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일기인데 현대 사회 특히 평균수명으로 최장을 찍는 일본 기준으로는 다소 빠른 것 같습니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에 혹사가 너무 심해서였을까요? 인기 만화가의 작업시간이 상상을 초월해서, 몇 일에 한 번 쪽잠 잔다는 이야기도 있고 줄담배로 버틴다고도 하죠. 베르세르크의 작가도 과로로 인해 겨우 50대에 요절했고, 나 혼자만 레벨업의 웹툰 작가도 30대에 갔지요. 토가시도 건강이 너무 상해서 작업을 할 수 없어 연재 재개를 못한다고. 혈기가 무리를 허용하는 것 같지만 결국 언젠가는 그걸 빚삼아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조산명 선생의 장기 연재작이 닥터 슬럼프와 드래곤볼 이 두 개인데, 닥터 슬럼프는 정말 재밌게 보았고 드래곤볼은 대강 인조인간 에피소드부터 조금 관성처럼 봤던 것 같네요. 닥터 슬럼프는 너무 어릴 적에 봐서 그 말도 안되는 정서에 위화감이 없었습니다. 나이 먹어가며 머리가 굵어지니 내용을 곧이 곧대로 점점 받아들이기 어려워져서 잘 안되는거죠. 지금도 기억나는게 드래곤볼 지구의 왕인가 대통령이 개머리 수인입니다. 그것까지도 크게 위화감은 없었는데, 나중에 원피스에서 거인족을 보고 덮어버렸죠. 이게 말이 되느냐 묻개 되는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묻고 있는 제가 동심을 잃어서 그렇죠. 하여튼 동심이 살아있던 시절에 봐서 즐거웠던 만화였습니다.
드래곤볼 초기에 손오공이 한 3등신으로 나오던 시절에 처음을 본 여자가 부르마라 사타구니를 두드리며 고추가 없어야 여자구나 이러는거나 무천도사가 호색한이라 꾀여내려고 부르마가 쇼를 한다던가 그리고 거의 전적으로 색기 담당하던 런치까지 성적 환상을 처음 심어주는 씬들 캐릭터들이 있었죠. 해저에 드래곤볼 찾으러 갔다가 보물을 약간 챙겼는데, 주먹만한 다이아를 챙긴 비키니 차림의 부르마를 보며 크리링이 도대체 어디다 챙겨온건가 갸웃하는 장면이 기억납니다. 그땐 저도 몰랐거든요! ㅎㅎㅎ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는데 적당한(?) 수준에서 호기심만 자극하는 내용들이 있었죠. 뭐 섹슈얼한 재미는 란마 따라갈게 없다 생각합니다만.
지금은 다시 보라고 해도 안볼 것 같아요. 닥터 슬럼프 너무 좋아했는데 언젠가 만화방 가서 새로 읽어보려하니, 도저히 전개의 파격에 따라가질 못하겠더군요. 재미도 느낄 수 없고. 어디까지나 제가 더이상 닥터슬럼프로부터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인간이 되어서 그렇지만. 근데 런치는 드래곤볼에서 어떻게 되는건지도 기억이 안나네요. 그냥 무천도사의 동거인으로 사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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