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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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남 or 썸녀으로 타겟팅한 누군가와 이런 저런 일이 있었는데 이러쿵 저러쿵한 행동이나 말은 어떤 의미이며 어떤 생각이냐? 이런 질문을 해오는 후배와 이야길 했는데, 하도 반복되는 레파토리라 혼꾸녕!을 내줄까 하다가 심호흡하고 조곤조곤 이야길 해줬습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김국환의 타타타가 떠오릅니다. 심지어 나도 나를 모릅니다. 모르는데 알고 싶은게 있어, 그럼 어떻게 하지? 후배는 자기 지인 커뮤니티와 토론을 합니다. 그 제스처는 어떤 의미다, 아니다, 텃다, 그린라이트다 어쩌구 저쩌구... 이 친구들이 연애 예능? 짝같은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하트시그널이었나? 남녀 여럿을 일정 기간 합숙시키면서 진행자와 패널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거죠. 남의 일, 남의 상황, 남의 사건을 보며 가타부타하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는 일인 모양이라 역시 같은 일을 현실에서도 하는 것 같더군요. 저도 그런게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잠깐 보고 말아버리는데, 좀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함이 있어요. 정말 재미있는건 리얼한거긴 합니다. 좀 연출이 붙은 것 같은 상황은 위화감이 들어 거북하고, 날 것을 볼 때가 훨씬 재미는 있어요. 그러나 정말 티비에서나 볼 사람들의 사생활을 깊이 보는게 훔쳐보기같은 기분이 들고 티비의 인물에 대한 적절한 거리감을 무너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길어야 한 회분 보고 맙니다. 그러나 너무 많이 이런걸 봤는지, 후배는 지인들끼리 토론과 논박과 추리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야. 미지의 무언가를 미루어 짐작하고 싶은데 미지의 실체가 100이라면 고작 0.02의 정보로 다 알아내려고 한다고.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추리를 하면 그걸 추측이라고 하나? 우린 그걸 억측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그럼 어떻게 하나요? 정보가 부족한게 느껴진다면 탐색을 해야지. 상대방하고 좀 더 상호작용하고 좀 더 강한 증거나 징후를 캐치해야지. 긴장감을 무너트리는 일일 수 있지만 어느 이상 진전된다면 그냥 마음을 물어보면 되는거야. 우린 이것도 네 마음이 어떠냐고 묻지 않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도로 대강 완곡히 처리하지. 이상 오십회가 넘는 폴인러브에 빠진 금사빠 후배와의 대화였습니다. 지난번과 지금의 텀이 고작 3주 정도인 것 같은데 썸남 타겟팅 참 잘하는게 능력이라면 능력인 것인가. 익게에도 종종 그런 글들 올라오죠. 상대방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묻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도 알 수가 없답니다. 여기서 우리는 텍스트로만 그리고 가끔 이미지도 올라오지만 어쨌든 매우 부족한 의사소통수단에 의지합니다. 말이 글이 되는 것으로 인하여 말의 톤, 어조, 뉘앙스가 누락되죠. 대화를 통화로 하면 표정 기타 비언어적 의사전달수단이 역시 누락됩니다. 하물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익게의 당신도 당신이 그리는 썸남 썸녀를 알 수가 없으니 결국 여기서 아무리 가타부타해봐야 침소봉대요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됩니다. 물론 모두가 답을 구하려 하는 것이 아니겠죠. 답이 구해지지 않거나 구하기 곤란한 것을 알아서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여 조언을 일종의 공감삼아 그걸 동력으로 또 좀 시간을 버텨나가는 것이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당신이 너무 작은 정보로 너무 큰 실체를 알고 싶어 한다면, 무리가 없다면 용기를 내서 탐색에 나서시기 바랍니다. 아니지, 감당 가능하다면 다소의 무리를 대가로 치러보세요. 혼자 끙끙 앓아봐야, 그리고 사람들 모아서 함께 끙끙 앓아봐야-아마 다른 사람들은 남의 일이라 신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갈망이라고 하죠? 갈증이 날 정도로 원한다는 의미에요. 소망은 단지 원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갖는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갈망이라면 용기를 내세요. 반대로 말해서, 너무 작은 정보로 너무 큰 것을 알고자 한다면 그 자체가 욕구의 크기가 미미한 단지 소망에 불과하다는 반증일겁니다. 날씨가 이제 막 엄청나게 좋아지려고 하네요. 많은 분들이 싱숭생숭, 봄보지가 쇠저를 녹인다는 말이었나? 저는 환절기 알러지로 고생할 생각에 막막하지만 여러분들은 이번 시즌에는 바보처럼 머뭇거리거나 끙끙대지 말고 선선히 무언가 할 수 있기 바랍니다. 당장에 뭐가 되어야 한다는 조바심도 한 숨 접어두시기 바라고요. 다 약속대련인 마냥 일정한 절차가 있지 않겠습니까? 괜히 연락하고 스몰토크를 베리 라지하게 하고 이러자 저러자 하며 적절한 액션과 리액션을 주고 받는 것. 이 시즌에 뭑 꼭 되지 않아도 약속대련의 경험치를 더 쌓는 것도 좋은 일이죠. 어떤 때는 합이 잘 맞는 약속대련만으로도 뿌듯할 수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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