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는 소울메이트를 꿈꾸는가?
0
|
|||||||||||||
|
|||||||||||||
연애에 연달아 실패한 후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정돈된 글로 쓸법하다 싶어서요. 후배는 연애를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애를 성취하면 아주 행복해질 것이란 기대를 품고 연애 대상은 소울메이트여야 한다, 대강 이런 입장이죠. 많은 연애 컨텐츠가 그런 기대를 품게 하고 그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근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일단 소울메이트를 만나길 바라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소율메이트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연애 시점에서 이뤄진다고 기대해선 안됩니다. 소울메이트는 뭘까? 잘 모르겠는데 전 이게 영혼이 닮은 짝을 모조한 짝퉁 개념이라고 봅니다. 영혼이 닮은 짝이란 표현이 좀 추상적인데 그냥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뭐가 잘 맞는걸까? 마찰이 없는거죠. 갈등이 없습니다. 관계가 매끄러워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마찰이 없는 관계를 원한다는거죠. 그럴리가??? 전 사람은 알 수 없다고 봅니다. 왜냐면 우리는 계속 변하거든요. 우리 삶은 시시때때가 경험이고 그것은 내게 영향을 줍니다. 시시때때로 변합니다. 불변하는 나의 본질이 무엇이냐는데에는 별 관심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예컨대 나는 어떤 이상적 피지컬을 얻기 위해 다이어트하고 운동하는 통상 자기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드러눕고싶고 먹고 싶고 특히 고칼로리를 원하고 거기에 술도 퍼마시고 싶습니다. 이상적 피지컬은 건강의 극대화일텐데, 건강하지 않게될 삶을 갈구하면서도 건강을 위해 관리하는 나 자신과의 갈등, 마찰이 있습니다. 나는 나 자신과도 갈등합니다. 하물며 타인과 마찰이 없으리라 꿈꾸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봐요. 그러나 간혹 우리는 영혼이 닮은 짝을 볼 때가 있습니다. 영혼이 닮은 짝을 가진 적이 있었을 수도 있지요. 왜일까? 전 그게 특별한 과정에 의해 도달한 모습이라고 봅니다. 내 영혼을 깍아서 관계를 만든거죠. 물론 상대방도 자기 영혼을 깍아야 합니다. 둘이 닮으려면 뭔갈 붙일 수도 있고 깍을 수도 있을겁니다. 전 영혼이 닮은 짝들은 서로 아주 달랐다가 닮아질 때까지 깍고 닮게 자라났다고 봅니다. 추상적으로 이야기했지만 깍는 과정은 서로를 배려하는 과정이고 닮게 자라는 과정은 그 배려의 선을 지키면서 함께 지내온 것이죠. 그래서 소울메이트는 제가 보기엔 그냥 모조품입니다. 처음부터 닮을 수 있다니. 외양의 도플갱어는 현대의학에 의해 어느 정도 만들 수 있겠지만 영혼의 도플갱어가 가능할까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닮은 영혼이 되기 위해 깍아낸 각자의 영혼은 관계를 형성하는데 쓰입니다. 소울메이트를 원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중 일방이 전적으로 맞춰주는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관계를 위해 한 쪽이 자기 영혼을 다 깍아바치는거죠. 둘 다 가능합니다. 내가 내 영혼을 전부 바치던가 상대방이 바치길 원하던가. 이 관계는 한 쪽의 영혼이 소진될 때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소울메이트가 나타나길 원하지 마세요. 마찰과 갈등은 관계 형성에 불가피함을 받아들이세요. 서로의 영혼을 깍아내 만든 관계는 그래서 소중해지는겁니다. 말로 표현하여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운 개념이지만, 암묵적으로 잘 합의되는 상대를 만나는게 좋습니다. 간혹 보면 얼치기스러운 말로 이런 나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하는 소릴 보기도 하는데, 그렇게 꿈꾸는 바는 결코 이뤄지지 않을겁니다.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은 영혼을 깍아 구도의 여정에 쓰지만, 여러분들은 영혼을 닮은 짝에 이르기 위해 쓰시길 바랍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