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4_첫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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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해봤던 혼자만의 여행. 너무너무 답답해서 그대로 있다가는 진짜로 죽을것 같아 살기 위해 떠났던 시간. 짧았던 2박 3일, 그저 바다가 보이는 방 하나 검색해서 몇시간이 걸리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떠났던 곳. 처음 떠나본 여행이라 뭘 해야할지도 모르고, 낯선곳에 혼자 왔다는 사실에 문득 두려움도 느껴지던 즈음. 도착하자마자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잘 도착했냐며 다정히 안부를 전하던 목소리에 안심하며 지금 도착해 침대에 누워 바다를 보고 있다고 말하는데 어딘가 눈에 익은 차가 내 팬션 앞에 선다. "어? 오빠꺼랑 똑같은 차다! 여기서도 오빠 차를 다 보네~ 오빠였음 좋겠다ㅎㅎㅎ" "내려와" "어딜?" "1층으로" "오빠 어딘데?" "너 있는 팬션 앞" "에이 장난하지말고~" "ㅎㅎ 얼른 내려와 밥먹으러 가자" 통화를 하면서 차에서 내리는 남자를 바라보는데 응??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진짜 그가 왔다. 운전하고 오는 내내 통화했는데. 집앞에 볼일 있어 나가는 중이랬다. 사실은 나에게 오는 중이었는데 감쪽같이 속였던거다. 서프라이즈란다. 통화하면서 내가 묵는 숙소를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숙소에 오는 내내 통화하면서 나눴던 얘기들로 유추해서 그냥 찍었고, 지나가다보니 숙소 앞에 주차된 내 차가 보여서 알아봤단다. 혼자 여행와서 무서워할까봐 같이 밥 먹어주려고 왔단다. 서울에서 동해까지. 밥사주러 온 사람. 놀람+반가움+감동이 뒤섞여 그저 좋았다. 바닷가 왔으면 날것을 먹어어야 한다며 든든히 먹고 놀으라고 회도 시키고, 킹크랩도 시키고. 정작 본인은 회도 안먹으면서ㅎㅎ 밥먹으면서 나눴던 인생 이야기, 그날 나보다 한참 더 살아온 인생 선배로서 그가 나에게 건넸던 따스한 조언과 격려는 지금까지도 날 일으켜 세우는 큰 힘이 되었다. 밥 잘 먹이고, 내가 숙소에 잘 들어가는것까지 확인한 후 홀연히 다시 서울로 돌아가버린 그.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배려해준 그의 마음이 지금까지도 내내 고맙다. 내 인생의 첫 여행은 다정하고 따뜻했던 친구 덕에 행복했다. 마지막날 체크아웃 하기 전에 기념으로 가장 자유로운 내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침대에 폰을 올려두고 타이머로 찍었던 이 사진을 보면 자유롭게 힐링했던 그 여행이 떠올라 마음이 차오른다. 언제 또 갈 수 있겠지? 추신. 발목 안잘리게 잘 찍을껄.... 너무 대충 찍었네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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