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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란 참 성가시다.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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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 입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무겁다. 꽉 막혀있는 것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움직이는 하나하나가 위태롭게 느껴졌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모니터만 응시 할 뿐이었다.

이 다음으로 그녀가 어떻게 됐는지 알 일이 없었다. 병원에는 잘 갔는지… 치료는 받았는지 후유증은 없는지… 정말 괜찮은지…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맘대로 되지 않는 마음이 오히려 화가났다.

내 모든 행동이 무의미 하다 라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을 멈출 수 없다. 하루 종일 걱정과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감정이란 참 성가시다.

지금까지 일은 그저 평범한 일일지도 모른다. 콜걸을 만났고 콜걸에게 호감이 생겼고 난 콜걸에게 질척된 것 뿐이었다.

그저 홀로쓴 시나리오에 홀로 주인공을 맡고 시간이 지나서야 허구와 허무감에 씁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라는 건 없었다. 그저 고마웠을 뿐이었다. 제대로 한번 이야기 하고 싶었다. 일상이 어떤지 궁금했다. 친구가 필요한 건지 섹스가 필요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안아주고 웃어준 사람이… 따듯했었다. 아마도 희망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허황되고 모질지라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것이 고마울 뿐이었다.

감정은 성가시다. 오래 머문 파도 처럼 출렁거림이 떠나지 않는다.

몇달이 흐르고 나는 회장에게 부름을 받아 호텔로 들어갔다. 그날 이후로 나는 회장이 안은 모든 여자를 챙기는 일을 하게 되었다. 회장에게 직접 찾아가 앞으로 뒷처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회장은 내가 자기 같은 변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나는 그녀들을 묵묵히 챙겼다.

다행히 회장은 한번 안은 여자를 다시 부르지는 않았다. 또한 회장은 나이때를 가리지도 않았다.
어린 여자부터 중년의 여자까지 그녀들이 회장을 맞이하는 태도는 다양하였고 이겨내는 시간도 달랐다.
촛불처럼 불안한 여인, 얼음처럼 차가운 여인, 벽돌같이 단단한 여인, 진흙처럼 찰진여인... 그들이 사는 방식이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아마도 그리움 일지도 모른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내가 있는 동네는 아주 고요하다. 멀찍이서 흥겨운 취기에 사로잡힌 대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고작 신호등 몇 개를 건넜을 뿐인데 저 세계와 이 세계가 극명하게 갈려 있는 것만 같다. 이곳은 안전하다 라고 느끼듯 조용하고 고요하다. 외외로 우리의 생활은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겨내듯 한 번에 뒤바뀌는 일상이 많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려고 핸드폰을 보며 걷고 있었다. 마트에서 묶어파는 수입맥주를 들고 천천히 걸어올라가고 있었다. 조용하고 한산한 길이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어둡고 음흉한 거리도 아니었다.
어떤 여자가 내 뒤를 조심히 걷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덩치있는 남자가 있고 핸드폰을 보며 슬금슬금 걷고 있으니 여자는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걷는 것 같았다.

서둘러 고개를 돌려 무심히 여자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이럴 때는 모른척하는 게 답이다. 길을 찾는 척하고 위험이 없음을 보여주려고 고개를 들어 주변에서 길을 찾는 척 했다. 핸드폰을 번갈아 보면서 어설픈 연기를 하고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되돌렸을 때 여자가 떡하니 멈춰 선 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그녀였다.

갑작스러웠다.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라보았다.

“아저씨 어디가요?”

“집이요…”

“누구 집이요?”

“제 집이요…”

“근데 왜 두리번 거려요?”

“나 때문에 못지나가는 것 같아서…”

“…………….……”

그녀와 나는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약간 클래식한 느낌의 커피숍은 커피보다는 차가 어울리는 찻집 분위기 였다. 둘다 허브티를 주문하였다.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네.. 오랜만 입니다.”

“그날 왜 먼저 갔어요?”

