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연애가 이토록 어려운 이유  
15
착하게생긴남자 조회수 : 1284 좋아요 : 1 클리핑 : 0
참웃기고 웃픈일이지만 N년차 솔로에게 연애상담은 생각보다 많이 들어온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F로써 그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신중하게 고민한척 하면서 가려운 부분을 살살 긁어주지만…
조금만 이야기 해도 상담이라 할 것도 없이 교과서보다 더 정확히 답은 나온다.

누군가와 사귀고 싶다는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할까? 이것은 곧 사랑, 연애의 시작을 의미할까?
어떤 사람과 사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은 언제부터일까?

첫인상, 근사한 스타일, 이를테면 통통한 뺨이라든지, 우아하고 예쁜 목선 같은 것. 호감 가는 외모처럼 예측 가능한 가운데 같은 외모라도 본인만이 알아볼 수 있는 작은 매력, 성격, 인성 같은 정석적인 것이 차차 스며드는 매력도 존재하지 않을까?

첫눈에 반했을지라도 우리의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은 결국 대화와 마음이 잘 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는 그저 모든 순간이 사랑에 빠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고 싶은 순간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랑을 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달까?

매력이라는 중요한 정보값은 상대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에 연연하지 말고 데이트를 해보면 어떨까?
특히나 매력도에 대해 과소평가된 사람들과 데이트를 더 많이 해봐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것은 아니다.
처음엔 그 매력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인내하는 마음을 가지고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잠재적 매력을 찾아내는 사람만이 그 어려운 연애 관문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

<환승연애> , <나는 SOLO>, <하트시그널> 등등 요즘처럼 점점 진화하는 본격 연애 예능을 보자면 중요한 건 첫인상이 아닌 본게임이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람이 결국 얼마나 그 행복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는  연애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예측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특징 몇 가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삶에 대한 만족, 안정적 애착 유형, 성실성, 성장 마인드 세트 인것 같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장기간 연애 상대에 적합하다. 다른 사람을 신뢰할 줄 알고, 관심과 애정을 편안하게 표출하며 여러 사람과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또한 연애 상대로 적합하다고 생각되는데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당연히 연인과의 약속도 잘 지킬 것이고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더 나은 연애 상대가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한데 너무 뻔한 말을 늘어놓는 것 같겠지만 이것은 불변의 진리 인것 같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마음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우린 성실한 사람보단 그저 관종에 허영심 많은 미생에게 더 관심을 가졌던 내 연애사를 반성해야 될것 같다. 연애하고 싶다 라는 말을 N년째 마음속으로 외치며 살면서도 실행에는 인색한 삶을 아직도 결국 유지하고 하고 있으니...

지극히 평범한 연애를 했던 그 사이엔 홀로 쌓아온 겹겹의 시간이 존재한다. 남들에겐 그저 가볍고 일상적인 연애 생활이 내겐 이토록 어렵고 비현실적인 짐 덩어리가 된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있는 요즘이다.

사실 스스로 온전하고 평화롭게 성장해온 내게 연애는 굳이 필요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지만. 영화, 공연, 여행 등의 문화생활, 맛집 탐방, 자기 계발, 회사 생활 등등 치열하고 촘촘하게 달려온 지난 시간 사이에 굳이 애인, 자기, 등의 존재를 필요 이상 인식했는지도 모르겠다.
연애라는 행위가 외로움 하나만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무언가를 함께 나눌 존재 없이도 스스로 잘 달려온 인생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주변에서 하나 둘 짝을 찾아 결혼하는 모습 사이에서 일말의 결핍과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정말로 연애하지 않는 나는 어딘가 무엇이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도 최근 뼈를 때린 누군가의 한 마디가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연애야말로 인간에 대한 가장 친밀하고 깊이 있는 연구라는 것

그리고 그런 인고의 시간과 노력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연애라는 감정만이 이런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다. 우리에겐 그보다 더 진한 우정도 다른 종류의 사랑도 분명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연애만이 줄 수 있는 섬세하고 내밀한 관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연애를 못(안) 하는 사람들에겐 다음과 같은 질문이 비수처럼 꽂히곤 한다. “그래서 무슨 노력을 했는데?” 연애란 무수히 많은 탐색과 시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취인 걸까? 가볍게 잽을 날릴 수 있는 데이팅 앱, 용기를 내서 도전한 오프라인 만남, 비슷한 취미나 관심사를 가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는 커뮤니티, 동호회 활동, 사내에서도 연애 레이다를 열어 두기 등, 여전히 환상 속으로 남겨두고 있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의 영화 같은 만남까지. 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혼자가 된다.

여전히 근사한 공간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어색함이 없고 평화로움을 느낀다. 굳이 누가 없어도 온전했고 여전히 그렇다. 나와 비슷한 취향, 가치관, 인생관을 가진 단짝을 만날 없어도 괜찮은 인생이라고 생각해보지만. 이런 생각을 올해도 내년도 다음 이후로도 솔로로 즐길 N 연차 크리스마스, 연말 계획 버킷리스트를 조용히 적어 보며 우리는 아직도 심하게 느끼는 외로움을 성욕이라 착각하며 연애에 대한 미련을 지지분하게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하얀 침대에 누워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
착하게생긴남자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지하남자 2023-09-12 01:38:00
공감하고 갑니다. ㅎ
착하게생긴남자/ 별로 잘 쓴 글도 아닌데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Total : 36253 (84/1813)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4593 영화 ‘하트’ 보신 분 있으신가요? (정가영 감독작).. [2] 이로운외로움 2023-09-11 1086
34592 익명으로 팬티사진 올리니 [2] 꿀벅지26인치 2023-09-11 1782
34591 피곤한 월요일 저녁의 짧은 생각 [2] 비에스친날들 2023-09-11 1262
34590 오랜만에 내글들을 읽어보았다 [3] 아사삭 2023-09-11 934
34589 가을이 오나 봐요 [6] 이로운외로움 2023-09-11 1282
34588 퇴근길 어피 2023-09-11 1166
34587 이제 이런 글 더이상 안 쓰겠습니다 [2] 풍륜아 2023-09-10 2407
34586 장난 한번에 나락 가능 [10] 풍륜아 2023-09-10 2426
34585 스타일러...활용법? 풍륜아 2023-09-09 1259
-> 연애가 이토록 어려운 이유 [2] 착하게생긴남자 2023-09-09 1287
34583 어제는 만족 콕치는후니 2023-09-09 881
34582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5] 램요진의주인님 2023-09-09 1998
34581 문득 든 궁금증. 사랑을 왜 ‘사랑’이란 단어로 표현하게 .. [2] 이로운외로움 2023-09-09 828
34580 ㅎㅅㅎ [6] 체리페티쉬 2023-09-09 1202
34579 수영 다니시는 분 계신가요 [3] 토마토야 2023-09-08 1099
34578 요즘 헌포에서 나오는 노래라는데 [4] Perdone 2023-09-08 1114
34577 술은 역시 길바닥에서 먹어야 [6] 체리페티쉬 2023-09-08 1221
34576 자체공지... [7] 체리페티쉬 2023-09-08 1424
34575 자 여러분 오늘 불금입니다 어피 2023-09-08 1525
34574 탄트라 섹스 [10] 아사삭 2023-09-08 1640
[처음] <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