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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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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el 조회수 : 1604 좋아요 : 0 클리핑 : 0
썸남 or 썸녀으로 타겟팅한 누군가와 이런 저런 일이 있었는데 이러쿵 저러쿵한 행동이나 말은 어떤 의미이며 어떤 생각이냐?

이런 질문을 해오는 후배와 이야길 했는데, 하도 반복되는 레파토리라 혼꾸녕!을 내줄까 하다가 심호흡하고 조곤조곤 이야길 해줬습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김국환의 타타타가 떠오릅니다. 심지어 나도 나를 모릅니다. 모르는데 알고 싶은게 있어, 그럼 어떻게 하지? 후배는 자기 지인 커뮤니티와 토론을 합니다. 그 제스처는 어떤 의미다, 아니다, 텃다, 그린라이트다 어쩌구 저쩌구... 이 친구들이 연애 예능? 짝같은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하트시그널이었나? 남녀 여럿을 일정 기간 합숙시키면서 진행자와 패널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거죠. 남의 일, 남의 상황, 남의 사건을 보며 가타부타하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는 일인 모양이라 역시 같은 일을 현실에서도 하는 것 같더군요. 저도 그런게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잠깐 보고 말아버리는데, 좀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함이 있어요. 정말 재미있는건 리얼한거긴 합니다. 좀 연출이 붙은 것 같은 상황은 위화감이 들어 거북하고, 날 것을 볼 때가 훨씬 재미는 있어요. 그러나 정말 티비에서나 볼 사람들의 사생활을 깊이 보는게 훔쳐보기같은 기분이 들고 티비의 인물에 대한 적절한 거리감을 무너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길어야 한 회분 보고 맙니다. 그러나 너무 많이 이런걸 봤는지, 후배는 지인들끼리 토론과 논박과 추리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야. 미지의 무언가를 미루어 짐작하고 싶은데 미지의 실체가 100이라면 고작 0.02의 정보로 다 알아내려고 한다고.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추리를 하면 그걸 추측이라고 하나? 우린 그걸 억측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그럼 어떻게 하나요?

정보가 부족한게 느껴진다면 탐색을 해야지. 상대방하고 좀 더 상호작용하고 좀 더 강한 증거나 징후를 캐치해야지. 긴장감을 무너트리는 일일 수 있지만 어느 이상 진전된다면 그냥 마음을 물어보면 되는거야. 우린 이것도 네 마음이 어떠냐고 묻지 않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도로 대강 완곡히 처리하지.

이상 오십회가 넘는 폴인러브에 빠진 금사빠 후배와의 대화였습니다. 지난번과 지금의 텀이 고작 3주 정도인 것 같은데 썸남 타겟팅 참 잘하는게 능력이라면 능력인 것인가. 익게에도 종종 그런 글들 올라오죠. 상대방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묻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도 알 수가 없답니다. 여기서 우리는 텍스트로만 그리고 가끔 이미지도 올라오지만 어쨌든 매우 부족한 의사소통수단에 의지합니다. 말이 글이 되는 것으로 인하여 말의 톤, 어조, 뉘앙스가 누락되죠. 대화를 통화로 하면 표정 기타 비언어적 의사전달수단이 역시 누락됩니다. 하물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익게의 당신도 당신이 그리는 썸남 썸녀를 알 수가 없으니 결국 여기서 아무리 가타부타해봐야 침소봉대요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됩니다.

물론 모두가 답을 구하려 하는 것이 아니겠죠. 답이 구해지지 않거나 구하기 곤란한 것을 알아서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여 조언을 일종의 공감삼아 그걸 동력으로 또 좀 시간을 버텨나가는 것이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당신이 너무 작은 정보로 너무 큰 실체를 알고 싶어 한다면, 무리가 없다면 용기를 내서 탐색에 나서시기 바랍니다. 아니지, 감당 가능하다면 다소의 무리를 대가로 치러보세요. 혼자 끙끙 앓아봐야, 그리고 사람들 모아서 함께 끙끙 앓아봐야-아마 다른 사람들은 남의 일이라 신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갈망이라고 하죠? 갈증이 날 정도로 원한다는 의미에요. 소망은 단지 원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갖는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갈망이라면 용기를 내세요. 반대로 말해서, 너무 작은 정보로 너무 큰 것을 알고자 한다면 그 자체가 욕구의 크기가 미미한 단지 소망에 불과하다는 반증일겁니다.

