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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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의미에서 사랑에 대해서 고민한다. 관계의 관점에서 사랑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행위라고 생각해 본다. 상대를 이해하고, 고민하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이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꾸준함을 강요하고, 감정을 끝까지 지탱할 수 있도록 버텨야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기라도 부리듯 상대에게 집착하게 된다. 사랑이 작동하면 욕망과 욕구가 따라온다. 사랑하고자 하는 욕망. 섹스하고 싶은 욕구. 이건 개인마다 다른 것 같다. 16가지의 MBTI 보다 더 가지가지 한 유형이 존재 하는 것 같다. 전 여자친구 중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아름다웠던 여친이 있었다. 아마 그때는 내가 상당히 얼빠 였던 것 같다. 그녀의 얼굴을 볼 때마다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사랑을 나눌 때도 오직 정상위만을 고집했다. 출렁이는 가슴과 그녀의 눈을 마주 보고, 표정을 읽으며,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한눈에 내려다 보는 그녀의 모든 것이 마치 나의 것인 소유뮬 처럼 정복감 또한 느꼈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가 대뜸 제안을 했다. "항상 위에 있는 게 좋아?" 그녀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속삭였다. 그녀의 숨결은 내 피부를 스쳤고, 손길은 자연스럽게 내 어깨를 손끝으로 빗어 내리고 있었다. "응. 네 얼굴 보면서 하는 게 재미있어." 내 말을 들은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장난기가 묻어 있었다. "그러다 질리는 거 아니야?" "응. 아니야." "뒤에서 하는 건 어때?"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반음 낮았고, 어딘가 유혹적인 나른함이 배어 있었다. 마치 장난 삼아 던지는 말 같기도 했지만, 그 안에는 은근한 기대감이 스며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머뭇거렸다. 흥분한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건 내 유일학 낙인데;;; 크고 맑은 눈,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미소, 그리고 쾌락에 젖어들 때 즈음 흔들리는 가슴까지. 그걸 다 놓친다면, 무슨 재미로 이걸 하나?? 하지만 그녀는 나의 모든 무례한 부탁을 들어줬으니, 나도 한 번 즈음은 응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그럼 거울 앞에서 하자." 내 말을 들은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거울 앞에 선 그녀는 내 눈을 마주 보며, 기대에 찬 듯 천천히 몸을 돌렸다. 나는 여전히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안도감에 젖어 있었지만, 막상 자리를 잡자마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내 시선이 멈춘 곳은 거울 속 그녀의 얼굴이 아니었다.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움직일 때마다 유연하게 흔들리는 골반. 피부 위로 떨어지는 빛이 그녀의 몸선을 따라 흐르며 부드러운 그림자를 만들었다. 손끝이 본능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따라 미끄러졌다. 탄탄하면서도 매끄러운 곡선을 감싸 쥐자, 그녀의 숨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나는 그 순간, 멍하니 중얼거렸다. "와…" 그녀가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입술 한쪽을 살짝 깨물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래?" 나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그녀의 몸은 새롭게 다가왔다. 늘 곁에 있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곡선과 피부가 이토록 완벽한 조형미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평소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드러나다니. 나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몰랐어. 네 골반이 이렇게 큰지. 이거 연예인 몸매잖아. 완전 연예인인데!!!“ 그녀는 모델처럼 마른 체형에 불륨감 있는 가슴 때문에 난 그녀의 신체 부위를 전부 다 안다고만 생각했다. 그녀의 얼굴만 앞태만 보느라 그녀의 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찐따 같은 감탄사만 연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그녀에게 타이트한 청바지와 치마만 선물하게 되었다. 그녀와 그렇게 사랑을 하면서 변해가는 욕망을 경험 했을 때… 어찌되었든 나는 섹스하고자 하는 욕망이 사랑하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저 몸을 섞고 싶다 것 보다 더 본질적으로 나는 섹스를 하고 싶다. 섹스는 대화라고 하지 않나? 아무의미 없는 대화 그저 아무 느낌 없는 지루한 대화보다 재미있고 유쾌하면서 쾌락적인 대화가 섹스이지 않은가? 단순한 피스톤질 보다, 쾌락의 환희, 그리고 자손 번식을 넘어서는 (어쩌면 호르몬의 장난일수도 있지만) 끈끈해지는 감정이 좋다. 몸이 맞닿으면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온기가 좋다. 그저 서로 안고 있어도 느껴질 수 있는 상대의 심장소리와 떨림이 좋다. 내가 상대를 안고 있는 그 순간에는 세상이 참 잔잔하고 조용하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미친 몰입의 순간이라고 할까... 그렇기에 그 상황에 놓이고 싶어하는 욕구가 나에게는 성욕이고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이다. 무엇보다도 벌거벗었다는 점이 좋다. 가면이나 치장을 하지 않은 온전한 나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아무리 예쁘고, 잘생겨도 결함을 가지고 있다. 보이고 싶지 않은 결함들을 모두 꺼내보여도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그정도의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 가장 근본의 감정을 경험하기 위해, 그리고 욕망하고 있기에 섹스는 깊은 단계의 사랑이 아닐까? 욕망이면서 연결되는 건 사랑과 섹스뿐 아닐까? 참고로 전여친과 헤어진 이유는 나의 이기심 때문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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