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11
|
||||||||||
|
||||||||||
ENA 드라마 종이달을 보면서 가쿠다 미쓰요 종이달을 한번 더 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고타와의 만남은 자신이 물질적인 것들을 베풂으로써만이 지속될 수 있다고 규정해놓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고타는 리키에게 자신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것도 싫었을 테고, 실제로 남자로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돈을 받는 일이 자존심 상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토록 리키의 돈을 거절하지만,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리키가 주는 폭신폭신하고 아늑한 삶에 쉽게 적응하고 해외 여행 경비를 요구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상태가 된다. 그러는 동안 리키는 돈의 맛에 길들여지고, 거기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섹스를 단 한 번만 하고 마는 연인은 없지 않은가. 한 번 하면 계속하게 되는 것. 그것이 남의 돈을 허락 없이 '빌려' 쓰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하고, 거짓말을 하는 일처럼 매력적으로 느껴질때는 몰입이 아닌 중독처럼 변하고 만다. 물론 섹스가 애정의 필요충분조건인지 아닌지는 논할 생각이 없다. 가끔 중독된 섹스에 거절하는 방법은 있는걸까? 함께 사는 배우자에게 애정을 욕망하는 것이 금지당했을 때 오는 결핍을 꼭 밖에 나가 젊은 남자에게서 해소할 수밖에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녀에게 어느날 젊은 대학생 남자 아이가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자신의 몸을 그토록 아껴주고 조심조심 대하고 욕망하는 남자를 알게 되어 채워지게 된 충족감을 잃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착각해본다. 자신이 그들과 같은 20대의 입구에 있는, 미래에 대책 없는 희망을 품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으면서,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쉽게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몸을 허락하고 쉽게 미래를 약속하는, 이름 없는 누군가라고 착각해본다. 오랜 세월 남편의 손길을 받은 적 없는 불쌍한 아내가 아니라, 앞으로 실컷 성을 구가할 분방한 젊은이라고 착각해본다. 고타의 어깨를 안은 왼손 약지에 반지라곤 껴본 적이 없다고 착각해본다. 개인적으로 김서형의 숨을 멎게 하는 연기가 드라마를 멱살 잡고 끌고 가듯 견인하는 형국이라 조용한 카리스마 연기하는 김서형 배우를 다시 보게 된다. 작가와 연출이 어떠한 주문을 했고 어떻게 디렉팅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넷플에서 제작하였으면 좀 더 강한 영상미가 나오지 않았을까 스토리에 비해 너무 착한 영상미가 아쉽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