허브티를 마실려다가 혀를 데일뻔 했다. 그녀는 그날을 따지러 온것일까? 아님 이제라도 화를 낼려고 하는 걸까? 깊숙히 들어온 돌직구가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반가움도 그리움도 모든게 무겁게만 느껴 졌다.

“………………..”

“왜 아무말 안해줘요?”

그녀의 몇마디를 듣고는 내가 어떤 말을 하든 비난은 피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았다. 나를 어떻게 찾은건지? 왜 따라온건지.. 만약에 그녀가 말이든 칼이든 나를 찌르려 한다면… 가슴을 내줄 생각이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면 안되요?”

그녀는 그날을 다시 돌이키면서 울먹이는 것 같았다.

“………. 아무것도 해 줄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로선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따라갔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미리 말을 못해준 것이 큰 후회로 남았고 죄를 지은 것 같았습니다. 늦게나마 사과할께요. 다행히 회장이 다시 부를일은 없을 겁니다. 어떤 말을 해도 안되겠지만 내가 대신 사과 할테니 이제는 그날을 딛고 일어서야 해요”

주절히 말은 했지만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묵묵히 사과하는 남자와 울고 있는 여자.. 밖에서 봐도 안에서 봐도 내가 나쁜놈이었다. 커피숍 주인이 우리쪽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훌쩍거리며 울고 있었고 그녀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왜 그랬어요?”

“…… 혼자간건 미안하게 생각해요. 원래는 바래다 줄려고 차도 가지고 왔었는데… 내가 있어서 더 우는거 같아서….”

“그 말이 아니에요….”

“…………………..”

“챙겨주지 않아도 됐잖아요. 내가 어떻게 가든 어떻게 남든.. 아무 상관없는거 아니었어요? 그래봐야 술집여자 인데… ”

“……………….. 양심의 가책이 많아서 그랬어요.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시끄러워요. 너무 짜증나요”

그녀는 눈이 통통 부은채로 내 시선을 외면하였다.

“예기 많이 들었어요”

“.......무슨.....?”

“언니들이 얘기 많이 해주었어요. 친절하게 갈아입을 옷과 운동화까지 챙겨주고 어떤 언니는 집근처까지 바래다 주고… 따듯한 물수건과 허브티까지.. 그렇게 아무 여자나 잘해줘요?”

“그런거 아니에요. 그저 죄책감 때문에….”

“그저 죄책감 때문이라고요!!”

그녀는 지금까지 대화 중 가장 크게 화를 내었다. 아마 죄책감이라고 포장하는 건 오히려 그녀를 동정하거나 불쌍하게 여긴다고 느낄지도 모른다고 생각 되었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
감정을 드러 낼 수 없었다. 아마 그리움에서… 후회가 되어서… 걱정이 되어서... 그녀에게 큰 의미를 가지게 하면 안될 것 같았다.

“………… 사실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내가 주저하자 그녀가 말을 이어 나갔다
.

“처음엔 아저씨도 똑같은 사람인줄 알았어요. 다 짜고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 친절한 척 하면서 이렇게 이용이나 할꺼먼서 미안한척 착한척 자기 할거 다 하는 더러운 새끼들…
몇주를 쉬고 다시는 2차를 나가지 않았어요. 회장님이든 사장님이든 어떤 새끼가 불러도 2차는 나가지 않았어요. 이 일도 안하려고 했어요.
어떤 언니들이 회장님한테 간다 하길래 말리고 말렸어요. 언니들도 다치는게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언니들이 하나같이 아저씨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마담언니도 누구냐고 물어보고… 그 아저씨가 아저씨인줄은 몰랐어요. 안경쓴 아저씨라고 해서 알았어요


"아저씨가 하는 일이 이런 일이에요?"

그녀가 회장의 뒤취닥거리 하는 사람인줄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부정해야 할지 긍정해야 할지... 나는 그저 회사원일 뿐이었다. 이제 평범한 회사원은 아니지만... 내가 회장의 뒷처리를 하게 된 것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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