마"
학생들은 백수를 위아래 훑어보고는 봉 잡았다는 표정으로 백수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순간 움찔한 백수는 고시원 앞 파출소로 줄행랑을 쳤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뒤쪽을 바라보니 불량학생들은 이미 제 갈 길을 간 상태였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사라져버린 그들에게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의 착잡하고 창피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면접장소로 가는 내내 찝찝한 마음이었지만 도착하니 아까의 사건은 까마득히 묻히고 가슴을 뛰게 하는 긴장감이 생겨났다.
길게 심호흡을 하고 근처 슈퍼에서 산 청심환을 입에 넣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긴 생머리의 여자가 방긋 웃으며 백수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면접 보러 오신 분인가요?"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비교적 예쁜 얼굴에 사냥한 목소리, 20대 후반처럼 보이는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기가
백수의 코를 후벼파고 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을 것 만 같았다.

순간 그녀의 목덜미에 콧등을 대고 거친 숨소리와 함께 체취를 맡아보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지만, 조금 게으른 게 문제일 뿐 정상의 사고를 소유한 그는 이내 감정을 억제하고 면접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조그마한 테이블에 앉아 녹차를 마시며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하는 구도로 대화가 흘러갔다.
형식적인 대화만 할 뿐 보통의 회사와 같은 사고력을 요하는 질문은 오가지 않았다.
10분 정도 흘렀을까 그 자리에서 즉시 채용이 확정되었다.
백수는 감사하단 인사와 함께 그곳을 빠져나왔다.
오바한 듯한 그의 복장에 조금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가 짧게 혼잣말을 했다.
"괜찮겠지”

너무나 기쁜 마음에 누군가에게 전화 걸어 자랑하는 백수,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그리 달가워 보이진 않았다.
백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지막 남은 돛대를 피우며 집으로 향했다.
화창한 겨울 하늘에서 내리 째는 햇빛은 백수가 다녀간 건물의
푸른색 로고와 만나 오색찬란한 빛을 내며 도심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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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초보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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꽂찡 2015-01-31 16:00:22
ㅋㅋㅋㅋ 역시 글 너무 재미있네요 면접 합격하시길!ㅋㅋ
꽂찡/ 아 합격하셧다햇지 축하드려요~^^백수탈출 ㅎ
초보선수/ 푸핫....감사합니다요...웃자고 올린 글...게임중독자 글도 글코...반응 좋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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