날씨가 이제 막 엄청나게 좋아지려고 하네요. 많은 분들이 싱숭생숭, 봄보지가 쇠저를 녹인다는 말이었나? 저는 환절기 알러지로 고생할 생각에 막막하지만 여러분들은 이번 시즌에는 바보처럼 머뭇거리거나 끙끙대지 말고 선선히 무언가 할 수 있기 바랍니다. 당장에 뭐가 되어야 한다는 조바심도 한 숨 접어두시기 바라고요. 다 약속대련인 마냥 일정한 절차가 있지 않겠습니까? 괜히 연락하고 스몰토크를 베리 라지하게 하고 이러자 저러자 하며 적절한 액션과 리액션을 주고 받는 것. 이 시즌에 뭑 꼭 되지 않아도 약속대련의 경험치를 더 쌓는 것도 좋은 일이죠. 어떤 때는 합이 잘 맞는 약속대련만으로도 뿌듯할 수 있거든요.
ru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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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뜨뜨 2024-03-21 22:12:41
각자 품은 계절대로 사랑하겠죠 머
누구에게는 탐색이 지겨울 수 있어요
집냥이 2024-03-21 14:13:23
본문 다 공감해요..ㅎㅎ 조금 다른 얘긴데 이제 고작 몇 번 만난 사람이 ‘나 이제 집냥이 너를 알 것 같아.’라고 말하면 저는 그 길로 정이 떨어지더라고요ㅋㅋㅋㅋㅋ 고작 몇 번 밖에 안 만나봤고 그 마저도 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한 페르소나로서 대했는데 날 어떻게 알아ㅋㅋㅋ
russel/ 저는 세상에 독심술이 존재하거나 내가 독심술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을 매우 싫어합니다.
집냥이/ 저도욬ㅋㅋㅋㅋㅋ 그런 건 속으로만 생각하라고 제발ㅠㅠㅠㅠ
russel/ 독심술이 되는거면 벌써 일론 머스크 뺨을 무두질하는 초거대 유니콘 100개는 만들었겠죠.
집냥이/ 그럼 화성 테라포밍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ㅋㅋㅋㅋㅋㅋ
russel/ 일론 머스크 뺨이 멀쩡해도 화성 테라포밍은 안될겁니다. 그럴만한 자원도 기술력도 지금 상황에선 실마리 잡히는 것도 없어요. 착륙하고 어떤 건축물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걸 상주 공간으로 만드는건 거의 불가능할걸요. 우리는 지구 환경 보전에 더 신경을 쓰는게 낫습니다.
집냥이/ 지구 환경 보전에 힘써야 한다는 것에 100% 동의. 하지만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으로 우리 인류가 0.75형 문명을 넘어 1형 문명을 넘어 1.5형 문명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보고 싶군요ㅎㅎㅎ
russel/ 글쎄, 어렵다고 봅니다. 과학에 희망이 있다고 여긴 시절에는 신기술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죠. 지금도 신기술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놀란 것은 그 신기술이 한계에 봉착하는 기간이 매우 짧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유망한 신기술에 자본이 쏠리고 그래서 자원이 집중되어 그 신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한 인프라부터 보급률까지 이전과는 격이 다른 압도적 속도로 한계에 이릅니다. 그래서 한계점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하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다른 신기술이 출현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너무 빠른 속도로 한계에 도달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과연 지구가 남아날까? 저는 매우 비관적으로 봅니다. 아마 제 생전에 아주 작게는 몇 개의 국가가 붕괴하고 좀 더 크게는 몇 개의 문명이 좀 더 심하게는 모든 문명이 극단적으로는 인류가 존속 불가능해지지 않을까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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